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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VIP 화장실이 이 정도냐 <생각하는 문화공간> 200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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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8회 작성일 23-01-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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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화장실이 이 정도냐


이의강님 ​| 사단법인 경주문화관광진흥협의회 사무총장

 

 

 몇 년전 한국과 일본 중견 언론인 세미나에 참석했던 일본기자 20여명이 관광차 우리시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 날 나는 이들의 안내를 맡도록 되어 있어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찬란했던 신라유적의 여러 곳을 보여주리라 생각하고 자신있게 이들을 맞이 하였다.

 일행을 도착하자마자 오래 참았다는 듯이 모두가 화장실을 찾았다.

 1층 화장실은 공간이 넓기는 하나 안내하기에는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어 변기 수가 적지만 좀 사정이 나은 2층 화장실로 안내하여 차례로 용무를 보게 하였으니 순간적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용무를 마친 기자들이 차례를 기다리느라고 고통스러웠던 표정이기에 1층에는 넓은 공간의 화장실이 있지만 여러분들은 VIP이기 때문에 특별히 안내하였다고 하니 그 표정이 VIP대접을 받은것에 대한 흐뭇함보다는 VIP화장실이 이 정도냐 하는 의구심의 표정으로 느껴져 그저 송구스럽기만 했다.

 그 사건이 있은 직후 꽤 많은 예산을 들여 화장실을 개수 및 보수하였지만 그 때의 일은 작게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헤프닝일 수도 있고 크게 생각하면 국제관광도시의 체면, 아니 우리 국민 의식의 치부를 보인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그저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얼마전에는 모 관광전문기관에서 관내에 있는 몇군데 화장실을 영광스럽게도?worst화장실로 지적하여 만천하에 알린 사실이 있어 지금쯤은 좀 좋아졌겠지. 손질한 흔적이 있다면 이제 그만 그 영광의?자리에서 물러나게 해달라고 청원을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찾아 갔더니 낡은 시설, 부실한 관리, 이용자 무관심,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었다.

 어디 전국에 이보다 못한 화장실이 또 없으련만 수 많은 국내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지이기에 다른곳보다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한 자괴심과 그 무관심한 시설주, 충격적 요법에도 무감각한 감독기관이 원망스럽기까지 하였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와 더불어 좋은 화장실 만들기 운동을 펴면서 도로변휴게소, 관광유원지, 접객업소, 주유소 등 많은 화장실을 가보면 이제 화장실에 대한 인식이 좀 바뀌고 있구나! 폭 넓은 공감대가 자리 잡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또한 좋은 화장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좋은 화장실을 만나면 시설주나 관리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며 나도 깨끗하게 사용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나만이 아닌 보통사람 모두의 생각이 아닐까?

 한국방문의 해, 2002년 월드컵대회 등 국가적인 관광진흥정책과 크고 작은 국제행사를 계기로 우리 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날로 증가할 것이 예상되므로 우리 나라 내고장을 찾는 손님에 대한 작은 배려이자 최소한의 예우 차원에서 지금까지의 잘못된 인식에서 탈퇴하여 과감한 발상의 대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좋은 화장실은 우선 시설제공자가 정성을 들이고 이용자의 감사한 마음이 수반될 때 한차원 높은 화장실문화가 뿌리 내릴것으로 믿어 공중화장실은 물론 공공기관이나 모든 접객업소에 이르기까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는 마음가짐을 다져준다면 이는 곧 문화시민의식으로 승화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화장실이 소외된 곳이 아닌 쾌적한 생활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뜻을 같이하는 150여 회원과 함께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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