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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컴인 프리스 <생각하는 문화공간> 200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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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8회 작성일 23-01-0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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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땅에서 화장실이라는 용어를 쓰여진 때는 언제쯤일까. 딱 선을 그어 구체적으로 언제부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더구나 화장실문화의 유입이 수준별로 지역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에 용어사용의 계층기준도 모호할 뿐이다. 

 측간, 뒷간, 매우깐, 해우소, 변소, 화장실, 토일렛으로 변천해온 용어를 자세히 들여야 볼 것 같으면 그 용어들은 분명 용도에 따른 명칭이 아닐 수 없다. 

 측간과 뒷간은 한자어와 고유어의 차이일뿐 용어의 의미는 다를 바 없겠다. 처가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우리네 속담대로 안채나 본채에 측간이 붙었다면 우선 불결함으로 인해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우리 인체부위에서 '뒤'라는 곳은 어느 부위를 가리킬까. 뒷골도 아니요 등도 아닌 바로 둔부를 가리킴으로 해서 바로 '뒤'가 볼일을 처리하는 곳을 의미할 것이다. 

매우깐 이라는 용어는 널리 통용되지 않았던 말로 안다. 이 말은 궁중에서 내관이나 나인들의 은어로부터 시작된 명칭이 궁내에서 일반화하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필자가 역사소설을 쓸 때 어느 자료에서 이 용어를 발견하여 인용했던 기억이 난다. 매우라 하면 매실이 익어 떨어질 무렵에 내리는 비를 말하는데, 뒷간에서 일을 볼 때 배설되는 물질의 색깔과 농익은 매실의 빛깔을 대비하면 알만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대비할 물질은 무엇인지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날 것이다. 과연 우리네 조상들의 아이러니한 착상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해우소라는 용어도 궁중이나 사찰에서 쓰여진 용어인데 그 의미를 찾으면 역시 위트가 있는 명칭이다. 해우라고 하면 근심걱정을 풀어버린다는 뜻으로서 조용히 들어앉아 마음을 비우고 백팔번뇌를 풀어 없앨 수 있는 곳이 어디이겠는가. 

 변소라는 용어는 어쩐지 우리들에게 불결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 말은 일제침략 시대부터 사용되었던 명칭같은데 변소라는 말만 떠올리면 열려진 오물통 또는 탱크같은 밀폐 속에서 파리와 모기가 난무하고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곳으로 각인되는 것이다. 뒷간만 해도 대개는 본채에서 북향으로 몇십 보 떨어진 곳으로 퇴비증산을 겸한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던 자리가 아니던가. 뒷일을 본 다음 나무삽으로 쌓여 있는 재를 퍼덮어 두엄으로 다시 퍼올리면 후각을 자극할 것도 없이 청결한 뒷간이 되지 않았던가. 이것은 우리네 농촌에서나 해당된 여유로움일 뿐, 같은 시대라 해도 도시로 들어오면 사정이 다르다. 뒷간의 개념이 아닌 변소라는 특성으로서 툇마루에서 몇 발자욱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변소의 오물탱크는 청소차의 늑장으로 하여 철철 넘쳐흘러 온 동네가 악취로 뒤덮혔던 시절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60년대를 전후하여 서양문화가 밀물처럼 밀려올 때 화장실문화까지 덤으로 유입되면서 상류 부유층부터 좌변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서양인들처럼 일을 본 뒤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설치되고 매무새를 손질할 수 있는 거울까지 부착되면서 이른바 토일렛을 풀어쓰되 화장실이라는 용어가 대중화하였다. 말하자면 화장실은 시대발전을 편승하여 그 기능과 용도에 따라 용어도 변천해온 것이다. 

 지금 우리네 사정은 어떤가. 시민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공중변소의 필요성이 극대화하였다. 그동안 저급한 시민의식으로 하여 공중화장실의 관리가 처참하기까지 하였으나 NGO 활동이 다양해지는 경향과 함께 화장실 시민연대가 발족한 다음부터 그들의 적극적 홍보활동과 캠페인에 의해 공공건물이나 공원 등의 화장실이 마치 부유층의 거실처럼 쾌적한 분위기로 바꾸어졌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화장실시민연대의 캠페인에 힘입ㄴ어 이미 공중화장실들은 쾌적한 공간으로 하여 근심을 털어내는 장소로부터 아이템을 구상하는 연구실로 바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친구의 체험인 바, 어느 공공건물 화장실에서 사업을 구상하는 중에 노크소리를 듣고 '컴인 프리스' 했더니 그 좌변기가 있는 곳이 응접실이었단 말인가. 화징실문화의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NGO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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