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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신기한 축복의 선물 , <생각하는 문화공간> 2006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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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7회 작성일 23-01-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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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중요한 사건(?)이 있었던 날이 1999년 1월 2일로 기억합니다. 우리 집은 양력설을 지내기 때문에 할아버지 댁에서 설을 지내고 집으로 돌아와 단잠에 빠졌던 아침이었습니다. 갑자기 오빠의 커다란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에잇 나쁜 X ... 어디 남의 집 앞에다." 뒤를 이어 엄마의 화난 듯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신정 초부터 나쁜 말 한다며 오빠에게 꾸지람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좀처럼 화를 내시지 않는 어머니인데 무슨 일이 있나보다고 생각하니 그냥 이불 속에 누워 있기가 민망스러워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어머니, 제가 지금 얼마나 황당한지 아세요. 어머니가 아래층에 내려가셔서 한 번 보세요. 좋은 선물이 어머니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라는 오빠의 말에 어머니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으시다며 겉 옷을 찾아 입으시고 현관 문을 열고 아랫층으로 내려가시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오빠, 왜 엄마를 아침부터 화나게 해?" 라는 나의 말에 "너는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 있어." 라며 내가 묻고 싶은 말을 막아버렸습니다.

   잠시 후 돌아오신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없이 부엌으로 가시더니 신문지와 비닐봉지, 두루마리 휴지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나는 무슨 일인가 더욱 궁금했지만 오빠의 화난 표정과 아무 말씀도 없이 다시 나가시는 엄마를 따라가기도 그렇고 그냥 궁금함을 잠시 참기로 했습니다. 몇 분쯤의 시간이 지난 후 어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는 오빠를 불러 앉힌 엄마는 "남수야, 네 마음도 알겠는데 그 사람이 얼마나 급했으면 남의 집 앞에다 그런 행동을 했겠니... 생리적인 현상이라 도저히 어쩔 수 없어서 그랬을거야... 우리 집 주변에 열려진 화장실은 없고 급한 김에 우리 집에 들어왔는데 1,2층 화장실이 모두 잠겨있으니 다른 어떤 방법이 없어서 그랬을 거야...

   네가 아까 말했지, 어떤 선물이 기다린다고... 선물은 선물인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그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는거잖아... 축복의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1999년 새 해에 하나님이 주신 축복의 선물, 엄마는 그렇게 생각할꺼야."

   엄마의 말씀에 "아이구... 어머니, 못 말리는 우리 어머니." 라는 부정도 긍정도 아닌 말을 남기고 오빠는 자기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엄마를 붙들고 궁금증을 확인했습니다.

 

   오빠가 신문을 가지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따가 (그때 우리 집은 3층에 살고 있었음) 우리 집 2층 계단에 어떤 분이 큰 것(대변) 실례 해 놓은 것을 목격하고 화가 나 큰 소리로 떠든 것이고 그걸 보고 엄마도 화가나셨지만 다시 가셔서 그 물건(?)에 휴지를 덮고 신문지로 싸서 비닐봉투에 담아 버리고 오신 다음 우리들에게 그 물건(?)을 축복의 선물로 생각하자 하셨다는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야 오빠의 행동과 엄마의 이야기가 서로 다르면서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낯 모르는 그 어떤 분의 행동은 이해가 될 듯 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엄마가 말씀하신 축복의 선물이란 말씀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해 1999년 7월부터 YMCA시민운동가에서 화장실 시민운동으로 눈과 몸을 돌리셨습니다. 우리 어머니 성함은 표혜령씨이구요. 화장실문화시민연대라는 단체를 조직하셔서 지금까지 화장실 가꾸는 일을 하고 계시답니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화장실 이야기만 나오면 조용하시던 모습이 열정적인 모습으로 변하시는 엄마를 보면, 때로는 우리보다 화장실을 더 사랑하시는 건 아닐까라는 마음으로 아버지, 오빠와 함께 섭섭할 때도 있지만 화장실 곳곳마다 스며든 엄마와 화장실문화시민연대분들의 손길로 깨끗하고 쾌적한 모습의 화장실을 대할때마다 늘 바쁜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엄마, 다른 사람의 잘못도 사랑으로 감싸주셔서 축복으로 변화시키는 우리엄마... 우리 매일 아침, 저녁 인사하는 인사말 다시 할게요. 사랑해요. 엄마. 이제는 건강도 생각하시면서 조금씩만 화장실 사랑하세요~ ♡

 

조윤경님, (예랑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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