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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전국 모든 화장실 깨끗하게 만들고 싶어요”
등록일 2017-01-19 조회수 182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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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 “전국 모든 화장실 깨끗하게 만들고 싶어요” 

2011년 12월 16일 (금) 10:49:06 장수경 기자 jsk21@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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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한국의 쾌적한 화장실문화를 만드는 데 인생을 쏟을 거예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어온 표혜령(61)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부드러운 인상에 작고 아담한 체구를 지녔다.

그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가녀린 여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상은 대화를 나눈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깨져버렸다. 늦은 저녁시간이었지만 그의 모습에서는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활기에 넘쳤다.

그동안 꼭꼭 숨겨뒀던 이야기보따리를 풀던 표 대표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화장실’이라는 단어 때문에 그간 사람들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 당당함을 넘어선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화장실을 선택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화장실과의 만남 ‘운명의 이끌림’

왜 하필 화장실을 택했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무심코 뱉는 ‘침’ 때문이에요. 제가 화장실에 관심을 둘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13년 전 표 대표는 목동신정종합사회복지관 상담실장 겸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윤리상담교사로 일했다. 그날은 그가 학교에서 부모공경․애국심 등을 주제로 교육한 날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그는 4명의 고등학생이 중년 남성의 등을 표적삼아 침을 뱉는 장면을 목격했다.

“너무 충격이었어요. 이 아이들은 분명히 지금까지 윤리교육을 받았었는데, 웃어른을 공경하기는커녕 침을…. 그때부터 제 머릿속에는 ‘침’이라는 단어가 맴돌았어요. 온종일 고민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침을 안 뱉게 할까….”

시간이 흘러 1999년 6월. 우연히 알게 된 김문한 국민대학교 교수는 표 대표에게 “화장실이 깨끗하면 침 뱉는 사람이 줄어든다”며 화장실에 관심을 두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다.

“사실 딴 거보다 침을 뱉지 않는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어요. 그 순간 ‘옳거니, 이거구나!’확신을 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화장실시민문화연대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끝없는 도전 ‘빛이 보인다’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표 대표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세요’가 적힌 카드를 만들어 시청역 화장실 벽에 붙이려고 했어요. 그때 화장실 청소부 아주머니가 저를 말렸어요. ‘소용없다. 여기는 개․돼지만도 못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다’라며 말이죠.”

일주일이 지났을 때쯤 그는 다시 시청역을 방문했다. 카드가 잘 붙여져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카드에는 ‘옆을 봐? 뒤를 봐? 멀 봐? OO이나 깨끗이 해’라며 비속어가 섞인 말만 적혀 있을 뿐이었다.

당시 옆에 있던 청소부 아주머니는 그 카드를 떼어주며 “내 소용없다고 그랬죠?”라며 그에게 말했다고 한다.

한참 동안 설명을 하던 표 대표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목이 메는지 고개를 돌렸다. 잠시 동안 숨을 고른 그는 천천히 입을 다시 열기 시작했다.

“혹시 그거 알아요?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하루에 5번 이상 운다는 걸. 밤새도록 사람들이 술을 먹고 토한 음식물, 물을 내리지 않은 배설물 등을 매일 치워요. 그게 어디 한두 번뿐이겠어요? 몇 년을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일을 하는 거예요.”

이 때문에 이번에는 ‘청소하는 아주머니 울리지 마세요’라고 적힌 카드를 만들어 화장실 벽에 붙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울거나 말거나’라는 부정적인 반응뿐.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 순간 서당 훈장을 지내신 외할아버지께서 해 주신 ‘군자기독신필야’라는 말이 스쳐 지나갔어요. 공자의 말인데 ‘홀로 있을 때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뜻의 말이에요. 이 말을 인용해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를 만들어 화장실에 접목했죠.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어요.”

◆깨끗하든 더럽든 화장실은 사랑스러운 ‘내 자식’

사람들이 가장 깨끗한 화장실과 가장 더러운 화장실이 어디인지 물으면 표 대표는 “엄마가 예쁜 자식 못난 자식을 어떻게 나누겠어요”라며 대답한다고 한다.

“깨끗하지 못한 화장실은 아직 엄마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자식이에요. 옷도 제대로 빨아 입지 못한 상태죠. 엄마의 잘못인 거 같아서 가슴이 아파요.”

표 대표는 강화 초지진(江華 草芝鎭)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전했다.

“아주 오래전에 초지진에 있는 화장실에 간 적 있어요. 그때는 바지를 걷어야만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3년 전쯤 다시 그곳에 갔는데 깨끗해진 화장실을 보고 놀라서 화장실 앞에서 울고 말았어요. ‘이걸 가꾸는 손길이 얼마나 힘들었나’ ‘내가 거두지 않았는데도 예쁘게 자랐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상주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쾌적한 화장실 문화를 위해서라면 그는 무엇이든 고민한다. 남녀 공용화장실 없애는 방법, 물 아껴 쓰는 방법, 불편한 화장실 선반 높이 고치기 등 그의 생각은 다양하다. 이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그리고 그는 이용자들에게 말한다.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에게 항상 좋은 향기가 나죠. 우리가 모두 깨끗하게 화장실을 사용한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어요. 우리의 작은 생활습관을 바꿔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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