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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청소구역이 화장실인 고등학생으로써 <생각하는 문화공간> 200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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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34회 작성일 23-01-2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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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구역이 화장실인 고등학생으로써 


김재영 l silversnoop@hanmail.net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구역이 화장실인 한 고등학생입니다. 별 생각없이 들어와 봤는데 둘러보니 하고 싶은 말이 생각 나 몇자 적어볼까 홥니다.

 

저는 1학기 초부터 지금까지 한 달씩 건너 뛰어 화장실 청소를 해왔는데 처음 화장실 청소를 맡았을 때는 멤버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했었습니다.

 

뭐 휴지통 비우는 것보다 낫겠지 하고 저는 변기 닦는 일을 자청했습니다. 제가 제 무덤을 판 것이었을까요?

 

시간이 좀 지나 굳어져서 잘 안 닦이는 것도 홈크린까지 동원해 볼에 튀어오는 낯선 물기를 느끼며 온 힘을 다해 빡빡 문질러 진짜 변기에 광이 나게 청소해놔도 다음 날 청소하려고 와 보면 여기 저기 머리카락에 뒷처리 외의 다른 용도로 쓰여진 휴지들이 널려 있는 걸 보니까 정말 열받더군요. 오죽하면 화장실 멤버들끼리 '야, 누가 와서 머리카락을 죄다 쥐뜯고 갔나보다'하고 농담을 할 정도이니까요. 조준을 잘 못해서 실수핧 수도 있고 뭐 사람 가는데니까 머리카락 흩어져 있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도대체 왜 괜한 휴지는 뭣에 쓰고 그냥 바닥에 내팽겨치냐는 말입니다. 처음엔 그냥 버려지는 그 휴지들의 그 용도를 몰랐습니다만 얼마 전에 친구가 말해주더군요. 쉬는시간이나 사람들이 많을 때는 냄새가 안 나게 계속 물을 내려야 하니까 발로 밟는 곳에 휴지를 대고 손으로 누르는 것이라고 하니 참 나 기가 막힙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변기 옆에 굳어져 있는 것도, 휴지도 머리카락도 아닙니다.

 

그저께였던가... 일이 좀 일찍 끝나 문 앞에 기대어 청소가 모두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밖에서 문을 건드리며 왜 이렇게 안 끝나 급해 죽겠어 어쩌구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간 화가 나서 문을 활짝 열어 제꼈습니다. 

 

3학년들이 당황해서 자기네 교실로 숨더군요. 3학년이라 뭐라고 할 수도 없어서 조용히 째려보며 문을 닫았지만 저는 예전부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속이 상합니다. 그래도 가끔 깨끗한 화장실에서 즐거워하는 애들 모습 볼 때면 조금이나마 보람도 있고 기분이 좋을 때가 있는데 이런 일에는 의욕이란 게 싹 가셔버립니다. 쓰다보니 어째 얘기가 샌 것 같기도 하지만 한 마디 더 쓰자면 우리 학교는 일본에 자매학교가 있어서 걔네가 매년 수학여행차 우리 학교에 오는데요. 걔네는 우리학교 화장실을 보고는 기절을 한다네요...

 

너무 더러워서...

 

그래서 우리 학교에 오기 전에 호텔에서 미리 일을 보라고 학교에서 시킨대요. 느껴지는 게 많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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