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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와 이 옷걸이 봐라, 와 이 문짝 봐라 <생각하는 문화공간> 200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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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2회 작성일 23-01-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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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옷걸이 봐라, 와 이 문짝 봐라


신우철 l oxy30@hanmail.net

 

일전에 써 놓은 글에 대해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주 인터넷"을 한지라 두서없이 적어놔서 내심 후회도 했지만 내용은 잘 전달 됐으리라 봅니다.

 

일반 건축물과 달리 공중화장실은 특정인이 상주하거나 오래 머무르지 않는 성격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용하는 목적도 각양각색입니다. 또 화장실도 엄밀히 보면 주공간이 있고 부수적인 공간이 있습니다. 주공간 중의 하나인 대변기 칸에 대해서 "썰"을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상받은 화장실(멋지게 지어놓은 화장실)이나 그 놈의 상 한 번 못받은 화장실 (쉽게 말하면 내부만 뚝딱하고 고친 화장실)에 가보면 "비데"라는 괴상한 놈이 있습니다. 우리네 우스개 소리로 말하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이죠.

 

저도 하도 신기해서 한번 써보려고 용변을 본 후 단추를 쳐다보니 뭐부터 눌러야 되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이거 사용방법이 어디 있나 한참 찾아봤는데 보이지가 않더군요. 아차 싶어 뒤로 돌아보니 변기 뚜껑에 깨알같이 무언가가 적혀 있었습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상상에 맡기죠, 그 상황은) 한참을 읽고나서 곰곰히 생각 후 그냥 휴지로 처리했습니다. 사용법을 알고 싶어서 화장실 밖에 나와서 관리인한테 물어봤습니다. 관리인 왈 "거 어려워서 나 밖에 몰라" (신당동 떡볶이집 할머니가 생각나더군요) 라고 자랑하더군요. 이런 비데를 할아버지들이나 어린이들은 과연 이용할 수 있을까요. 물론 학교에서 교육을 통하여 혹은 집이 조금 풍요로와 어릴 때부터 사용법을 알고 있다고 할 지라도 대부분의 나이든 사람과 어린이들은 그 사용법을 알기 힘듭니다... (게다가 비데마다 사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요. 무수한 방법이야 있겠지만 설명해 봐야 앉으면 등 뒤에 있으니 보이지 않을테니 문짝에다 큼직하게 "자, 따라하세요" 식으로 사용법을 쉽게 적어놓든지, 책자를 변기 옆에 달아놓고 응가하는 동안 책자를 통해 사용방법을 알게 해주든지... 비싸게 들여놓고 쓰지도 못하면 되겠습니까. 옛날 화장실 대변기칸 규격이 작은데다 큼직한 비데가 비좁게 들어가 있으니, 누구 쓰라고 만들어 놓았습니까?

 

대변기 문짝 얘기도 덤으로 해보죠. 온통 화장실의 대변기 문짝은 여닫이 문입니다. (우리나라 모든 화장실의 대변기 문짝이 여닫이로 싹 다 되있다고는 장담 못하지만... 하여튼) 여닫이 문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꼭 여닫이 문일 필요는 없습니다. 안여닫이 문의 부작용을 들어보면 부랑자 (이 단어가 맞는지는 잘 모르지만)들이 안에서 잠들어 아침이 되면 관리인이 문을 열지 못해 고생하고, 변기 청소 시 문짝이 걸려서 청소가 어렵고, 뚱뚱한 사람, 임산부는 대변기칸 안에서 문도 제대로 닫지 못합니다. 바깥여닫이 문은 안에서 사람이 문짝을 발로 차거나 확 열고 나와서 좁은 화장실 안에 대기하는 사람이 문짝에 부치고, 문이 180도 열어 제쳐져서 옆칸에서 나오다 사람들이 문짝에 헤딩하더군요. 그럼 방법은 없을까요. 이것 또한 무수히 많겠지요. 미닫이 문이야 좀 연구를 해봐야 되겠지만, 접이문이야 잘만 활용하면 쉽게 대체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접이문을 쓰다보면 그것 나름대로의 문제는 발생하겠지만 그러면서 나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연구의 연구를 통해) 무조건 아무 생각없이 너도나도 똑같이 여닫이 문으로 하지 말고... 우리에게는 많은 문이 있으니...

 

마지막으로 문고리(찜걸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왜 문고리는 문짝 귀퉁이 가서 붙어 있나요. 서류가방, 손가방은 삐딱하니 걸리거나 아예 걸지도 못하겠더군요. 거기다 왜 그렇게 높게 있는 겁니까 (높낮이 조절용으로 만들면 안되나요?) 초등학생을 보니 아예 걸 엄두도 못내더군요. 그리고 대변기 칸 안에는 선반 같은게 있으면 안됩니까? 짐을 걸기만 합니까? 보따리나 걸 수 없는 짐들은 어떡하라고... 혹자는 그럼 이렇게 말할지 모릅니다. 좁아터진 대변기칸에 어디 그런거 다 놓을 자리 있나요. 없긴 왜 없습니까. 지면 관계상 몇가지만 얘기하면, 벽에 삽입하거나, 수조통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왜 큰 걸 못 보고 사소한 것에 시비냐"고 말할지 모릅니다. 혹은 "대다수의 사람을 위한 것을 해야지 노약자며 어린이, 임산부, 장애인 등의 소수 보다는..."라고 말할 지도 모릅니다.

 

일전에 모기업에서 회사대표가 "탱크주의" 라고 외친 적이 있습니다. 탱크 알죠. 일단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흡족하니까요. 근데 왜 망했나요. 세계는 다변화하고 다품종 소량생산에 돌입했습니다. 몇번은 탱크의 위압에 넘어갈지 몰라도 뚜껑열고 탄알 없는 걸 확인하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탱크가 아닌 탄알이 되어야 합니다. 얼마나 더 강하고, 더 빠르고, 정밀한가... 작은 것에 승부를 겅어야 합니다. 근대건축이 실패한 이유인 국제주의, 대량생산, 너도 같고 나도 같고가 아닌 우리네의 것을 보여줍시다. 우리네 것을 뭐 대단히 고민하여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와서 우리 화장실을 보고 "뭐, 우리거랑 똑같네"라는 말 대신 "와! 이 문짝봐라, 와! 이 옷걸이 봐라"하는 감탄사가 나오도록 하게끔 탄알부터 챙기면 됩니다.

 

상이라는 것도 좀 우습지만 상을 주려면 그런 화장실에게 주던지, 아니면 화장실 홈페이지에서 새로운 시설물에 대한 사용법을 전달하던지, 계몽 운동을 좀 펼쳐주시던지 방향 전환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유니버셜 디자인이니, 생태주의, 바이오토프등 세계는 변화하고 사용자 중심의 일면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편리함이 아닌 장애인,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의 "모든 사람이"이 이용하기 편리한 시설물 및 건축물 계획이 되어야 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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