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자치행정 2000.3 ] 삼상사 : 화장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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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시간이 늦어져 택시를 탔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선거의 공천문제로 인한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에이 나쁜 X들. 똑같아요, 똑같아~" 운전기사 님의 말이었다. "똑같지야 않겠지요. 뭔가 조금씩 다를 게 아니에요." "다르긴 뭐가 달라요. 노랑, 빨강, 파랑 자기들은 다른 색이라고 떠들어도 속안을 들여다보면 모두 똑같은 색이거든요. 말할 것도 없어요. 오죽하면 시민단체 사람들이 별별 말을 다해도 잘한다, 잘한다 않할 수 없더라구요." "그러면요 저도 뭐하나 말씀드려봐도 되나요?" "무슨 말씀이신 데요?" "혹시 화장실문화시민연대라는 단체를 들어보셨나요?" "아, 들어보고 말고요. 덕분에 화장실이 깨끗해지고 있잖아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고맙습니다. 사실은 제가 화장실문화 그런 일 하는 사람이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정말 좋은 일 하시네요. 그런 일들을 좀 누가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그런 일을 하신 다니 대단하시네요." "제가 그 말씀을 들으니 정말 힘이 나네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기사님, 어디가 많이 달라졌나요?" "아, 달리진 곳이야 많지만요 우리야 하루에 한끼 내지 두끼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가는 곳이 기사식당 인데 그 기사식당의 화장실이 달라지고 있어요. 그 전에는 밥 잘 먹고도 화장실만 갔다 나오면 먹은 밥 토하고 싶을 정도의 지저분한 기사식당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소변을 볼 때도 아무 곳에나 보게 되고요. 그런데 이제 그 지저분한 화장실을 고치는 데가 많더라구요. 깨끗한 화장실을 다녀오면 기분도 좋고 왠지 문화인이 된 것 같아서 행동도 조심히 되잖아요. 솔직히 우스운 말이지만 소변을 볼 때도 한 방울이라도 땅에 잘못 흘러 깨끗한 곳 버릴까봐 바짝 붙어서 볼일을 보게 됩니다. 아. 정말 좋은 일 하십니다." 그 기사님의 말씀이 제가 이런 화장실운동을 하기 전이었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만은 그 분의 표현대로 "기사식당의 화장실이 달라지고 있다."라는 말과 "소변이 한 방울이라도 흘러 깨끗한 곳 버릴까봐 조심한다."는 말이 공감을 넘어 감동이 되었다. 화장실문화, 이제는 시민이 함께 해야 바꿀 수 있다는 마음들이 모여져 화장실문화시민연대라는 단체가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준비기간까지 약 10개월 남짓, 그 동안 한국관광공사, 수원시, 전주시, 서울 송파구, 한국도로공사 등에서 우리의 화장실을 문화의 공간으로 바꾸는 일들을 감당하고 있었지만 시민과 함께 가꿔 가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탄생되면서 언론매체의 뉴스로 떠오르며 본격적으로 가시화 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12월 13일 창립총회와 더불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의 심포지엄을 서울시의 후원으로 개최했고 1월 18일에는 화장실문화개선 고발전화(752-4242/752-4244)를 개설해서 첫날 수많은 미운, 고운 화장실에 관한 고발 전화가 줄을 이었다. 고발전화의 개통과 더불어 "미운 화장실을 감시합시다.", "문제를 제기합시다.", "개선방안의 대안을 제시합시다" 등의 캠페인을 덕수궁 앞에서 가졌고 서울시와 공동으로 서울시내 4천800 여곳 공중 및 다중화장실 전면 실태조사에 들어가 현재는 실태조사 자료를 가지고 화장실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계속적인 관리 및 계도를 하려고 준비중이다. 2월 15일은 도시철도공사의 협조로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의 화장실 이용 문화를 위한 '그림 및 명시부착 캠페인'을 시작으로 17일 노원구 협의회, 18일 종로구청, 21일 탑골공원, 24일 천호역, 25일 성북구 등에서 각각 화장실이용 문화 캠페인을 가졌고 서울지역은 각 구청별로 부구청장님을 위원으로 하는 화장실 개선문화 추진협의회를 구성하였다. 지금은 화장실 문화 시민의식 조사를 실시중이다. 행정기관의 문제든, 시민의식의 문제든, 전문가의 부재든 이제는 하나씩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공간이면서도 또한 아주 중요한 공간이 화장실이라고 생각한다. 옛 선인들도 삼상사(三上思)라고 하여 좋은 생각은 베개머리에서 하고, 말 타고(지금은 車) 가면서 하고,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 떠오른다고 했다. 옛부터 화장실을 그저 배변의 장소만이 아니라 좋은 생각을 하는 장소라고도 생각했던 것이다. 요즘에 와서는 더 나아가 새로움을 창조하는 아이디어 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도 감당한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우리 집도 그 동안 오래된 화장실을 가지고 있어서 늘 어떻게 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의 일을 하면서 남의 화장실은 깨끗이 하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의 화장실은 깨끗하게 하지 안는다고 할까 우려하여 화장실 전체를 부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깨끗이 보수하는 방법을 활용했더니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로 바뀌어져 아침마다 좋은 생각을 하는 문화의 공간을 만나는 기쁨이 크다. 우리의 화장실들도 기존에 있는 것을 다 부수고 새 건물을 지을 수 있다면야 좋은 일이겠지만 부수는 것도 국민의 세금이고 새로이 짓는 것도 국민의 세금이라면 새로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더 많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에 여러 가지 좋은 방법을 모두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검토하여 우리의 세금도 절약하며, 화려하지 않아도 있어야 하는 가까운 자리에 깨끗이 관리되어 있는 화장실, 언제든 누구든 찾았을 때 잠깐이라도 생각하는 명상의 공간의 화장실을 우리는 원한다. 그리고 항상 감사와 고마움을 갖고 다음사람에게 깨끗하게 돌려줄 수 있는 시민의식과 화장실문화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행여 너무 속히 바뀌어 가는 문화에 겉만 화려한 화장실 문화의 우를 범하지 않게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화장실문화시민연대에서는 화장실 유지보수를 잘 하는 건물주에 대해서는 연말에 감사장을 드리려고 한다. 바램이 있다면 부디 이 감사장을 받는 건물주가 100분이 아니라 100분, 1000분이 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12월 13일 세상에 나온 화장실문화를 가꾸기 위한 시민연대의 작은 나무가 튼튼하게 잘 자라 10년, 20년 후에 건강하고 아름다운 나무로 많은 새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 외국손님을 위한 시원한 그늘이 되어 KOREA의 굴뚝없는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의 수치가 100%, 200% 매년 향상되기를 기대해 본다면 "화장실 표아줌마 꿈깨요, 꿈깨!!"일까?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표혜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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