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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그리고 사용자의 필요 <생각하는 문화 공간> 2006.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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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95회 작성일 23-01-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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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그리고 사용자의 필요 


저자 : 유현정 님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디자인에 있어서 사용자의 필요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현대사회가 기업과 사용자, 상호간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구조이며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디자인 트랜드가 형성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필요에 부합하는 디자인은 남성과 여성의 성별구분이 없는 공통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디자인 산업에 있어서 사용자로서의 여성의 필요가 배제 되어 왔고 그 사실에 대해 그다지 민감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여성의 필요에 민감하지 못했던 부분을 한 경험적 사례로 지적하면서 디자인과 여성의 문제가 무관할 수 없음을 보여 주고자 화장실을 연구소재로 조사하였다. 조사과정 중에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의 협조를 구하게 되었으며 사무국에서 지난 2000년에 실시한 남녀화장실 변기 비율조사자료를 근거자료로 제시할 수 있었다. 


앞으로 소개할 내용은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석사과정 강민경과 공동연구하여 2001년 5월 30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교육원컨벤션 홀에서 열린 NetF Design 국제학술대회에서 다큐멘터리 동영상으로 발표한 것이며 그 중 설문지 조사격의 동영상 인터뷰 내용만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위해 총 5개의 질문을 가지고 동영상 인터뷰를 하였다 동영상 인터뷰는 한계점이 있기는 하나 경험을 현장에서 생동감 있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조사의 한 방법으로 선택되었다. 대부분 20대에서 30대의 남성 55명, 여성 67명 총 112명을 강남 고속터미널, 예술의 전당, 신촌, 인사동, 동숭동, 동대문 지하철역 등 주로 유동인구 많은 지역에서 인터뷰를 하였다. 그들에게 던진 질문은 여성에게는 남성화장실, 남성에게는 여성화장실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가? 화장실에 가면 보통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화장실에서 주로 무엇을 하는가? 왜 남녀의 화장실 사용 시간이 다른 것 같은가? 등이다.

 

인터뷰 한 결과 첫 질문에는 남녀 거의 모두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여성이 그러한 경험이 현저하게 더 많았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남성도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경험의 유무를 떠나 발견하게 된 중요한 부분은 서로의 경험이 다르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기다려야 하는 줄을 길고 남자 화장실은 비어 있어서 쓴 경우 즉, 변기가 모자라는 이유로 간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남성들의 경험은 그에 비해 매우 다양했다. 두 번째의 질문엔 남녀가 화장실 쓰는 시간이 다르다 즉, 여성이 더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세 번째 질문엔 남성과 여성은 거의 대부분 화장실에서의 할 일이라는 것은 거의 소변 배설과 손 닦는 일이 있었고 다른 부분이 있다면 여성은 화장을 고친다는 것이었다.

 

여성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시간이 더 걸리는 대부분의 이유는 물리적으로 걸리는 시간과 화장을 고친다는 것이 인터뷰에 응한 남녀 모두의 공통적인 답변이었는데 이 이해는 매우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이해로 보인다. 마지막 질문으로 남성에게는 여성화장실이 여성에게는 남성화장실이 어떻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주로 공간에 대한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여성들은 남성의 열린 공간을 말하면서 자신들의 공간과 다르다고 보았다. 즉, 여성의 변기가 칸으로 막아져 있는 것에 비해 남성들의 변기가 그렇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기 수에 대해서는 무관심함을 드러냈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들의 칸수가 남성보다 많을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여성들의 변기는 칸으로 막아져 있기에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공간이 더 넓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선, 대부분의 여성들은 서로가 생리구조가 다름에 따라 변기 형태도 다르고 공간의 구성도 다름을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는 매우 익숙하면서 무의식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남성과 여성간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그냥 차이로 두고 그 차이에 따른 어떤 필요가 스스로에게 있는지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고 심지어 차이는 차별을 하는데 이용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여성과 남성의 차이로 인해 남성은 사회 일을 , 여성은 가정 일을 하게 만든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겠다. 차이가 있다면 그에 대한 필요도 당연 다르다. 그러나 무엇이 필요한 지에도 무감각하게 살아온 여성을 이 사례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남성들의 대답에서 보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여자 화장실의 공간이 더 넓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여성들이 더 변기수가 필요할 것이라는 상식에서 당연 여성화장실 공간이 더 넓을 것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이미 상식 선에서 여성들보다도 남성들이 여성 화장실의 공간이 더 넓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 해주고 있고 실제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그들은 여성화장실이 더 넓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답변을 보면서 소위 성차별적이라고 하면 남성들이 그런 일이 그렇게까지 있을 수 있겠는가 의심스러워 하고 실제 데이터와 결과를 보고 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는 여성들도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살더라도 차별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자신들이 이미 누리는 당연하고 보편적인 편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성들에게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화장실은 어쩌면 매우 단순하게 사람들의 일차적인 욕구를 채우기 혹은 배설하기 위해 디자인 된 것으로 개개인의 매우 사적인 공간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장소는 공공 장소로 이미 사회구조와 체제 안에서 디자인되어진 공간이기도 하다. 즉, 화장실은 매우 일상적인 공간이나 성별로 철저히 분리된 공간으로 비교가 거의 불가능하여 그 차이를 눈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성별로 철저히 구분되어진 공간을 계획한 생산자는 보편적인 인식에 의해 화장실을 계획하고 사용자는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보편적인 인식으로 인한 계획과 무의식적인 사용이 생산의 주체로서의 디자이너와 사용자로서의 여성을 논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진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제기 할 수 있는 문제는 사용자들의 다양한 필요와 요구가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디자이너의 보편적인 인식은 오히려 사용자들의 필요를 디자인에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발표를 통해 여성의 필요에 민감하지 못했던 것을 의식 혹은 확인하면서 여성의 필요에 왜 민감하고 여성의 문제가 왜 디자인에 반영되어야 하는지는 별도로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본다. 개인의 이익은 사회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개인에서 여성은 배제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여성의 이익 즉 여성의 필요와 요구가 존중되지 못하고 채워주지 않는다면 사실상 사회적 이익은 매우 불균형하고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보면 디자인에서도 여성의 필요와 요구를 배제한 디자인은 개인은 물론이고 한 사회에서도 제 구실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어려워진다는 것을 예측 할 수 있겠다.

 

또한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의 활동은 국가적 차원까지 관심을 갖게 하여 한 개개인의 필요와 요구를 채워 준 좋은 예로 볼 수 있고 이는 국제 규모의 행사를 유치하기 위한 필요와 요구에 부합한 것으로 국제적 차원의일이 또한 한 개인의 유익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을 볼 때, 이 연구를 발판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한 개인의 필요에서 배제된 여성의 필요에 민감해지길 바라고 여성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범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유익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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