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고객잡지 2000.3] 화장실, 왜 아름다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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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후배님 오랜만이군. 그런데 요즘 좋은 일하고 계시더군."
회의를 마치고 나오다 마주친 언론계 쪽에 계시는 선배님의 인사였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선배님은 더 좋은 일 하시잖아요. 매일 좋은 말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시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어요?"
"그래, 그럼 우리 서로 칭찬을 주고받았네. 허, 반가우이. 그렇지 않아도 내 후배님 만나면 내 체험담을 들려주고 싶었거든."
"무슨 말씀인데요?"
"얼마전 몇몇 군데를 돌아 볼 기회가 생겨 다녀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렸었는데 잘하는 구나 라는 생각을 했지. 그 전에는 이 휴게소(고속도로 및 도로)라는 곳에 대하여 이야기만 나오면 언성을 높여 질타를 한 사람중의 한 명 이였거든. 그런데 그 곳(휴게소)들이 달라지고 있더라구. 그래서 몇몇 곳을 시찰(?)을 해봤지."
"보시니 어떠셨어요?"
"응, 모두 내가 정한 기준이기는 하지만 합격점이더라고."
"선배님이 정한 기준은 어떤 건데요?"
"우선 정신자세가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기준이지. 기본의 하드웨어는 고객들로 인하여 회사가 유지되고 종업원과 또 그 가족이 생활한다는 고객 제일주의 원칙을 정해놓고 점차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를 바꾸어 가면 된다고 생각하거든. 정확한 답은 아닐지 몰라도 내 생각은 그래."
"그런데 선배님, 그 전에는 휴게소를 언성 높여 질타를 하셨다고 했는데 이유가 있으셨나요?"
"아, 그럼. 우리 후배님께 내가 한 번 물어봅시다. 휴게소를 왜 가지요?"
"네, 그야 여행을 하던가 고향 가는 길, 출장을 가는 길 등에 식사나 음료, 배변을 포함한 휴식을 하러 가지요."
"그렇지? 그런데 그곳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가지고 있나 좀 들어봅시다."
"네, 저도 조금은 음식이나 화장실 등 모두 좋은 기억이 별로 없어요. 전쟁중인 상태처럼 배급받고 배설하고 오는 것 같은 기억들이 많지요."
"그래요.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모두 비슷하더라고. 그런데 이번에 지방에 다녀오면서 달라진 휴게소의 모습들을 보고는 좋은 느낌을 받았지."
'너희들이 오다가다 배고프면 들어오고 볼일을 보려면 들어와야지 어쩔래!'라는 배짱(?)은 아니었을지라도 대다수 이용객의 머릿속에 그런 기억만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인데 이제는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구나,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확 오더라며 질타를 칭찬으로 바꾸게 한 현장이 바로 "화장실"이었다는 선배님의 긴 칭찬의 서론에 나도 머리가 끄덕여지며 공감의 미소가 떠올랐다.
"따르릉∼거기 화장실문화 그런 거 하는 데지요?"
어디를 가니 말도 할 수 없이 더럽고 지저분하다. 어디는 너무 잘 되어있어서 칭찬을 하고 싶으시다는 추천부터 고발에까지(752-4242/752-4244)화장실 관련 신고전화 에서부터 화장실 안에 감동을 주는 그림부착 운동, 시민연대 홈페이지(http://www.restroom.or.kr)를 통한 화장실 가꾸기 작은 책『생각하는 문화공간』을 통한 화장실문화 운동 등 작고 큰 16가지의 일들을 통하여 화장실을 "깨끗, 쾌적, 그리고 아름다움까지"의 생각하는 문화공간, 더 나아가서는 창조하는 공간의 장소로까지 만들고자 시민연대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일본에서 2월 24일 발매된 주간문춘(週刊文春)에 기고된 후지노 히데토씨의 투자법칙에 의하면 "화장실이 깨끗한 회사에 투자한다고 이익을 낸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화장실이 더러운 회사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손해를 본다"라는 기고문을 보듯이 이제는 화장실에 관한 한 좀 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
화장실은 그 나라의, 그 사회의 얼굴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곳이라는 의식과 함께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을 배설의 용무만 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 생활문화의 한 공간이며, 그 나라, 그 사회, 그 가정의 얼굴이라고 하는 인식들이 확산되어 가고 있음이 피부로 느껴진다.그러나 아무리 화장실이 그 나라의 얼굴이고, 그 회사의 얼굴이고, 그 가정의 얼굴이라고 외친다해도 경영자의 마인드가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몇몇 사람의 건의에 의해 조금의 모양새는 갖추어는 지겠지만 고객의 가슴에 와 닿는 모습으로의 변화는 어려우리라고 생각된다.
그 동안 우리는 화장실문화 뿐만 아니라 곳곳의 무늬만 그럴듯한 여러 모습들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도로 공사에서는 경영주의 마인드가 회사의 얼굴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고객을 맞자는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으로 보여줌에 대하여 많은 고객들의 감동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찌 경영주 한 사람의 뜻만 일까. 함께 하는 관리자와 현장에서 발로 뛰는 청소하시는 분에 이르기까지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일이란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감동을 받은 만큼 고객은 그 기업을 사랑할 것이다. 그 감동이 어느 때까지 이어질지는 아직은 모르지만 고객은 언제까지라도 계속 감동 받기를 원한다.잊고 사는 중요한 것 하나 더, 지금 이 시간에도 고속도로 휴게소 또는 기타 관련된 모든 화장실에서 우리들이 쏟아낸 더러운 악취와 오물의 청소를 눈물 흘리시며 깨끗, 쾌적의 공간으로 가꾸어 가는 일익을 담당하시는 모든 분들께도 이 지면을 빌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그리고 "사랑합니다."를 전해드리고 싶고 이용하는 모든 분들께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의 슬로건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표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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