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문화시민 2001년 9월 호] '아름다운 화장실'의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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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보고자 1997년 7월 처음으로 내.외국인의 왕래가 많은 서울 종로,중구, 서대문, 동대문 지역의 공공기관 및 건물, 공원, 버스정류장, 시장, 주유소 등 4,800여 곳을 선정, 실태 조사를 해본 결과 80%가 넘는 화장실이 불결,불량,불편,불안,불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태조사 당시는 이듬해의 asem 정상회의, 2001년 한국방문의 해, 2002년 월드컵등 국가적 주요 행사들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었다. 행사도 행사지만 무엇보다 '도시의 얼굴' 또는 '문화의 척도'로 불리는 화장실이 '5불'의 불명예를 안은 상태에서 21세기 우리의 미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터였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이하 화문연)라는 단체를 조직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 화장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동안 무심코 간과했던 화장실의 다른 모습들이 조금씩 새로 보이기 시작했다. 20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차근차근 진행해가는 동안 화문연 가족들은 달라지는 화장실의 변화를 지켜보며 힘들고 어려운 기억을 말끔히 씻을 수 있었다. <위 사진은 고속도로 경산휴게소-경북 경산>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전부터 이미 월드컵문화시민협의회(이하 문민협), 한국관광공사, 한국도로공사, 수원시 등에서 화장실 가꾸기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던 차에, 화문연의 활동(119 봉사대의 청소, 신고된BEST, Wores화장실)이 가세하면서 방송과 언론이 홍보에 앞장을 서 주었고, 서울시 등 여러 지자체들까지 동참해 마침내 시민의 가슴속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오른쪽 사진은 반딧불이 화장실-경기도 수원> 특히 화문연이 문민협과 공동으로 서울의 전 지하철역 화장실에 부착한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스티커는 효과 만점이었다. 지하철 화장실의 하루 이용 인원은 평균 1,000명에서 5,000명. 이들이 쏟아내는 침과 껌, 담배꽁초 등을 치우느라 청소 담당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스티커를 부착한 뒤부터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한다. 얼마 전 함부르크대학 교수였던 최상호님이 '함부르크에서는 공중화장실이 점점 없어지는 추세이며 남아 있는 것들마저 인건비 절약 등의 이유로 청소가 제대로 안 되는 상태인데, 서울의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하고서는 너무나 감동을 받았다'는 글을 보내왔다. 최상호님의 글마따나 서울의 화장실은 변하고 있다. 아니 서울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의 화장실들이 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우리에게 화장실은 후미진 곳, 소외된 장소, 뒷전에 불과했다. 짧은 기간, 여러 단체들과 모여 바야흐로 화장실을 '도시의 얼굴'로, '문화의 척도'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어딘가에는 화장실 개선에 관심없는 지자체, 접객없소, 재래시장, 교육기간 등이 있다. 뿐만 아니다. 깨끗하고 쾌적한 생활문화 공간으로 화장실을 가꾸기 위하여 고민해야 할 숙제와 과제는 여전히 많다. 전시품으로만 달아놓은 것 같은 부대 시설물의 문제라든지 획일화된 조화, 너무 높게 매달리 가방걸이,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전시용 행정, 시설의 노후로 인한 불량 화장실, 관리가 되지 않는 불결의 문제 등등... . 2002월드컵이 끝나도 화장실 가꾸기의 불길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고 여전히 화장실은 '도시의 얼굴'이자 '문화의 척도'인 것이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표혜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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