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웰향기 2000. 7~8월호]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의 자원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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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화장실 개선운동. 화장실이라는 소외된 공간이 매스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 되면서 요즘에는 깨끗해진 화장실이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다는 추세다. 특히 지하철역과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가장 많은 발전을 보여준 곳. 화장실문화시민연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애써왔다. 시민의 힘으로 자라나는 화장실 개선운동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발족한 것은 작년12월. 그들의 활동이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참여가 주된 요인. 화장실 불만 사항 신고와 좋은 화장실 칭찬 등 전화, 인터넷등을 통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화장실문화운동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운동의 또다른 축은 바로 자원봉사자들. 자원봉사자들은 사진을 찍고, 화장실을 조사하고, 지저분한 곳을 청소하는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박월순, 이강숙, 원정옥 씨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출발할 때 부터 함께해온 동지들이다. 이들의 손길이 미치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공중화장실뿐 아니라 밥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도 화장실만 보면 예사로 지나치지를 못한다. 그들의 가방 속에는 항상 고무장갑, 세제등 간단한 청소도구, 캠페인인 스티커가 들어있다. 처음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만 해도 주변의 인식부족으로 고생도 많았다. "쫓겨나기도 했었어요. 이상한 여자들이라는 시선도 견뎌내야 했지요." 원정옥씨는 그 때에 비해서 이제는 알아보고 반겨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고 말한다. 화장실 관리자뿐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식 개선도 화장실문화를 끌어올리는데 필수적인 요소. 머리를 빗느라 화장실바닥에 머리카락을 떨어뜨리는 여학생들, 커다란 두루마리 휴지를 통째로 들고 가버리는 시민들이 모두 화장실 문화를 낙후시키는 원인이다. "배려하는 마음을 갖지 않아서예요. 남을 배려한다면 그럴 수는 없지요."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의 표혜령 국장은 화장실문화운동이 의식 개혁 운동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의 탄생을 꿈꾸며 이들은 화장실문화운동이 일회성의 캠페인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길 원한다. 그들이 말하는 화장실의 조건은 의외로 간단하다.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화장지가 갖춰진 화장실, 언제나 편리하게 사용할수 있는 화장실이 바로 그것이다. "화장실이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더러운 공간이라는 인식을 바꿔야지요. 화장실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고마운 공간입니다." 박월순 씨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하면 화장실이 새로운 의미를 가진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한다. 화장실문화 시민연대에서는 올 여름 '안 좋은 화장실을 바꿔드립니다.'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입양인봉사회의 화장실을 바꿔 줄 계획이다. 자금은 ARS전화 등을 이용해 모금한 돈으로 메울 생각. 이외에도 공중화장실 실명제, 한 줄서기 운동, 휴지통 없는 화장실 만들기 등의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그들이 꿈꾸는 화장실은 ' 생각하는 문화공간'이다. 사람들이 잠깐 동안 쫓기는 일상에 쉼표를 찍고, 아름다운 생각을 시작할 수 있는 곳. 그러나 새로운 문화는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들의 작은 힘이 모여 만드는 큰힘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글 김현지(편집팀) 사진 강은순, 조인기(M2스튜디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표혜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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