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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1962년 어느날 반도호텔에서 <생각하는 문화공간> 200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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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17회 작성일 23-01-0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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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어느날 반도호텔에서

지광준님 ㅣ 강남대학교 교수

 

 얼마 전의 일이다.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의 화장실을 이용할 일이 있었다. 앉아 앞을 보니 두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밑으로 O X 표시가 그려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 그림에는 사람이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 좌변기 위에 걸터앉아 있는 것에는 O를 표시하고, 좌변기 위에 아예 걸터앉아 쪼그리고 앉아 일을 보고 있는 모양에는 X로 표시해 두었다. 그리고 캄보디아 말과 영어로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좌변기에 올라가서 일을 보지 않는 게 문화인이라는 문구이었다. 화장실의 좌변기 사용법을 아느냐 여부에 따라 문화인이냐 아니냐를 구분 짓는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나왔다.

 

 더구나 그 그림과 글을 보고 읽으며 과거 어린 시절 좌변기에 얽힌 일이 생각나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1962년 어느 날, 서울 남대문 근처에 있는 반도호텔을 간 일이 있었다. 당시 한국참전 16개국 협회 사무총장을 하시던 지갑종 선생을 뵐 일이 있어 들른 것이다. 당시 협회 사무실은 호텔방을 하나 빌려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책과 서류가 한 방 가득하여 매우 비좁아 보였다. 사무실에서 용무를 끝낸 후 나오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배가 사르르 아프며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그때까지 시골에서 자란 덕분에 변소와 측간에만 익숙해 있었다. 시골에서는 변소는 더러움의 상징이었다. 오죽 지저분하고 냄새가 지독하면 변소와 처가는 멀리 있을수록 좋다는 옛말이 있겠는가.

 

 시골의 변소에만 익숙해 있는 나에게 호텔방 화장실은 환상적인 곳이었다. 변소에서 품어내는 특유한 냄새를 전혀 맡을 수 없었다. 더구나 호텔방에 있는 것은 수세식 좌변기이다. 당시에 서양식 좌변기를 처음 본 시골 고등학교 졸업생이 일은 급한데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당황해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으면 한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겠다. 자세히 보니 좌변기 위에 올라가면 될 것 같았다. 좌변기 위에 발을 올려놓고 쪼그려 앉아 보았다. 이건 보통 불편한 일이 아니고 떨어질까 위험하기도 했다. 서양 사람들이 재주가 좋지만 너무 불편한 화장실을 쓰고 있는 게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겨우 일을 다 보고 내려왔다. 그리고 물을 내렸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한 게 있었다. 처음에 보았을 때 쪼그리고 앉은 자리가 깨끗했는데 내가 사용 후 보니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 저것까지 깨끗이 닦아야겠다 생각하고 닦은 후 점잖게 나온 일이 있었다.

 

 그 후 신식 수세식 좌변기를 보게 되었고 일반화되어 사용하는 방법도 잘 알게 되었다. 반도호텔에서 좌변기에 올라 쪼그리고 앉아 일을 보았던 것이 얼마나 잘못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알고 나니 창피하고 부끄러워 지금도 그떄의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후끈거릴 때가 가끔 있다. 

  

 그런데 캄보디아의 프놈펜 국제공항 화장실에 붙어있는 주의사항이 마치 42년 전 나에게 주의를 주었던 일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하나의 주의 사항을 보고 읽으면 캄보디아 국민들의 문화수준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곳은 국제공항 화장실이 아닌가. 화장실의 발전은 인류문명의 발전과 궤(軌)를 같이 한다는 확신이 새삼 들어진다. 화장실은 분명 그 나라 문화의 척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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