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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사용자 중심의 유니버셜 디자인을<생각하는 문화공간> 2006.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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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91회 작성일 23-01-0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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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중심의 유니버셜 디자​인을

​저자 : 정지영(서울 DPI 사무국장) 

 

며칠 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이 날에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크고 작은 많은 행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 당사자들은 단 하루 주인공인 것처럼 대해 준다고 해도 365일 차별받고 소외받는 세상에서 결코 주인공이 되지 못하기에, 이제는 예년과 같이 체육관 행사나 나들이 행사에 참가하기 보다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는 일들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힘든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장애인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도 감히 말해 봅니다. 물론 아주 다양하고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얘기하는 것에는 저의 경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입니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잠깐이라도 서 있을 수 없는 장애이지요 그래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휠체어가 변기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화장실에 계단도 없어야 하고, 문도 넓어야 하고 공간도 넓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런 화장실을 찾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97년 편의증진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화장실이 꾸준히 늘고 있기는 하지만 장애인화장실은 비장애인이 보기에 너무도 넓고 공간활용이 되지 못하는 장소로 생각하는지 알뜰하게 화장실 물품창고로 활용되어, 정작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인 곳도 많습니다.

지금부터 잠시 여러분들도 입장을 바꾸어서 휠체어를 이용하신다고 생각해 보실까요?

먼저 간단하게 하루 8시간 근무 중에 세 번은 화장실을 간다고 할 때 휠체어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화장실이 없다고 하면, 집에 들어가실 때까지 참을 수 있을까요? 아마 생각만으로도 굉장히 끔찍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학교나 직장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도, 친구와 영화를 보러간다고 생각할 때, 저녁약속이 있을 때, 가족과 야외로의 나들이를 계획 중이어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항상 그 곳에 내가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자정이 되면 돌아와야 하는 신데렐라도 아닌 데 돌아와야만 하는 시간을 계산하고, 화장실을 가능하면 가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물도 안마시고, 좋아하는 음식을 참아야 합니다. 화장실을 가야 할 것을 늘 염두에 두고 걱정하고 불안해야 하는 것, 이렇게 내가 화장실을 참을 수 있는 시간까지의 자유밖에 허락되지 않습니다.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불과 3~4시간의 외출시간으로 어떻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습니까?

화장실 때문에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지만, 늘 항상 모든 일에 있어 화장실이 갈 수 있나 없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중증장애인에게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동권, 접근권, 교육권, 노동권 등 모두들 인정하는 많은 권리가 있지만 아무도 그게 권리일까? 라고 생각할 만큼 당연한 마음껏 쌀 권리도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이제 새로 지어진 건물이나, 건물을 다시 리모델링할 때 장애인화장실 설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장애인화장실에 대한 오해가 있습니다. 먼저도 말씀드렸지만, 너무 넓어서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남,여 구분 없이 한 곳에만 설치한 곳도 많고, 알뜰하게 직원들의 휴식공간으로, 화장실청소용품 보관창고로 정말 다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 다목적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넓고 넓은 장애인화장실이 장애인만을 위한 곳이 아닐 수 있습니다. 혹시 화장실이 좁아서 불편하신 적이 없으신가요? 짐이 많았을 때,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노부모님과 함께 화장실을 가야할 때, 기저귀 교환장소가 마땅히 없을 때, 그리고 함께 외출한 아이들이 실수 했을 때 등. 꼭 장애인이 아니어도 장애인화장실의 특징인 '넓다', '지지대가 있다'가 필요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 이런 이유에서 건축, 설계, 디자인에 있어 사용자 중심의 '유니버셜디자인(UniversalDesign)'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장애는 환경에 있는 것이고, 애초에 장애물이 없이 설계되어 있으면 휠체어를 사용해도, 비장애인이어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장애인만을 위한 장애인화장실은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과 비장애인을 위한 화장실로 나누게 되어 장애인은 여전히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장애인에게도 똑같이 쌀 권리가 있는데 말이죠.

배려가 아닌 의무가 되는,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아닌 설계부터 장애물을 제거하는 인식의 전환은 장애인 뿐만 아니라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에게 편리할 것이며,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화장실이 필요합니다. 

기능적이고,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고,접근성이 용이하며, 안전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유니버셜디자인개념이 우리 화장실문화까지 넓어진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모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사회환경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쌀 권리와 그것을 실현해 줄 모두에게 편리한 다목적 화장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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