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문 자리도 아름답게”…화장실 개념바꿔…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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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이같은 적힌 스티커 한 장이 화장실 문화를 바꿨다.‘더럽고 냄새나는 불쾌한 장소’의 대명사이던 공중화장실이 ‘생각하는 문화공간’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주목을 끌고 있다. 13일로 창립 5주년을 맞은 화장실문화시민연대(화문연) 표혜령(55) 상임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표 대표는 지난 5월 사무국장에서 상임대표에 취임했다. 1999년 12월 13일은 화장실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역사적인 날이이다. 50의 나이에 이른바 ‘화장실 5불’(불결,불량,불편,불쾌,불안)과 전쟁을 시작했다. 21년간 소비자운동을 해온 표 대표(당시엔 사무국장)가 막 이 운동을 시작하자 일부 사람들은 ‘웃기는 단체’ ‘잠시 떠들다 말겠지’ 등등 각종 비아냥으로 표 대표를 힘들게 했다. 표 대표는 맨처음 ‘여러분의 세금으로 지어진 공간입니다.내 집처럼 소중하게 사용하세요’라고 적힌 스티커를 지하철 화장실에 몇군데 붙여보았다. 그러나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오기가 생긴 표 대표는 두 번째 스티커를 준비했다. ‘청소하는 분들을 울리지 마세요. 우리가 뱉은 침,담배로 청소하시는 분들이 우신답니다’ 그러나 이 문구 역시 효과가 없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문구가 있었다. 시아버지께서 평소 “군자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없도록 행동해야 한다”라는 공자말씀과 함께 “사람은 자신이 머물렀던 자리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라고 타이른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는 문구를 이렇게 탄생했다. 결과는 대성공. 놀랍게도 스티커 한 장이 공중화장실을 함부로 이용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문연 자원봉사조직 ‘화장실 119 봉사대’는 2001년 10월에 조직돼 3년째 활동 중이다. 3∼4명이 한 조가 돼서 서울지하철 5∼8선의 화장실을 하루 평균 5개씩 매일 청소한다. 또 더럽다고 신고가 들어오거나 종묘공원 화장실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한 달에 두 번 찾아가 손을 봐준다. 봉사대에서 2년째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50대 한 주부는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남이 더럽힌 화장실을 치우다보니 제 자신에게 더 엄격해지더라고요. 지난 2년 동안 공중 화장실이 많이 깨끗해진 것을 볼 때면 보람을 느껴요.”라고 말한다. 표 대표는 공중화장실이 아주 깨끗해졌지만 아직까지 공중화장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장애인용은 시설기준에 맞지 않고 노약자를 위한 것은 편의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은 화문연은 13일 오후 2시 서울시청별관(후생동 4층 대강당)에서 초촐한 자축연을 갖는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 한햇 동안 전국의 화장실을 아름답게 가꿔온 우수화장실관리원 230명에게 표창한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표 대표는 “부족한 사람을 화장실을 통하여 성장시켜주시고 어려운 순간마다 일어나 걸어라고 힘주셨던 주님의 사랑에 감사드린다”면서 “화장실을 사용하는 한 분,한 분의 관심이 함께 할 때 화장실이 성숙한 사회를 보여주는 문화공간으로 우리 곁에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운 화장실·미운 화장실 신고전화:752-4242). 윤중식기자 yunjs@kmib.co.kr [국민일보 2004-12-12 1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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