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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부처님과 화장실 <생각하는 문화공간> 2006.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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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11회 작성일 23-01-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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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화장실

 자황 ㅣ 해남 광보사 주지스님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이 한마디가 밀고 오는 감동은 그 어떤 백 마디, 천 마디 권유의 말보다 가슴 깊게 저의 혼을 파고 들었습니다.

  벅찬 감동이며 전율이었습니다.

  하나의 웅대한 심포니였습니다.

 

 아마 공공장소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말로서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말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절에서 가장 좋은 건물이 화장실입니다. 아직까지 법당보다 더 좋으니까요. 말 없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사람이 사찰에 머물 자격이 있는 것인데 여러 사람이다 보니 새로 지은 깨끗한 화장실에 부득불 무엇인가 예고의 글들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몇 마디를 써서 놓아야겠는데 고민이 되었습니다. 사찰에 걸맞는 문구와 품위있는 게시방법이 필요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전에 화장실을 계획할 때 화장실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얻었던 인터넷이 생각나 찾아들어 갔더니 마침 화장실문화시민연대에서 아름다운 문구만 준비해 놓은 것이 아니라 그 문구를 잘 디자인하고 인쇄하여 코팅된 부착물까지 나누어주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화 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하시고 또 곧바로 보내 주시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땅 끝이라는 전라남도 해남의 조그마한 사찰에 사는 스님입니다. 젊어 출가하여 공부를 시작 할 때는 전국의 여러 명산 대찰과 심산의 암자를 다니면서 수도를 위해 정진에 전념하였지만 서서히 깨우친 바가 있고 수도의 높은 정신과 순화된 수도문화를 우리 사회의 여러 대중들과 향유하고 지속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고정된 일정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곳 '광보사'라는 절과 인연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이곳은 역사가 오래된 고찰도 아니고 규모나 체계가 갖추워진(갖추어진) 정리된 절도 아닌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지어진 초라한 시골암자였습니다. 땅도 좁고 지어진 건물은 일반 집보다 더 못하고! 그러나 "각자 내면의 정신과 외형의 신체적 모습, 그리고 머무는 공간의 환경은 한 인격의 서로 각기 다른 표현이고 모습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최소한 내가 머무는 곳과 인연된 공간은 모두가 내면의 또 다른 나의 모습이고 나의 과제였습니다.

 

 그리하여 열악한 농촌의 경제적 상황에서도 사찰의 기존건물을 개·보수하고 미관을 정리해 나가면서 좁은 땅을 넓혀나갔습니다. 일차적으로 주변정리와 필요한 대지를 확보하고 이제는 사회공동의 공간으로서 필요하고 보존할만한 전각들을 지어 나아가는 상황인데 전체적인 완성을 전제로 하고서 제일 먼저 계획하고 지은 건물이 화장실이었습니다. 그것은 화장실이 가장 시급한 외부 대중들의 이용 시설이었기 때문입니다. 재래식 2칸짜리로 시골 농가의 화장실보다 못하였으니까요.

 

 다행이 군의 일부 지원을 받았는데 사찰의 건축이 기능과 규모뿐 아니라 전통문화 형식의 외모까지 포함하여 지어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용이 만만하지가 않았습니다. 남녀를 구분하고 장애인용 독립공간까지 확보하는 13평 규모의 현대식 기능과 전통 양식의 화장실을 지으니 시골 사람들 모두가 의아한 눈길을 보낼 뿐 아니라 비평의 소리까지도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사찰이 사회공동의 문화적 공간이라는 인식의 부족과 차후 완성될 사찰 전체적 계획에 대한 이해부족 그리고 문화가 뒤떨어져 낙후된 지역적 특성 등이 복합되어 나오는 오해의 소리로 이해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도적 위치의 사람들도 그러하였으니 이 지역의 문화발전이 염려되었습니다. 아무튼 사찰은 사회적 공간문화의 공간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 공간에서는 사회를 선도하고 계도 할만한 바른 정신과 깨끗한 환경이 어디에서나 온전히 구현되고 실현되며 교육되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화장실을 지은 것입니다.

 

 새로 오신 분들은 화장실이 법당인 줄 알고 그곳으로 발길을 옮기다가 되돌아오셔서 무슨 화장실이 이렇게 좋으냐고 즐거워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그러면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이라 그렇습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부처님이 계시는 곳이라는 말속에 여기 오시는 분들을 부처님처럼 귀하게 모시겠다는 나의 깊은 마음과 여러분들이 부처님처럼 머무르셔야 한다는 무언의 메세지가 담겨있음을 그들은 모르는 듯 했습니다. 불경 어디엔가 화장실을 보고난 후 용변이 땅속으로 감춰지는 시기에 미륵 부처님이 나오신다고 적혔다 합니다.

 

 요즘의 화장실을 보면서 미륵의 시대, 인간이 신이 되고 이 땅이 지상천국이 되는 시대가 지금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음을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화장실이 깨끗해질 때 이 국토가 바로 지상의 천국이고 이 땅의 모든 화장실을 깨끗이 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분들이 먼저 부처님이 되시는 거룩한 분들이십니다. 이 땅의 끝에서 이 땅의 시작까지 모든 화장실이 항상 향기롭고 즐거움이 피워나는(피어나는) 곳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감사의 글을 맺습니다.

 

 -땅끝 해남 광보사 주지 자황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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