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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더 가까이<생각하는 문화공간> - 2006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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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19회 작성일 23-01-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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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더 가까이


저자 : 정용철 - 월간 <좋은 생각> 대표 

 

 

저희 '좋은 생각' 책에서는 '가까이 더 가까이'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로의 마음과 생각이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 우리의 마음은 가장 귀하고 같은 생각을 좀 더 많이 하자는 뜻으로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우선 나 스스로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나와 가까운 이는 누구인가, 그와의 사이에 거리는 없는가, 나와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사람 쯤 될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없을 때는 가까운 이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막상 하나하나 짚어보니 가까운 이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고 또 그들과의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과의 거리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7년 전쯤 한 독자로부터 '다른 책을 보면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두라고 하는데 용철님은 거리를 두지 말고 가깝게 다가가라고 합니다. 어느 쪽이 맞습니까?' 하는 편지를 받은 기억입니다. 그때 저는 '사람 사이에 거리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다가가 서로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좋다.'라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 후 7년이 지나는 동안 저는 이런 저런 경우를 만나면서'아! 내가 그 때 잘 못 말한 것 같구나' 하고 후회도 여러 번 했고 어떤 때는 '역시 그래, 사람은 가까이 다가가 서로 사랑해야 해' 하면서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사람은 누구나 자기 고독과 외로움을 소유하고 그것을 즐기기도 합니다. 누구나 자기 문제를 자기만의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헤쳐나가는데 삶의 대부분을 바칩니다. 살다 보면 사람 사이의 거리야말로 우리를 안전하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 사이의 공간만이 우리가 쉴 수 있는 곳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한 편에서는 우리의 사랑과 우정과 믿음과 신뢰와 희망, 우리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참 기쁨은 어디에서 오느냐 하는 질문이 이어지면 할 말이 없게 됩니다.

 

물론 사람 사이에 거리가 필요할 때도 있고 마음의 문을 닫고 고독과 외로움에 몸부림 칠 때도 있고 사람에게 속고 실망하고 상처 입어 다시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여야 합니다. 그 일로 지혜를 배우고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바로 일어나 사람들과 다시 손잡고 사랑하고 배우고 위로 받고 기뻐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마음은 모두가 똑같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웃음을 좋아하고 친절을 좋아하고 믿음을 좋아하고, 희망을 좋아하는 것도 같습니다, 저 사람의 아픔이 바로 내 아픔이고, 저 사람의 기쁨이 바로 내 기쁨이 됩니다. 저마다 가지는 외로움,부족함,연약함,망설임,목마름,부끄러움,후회와 반성도 똑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착하고 잘 참고 용서하며 열심히 살아갑니다. 이것이 사람의 능력이고 아름다움입니다. 우리의 기쁨은 서로의 마음을 아는 것이고 우리의 슬픔은 서로의 마음을 모르는 것입니다. 봄이 오면 비어 있는 대지가 푸른 잎과 꽃들로 가득 채워지듯이, 그러므로 아름다워지듯이 너와 나 사이 비어 있는 곳에 봄이 오면 우리도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기쁨이 찾아오고 희망이 피어날 것입니다. 불신과 경계의 담을 헐고 이해와 사랑과, 관용과 친절과 반가움으로 다가가면 마음마다 사랑의 꽃이 피고 희망이 싹 트고 평화의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어떤 화장실에 가면'한 발만 더 가까이 다가가세요' 하는 글귀를 볼 때가 있습니다. 그 글귀가 의미하는 바를 잘 알고 있지만 나는 그 글을 볼 때마다 생각이 진지해지며 굉장히 인간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은 소변기에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질서와 기본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며 사람 사이에서도 이 말을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차를 타고 출근하는데 앞에 가는 차의 왼쪽 뒷 타이어가 바람이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자유로를 빨리 달리다 보면 사고가 날 것 같아 '빵빵' 고동을 우리고 '깜박 깜박' 라이트를 켰습니다. 앞차가 속도를 늦추길래 얼른 옆으로 다가가 뒷바퀴를 가리켰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와 나는 오늘 아침 이렇게 가까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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