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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머문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사람 (좋은생각 6월호-동행의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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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65회 작성일 17-01-1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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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아마 그와 같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리라.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는 구상 선생의 시처럼 남들이 뭐라 하든, 불편하고 어렵든 그 앉은 자리를 아름답게 지켜 온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이하 화문연) 대표 표혜령 님(58세). "깨끗하고 편리한 화장실을 보면 자식한테 좋은 옷을 입힌 것 같아 기쁘고, 더럽고 불편한 화장실을 보면 자식한테 옷도 제대로 못 입힌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그를 만나 정말 반갑고 고맙고 기뻤다.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사회의 내밀한 곳을 어미 된 심정으로 돌보는 그의 여리지만 당찬 행보는 나를,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 사무실에 와보니, 정말 정신없이 바쁘시네요.

2000년 아셈회의, 2001년 한국관광의 해, 2002년 월드컵 등 큰잔치를 치르면서 우리 화장실은 놀랍게 변했어요. 시민의식도 좋아졌고요. 하지만 알아갈수록 가슴으로 손으로 지혜로 해야 할 일이 많네요. 화장실은 삶의 질, 곧 문화의 수준을 드러내는 척도예요. 나는 문화란 '배려'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사람을 사람을, 서로를 배려했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는 말이죠. 화장실이 그 '배려'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거고요. 

□ 화장실 문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 '침 안 뱉기 운동'에서 출발했어요. 1997년에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 교육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침 뱉기 게임을 하는 학생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 그때부터 침 안 뱉기 운동을 연구하고 자원봉사자들과 돈을 모아 시청각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1999년 녹색소비자연대 이사회에 '침 안 뱉기 운동'을 안건으로 내놓았는데, 다른 이사님들의 권유로 화장실 실태 조사를 하게 됐어요. 침 뱉는 일이 화장실에서 제일 많이 일어나잖아요. 실태를 파악할 체크 목록을 만들어 4,800곳을 조사했는데 그야말로 '5불(불결, 불량, 불편, 불쾌, 불안)' 상태더라고요. 누군가 해야 할 일이니 내가 시작하자 싶었습니다. 그동안 터부시하던 화장실이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다가온 거죠.

□ 화문연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좋은 화장실을 만드는 3대 요소가 있어요. 편리하고 안전한 시설, 깨끗하고 쾌적한 관리, 사용자의 올바른 시민의식이죠.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도록 22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가령 그림과 명시 부착 운동이라든가 화장실 구비 의무화 운동, 공공기관이나 다중 이용 건물의 잠긴 화장실 문 열기 운동, 한 줄로 서기 운동, 화장실 관리인뿐 아니라 이용자 교육, 낙후된 화장실 고쳐 주기 등 다양하죠. 낙후된 화장실을 청소하는 119봉사대, 행복한 실버 봉사대등 많은 분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는 어떻게 탄생했어요?

사연이 많아요. 처음에는 "깨끗하게 사용하세요."라고 붙였는데, "너네나 깨끗이해."라는 낙서가 쓰여 있더군요. 실망했지만 두 번째 스티커를 준비했죠. "청소하는 분들을 울리지 마세요. 우리가 버린 껌, 침, 담배, 휴지로 인해 청소하는 분들이 우신답니다."라는 문구였는데 역시 효과는 없었어요. 고민하다 문득 시아버님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어요. "군자필신기독야(君子必愼基獨也), 군자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없도록 행동한다."는 공자의 말씀이었죠. 혼자 있을 때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아름다운 사람은‥" 문구가 떠올랐어요. 일단 청소하는 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더니 곳곳에서 스티커 요청이 쏟아졌죠. "아름다운 사람은‥" 문구를 보고 자신의 자리를 되돌아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뭉클해요.

□ 어려운 일도 많고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겠어요.

사무실이 없어 이리저리 이사 다닐때, 낙후된 화장실을 제대로 고쳐 주지 못할 때 등 마음 아픈 일이 많았어요. 제대로 보수를 주지 못하는 직원에게도 미안하고요. 하지만 우리의 형편을 떠나 "아름다운 사람은‥" 문구와 함께 대한민국의 화장실 문화가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평을 들을 때 참 기분이 좋아요. 해외에서 국내의 우수한 화장실을 견학 오는 사례가 많아졌고 이제는 주인의 정성이 돋보이는 화장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잖아요. 또한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분들이 우리 단체를 통해 자긍심을 얻었다고 하실 때 무척 기뻐요. '보석처럼' 화장실을 청소한다는 어느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 내가 오히려 감동했어요.

□ 느끼는 보람만큼 어깨도 무거우시겠어요.

예전에는 깨끗이 청소하는 게 전부인 줄 알았어요. 물론 청결하게 관리하는 게 우선이지만, 그밖에도 남녀 화장실의 불균형, 상업 지역의 공중화장실 부족,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부족 등 과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주변에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분이 많아 힘이 납니다. 초창기에 방송인 최불암 선생님은 2천 원짜리 화분 하나에 우리 시청각 교재 모델을 해 주셨죠. 그리고 국가 행정적인 부분에서 힘써 주시는 분들 덕분에 화장실 관련 법률도 개선돼 가고, 또한 스티커도 마음껏 만들어 나눠 줄 수 있게 되었어요. 곳곳에서 대가 없이 봉사하는 분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요.

□ 앞으로 어떤 바람이 있으세요?

천 원 회원이든 만 원 회원이든 국민 누구나 화문연 회원이 되어 화장실을 사랑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문제를 지적하고 제기하는 시민운동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이 함께하는 시민운동을 하고 싶어요. 그럴 때 내가 행복하거든요. 내가 행복해야 우리 가족이 행복하고, 그래야 사회가 행복해져요. 언젠가 백발 할머니가 화장실을 청소하며 "안녕하세요." 하고 환한 미소로 인사한다면, 그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싶어요. 

글 송도숙 기자, 사진 최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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