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신청

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yerago vol.1 - 2003. 01. 22] 아름다운 사람은요?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06회 작성일 17-01-19 21:41

본문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표혜령

때때로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곤 합니다. 어떻게 화장실 운동을 하게 되었냐구요. 그 많은 일 중에 무슨 연유로 화장실 운동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한가 봅니다. 내 첫 사회 무대인 울산YMCA 시민중계실에서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동안 일을 하다가 남편의 서울 전근과 함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서울 생활에 적응하며 사회 복지관에서 상담일을 하던 중, 모 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마치고 나오다 우연히 몇몇 청소년들이 하는 '침 뱉기 게임'이란 황당한 놀이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이런 윤리 의식을 가진 청소년들이 늘어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에, 침 안 뱉는 운동을 해 보겠노 라던 다짐이 제일 많이 침을 뱉는 장소가 화장실이라 하여 자연스레 화장실 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노사연'이 부른 '만남'이란 노래에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는 가사가 있는데 우연인지 필연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들이 계기가 되어 화장실 가꾸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화장실을 가꾸는 일이 '내 일'

화장실에 갔다가 불결하면 짜증내며 침을 뱉고 나왔던 내가 그곳을 '소중한 생활 속의 문화공간'으로 가꾸며 사랑하기 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에 대하 그동안의 무관심과 무배려의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미안함의 보상이었는지 시간이 갈수록 화장실 가꾸는 일이 즐겁고 사랑하는 '내 일'이 되었습니다.
화장실 가꾸기가 재미있고 즐겁다고 하면 어떤 사람은 웃고 어떤 사람은 칭찬하고 어떤 사람은 신기해하기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 수없이 내가 먹고 마신 모든 음식물들의 마지막 과정을 받아주는 정말 소중한 장소, 화장실을 위해 내가 했던 일들은 깨끗하면 당연한 것이고 불결하면 침을 뱉었으니, 그 동안 내가 이용했던 많은 화장실들이 나를 '안 좋은 이용자로 얼마나 미웠을까'를 생각하면 등이 오싹해집니다.
처음 화장실 이용 문화 캠페인을 하면서 직접적인 방법으로 '깨끗이 사용하세요'라는 글을 쓴 스티커를 지하철 화장실 안에서 붙여 놓으니 그 곳에다 '옆을 봐, 뒤를봐, 뭘봐 너네 들이나 깨끗이 해'라고 써놓은 스티커를 청소하시는 아줌마들이 떼어주며 무엇을 해놓아도 소용없다는 말에 찾아낸 우회적인 표현 문구가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입니다. 이해와 배려가 담긴 이 문구의 스티커를 부착한 후에 변화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배려가 담긴 문구가 가져온 변화 

침을 뱉는 사람이 줄어든다며 여기저기서 스티커의 주문이 쇄도했고, 그 문구를 읽은 분들의 느낌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달되어 왔습니다. 대전의 한 교수님은 그 글을 보는 순간 지금까지 머물렀던 자신의 자리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노 라며 전화를 주신 것 외에도 수많은 격려의 글들이 보내져 왔습니다. 캠페인 문구 하나에 도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사랑과 배려가 담긴 우회적인 표현일 때 감동으로 전달되어지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높아진 화장실 문화의 열기들이 지금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단체는 2003년 다시 화장실을 배설의 공간이 아닌 소중한 생활 속의 문화공간으로 가꿔가기 위해 달려갈 것입니다.
나의 머물렀던 자리들을 뒤돌아보는 마음의 여유도 가져 보려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화장실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이 아름다운 분들이셨으면 합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표혜령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