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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1]'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변기막힘 주범?…답은 '시민의식'
등록일 2018-03-30 조회수 142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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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힘 증가 뒤 다시 '원위치'…"뭉터기 휴지사용 문제" "막힌 변기에서 빨대, 립스틱, 임신 테스트기 나오기도"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2018-03-30 06:00 송고

2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화장실 앞에 '휴지통 없는 화장실'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18.3.29/News1© News1

직장인 오수영씨(27)는 지난 25일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역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려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닫혀있는 변기뚜껑을 열자 물이 변기시트 바로 밑까지 가득 차있었기 때문이다. 변기 안에는 오물과 함께 휴지뭉치가 한가득 들어 있었다. 오씨는 "공중화장실에서 잊을 만하면 한번씩 이런 일이 벌어져 변기뚜껑을 열어보기가 조마조마하다"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오씨의 사례가 더 잦아지리라는 우려가 많았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1월1일부터 '공중화장실법'에서 정하는 공중화장실을 '휴지통 없는 화장실'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었다. 휴지통을 없애면 휴지통에 넣던 휴지를 변기에 버리게 되니 그만큼 더 자주 막힐 것이라는 예상이다.

서울지하철 5~8호선에서 2015년부터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한 결과는 이런 예상과달랐다. 5~8호선 역사 내 화장실 막힘 건수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 시행 첫 해인 2015년에는 4889건으로 전년(2014년) 3272건보다 1600여 건 늘어났지만, 2016년에는 3521건으로 1400건 가까이 줄었다. '사라진 휴지통'이 변기막힘의 주범은 아닌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1~4호선도 초기에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5~8호선처럼 차츰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화장지는 20초면 물에 풀어지지만 뭉텅이로 버리면 막히게 마련"

화장실 막힘 문제의 주범은 무엇일까. 서울교통공사가 2017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화장실 막힘의 원인물질 1위는 '휴지'였다. 휴지통을 없애면 부작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건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변기막힘의 진짜 원인은 일부 이용객이 무분별하게 많은 양의 휴지를 한꺼번에 흘려보내는 데 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복합쇼핑몰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A씨(63)는 "손님들이 휴지를 잔뜩 뽑아 변기시트 대용으로 깔고 앉은 뒤 뭉텅이로 변기에 버려 막히는 경우가 잦다"라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1년째 일하고 있는 청소노동자 B씨(46)도 "습관적으로 휴지를 양손으로 둘둘 말아쓰고 버리는 시민들이 많다"라며 "변기를 뚫다 보면 촘촘하게 뭉쳐진 휴지가 변기를 막은 경우를 종종 본다"라고 밝혔다.

국내 한 제지업체 관계자는 "화장실용 화장지는 국내제품이든 해외제품이든 20초 정도면 다 물에 풀어지게 만들어진다"라며 "화장지가 원인이 돼 변기가 막힌다는 건 우리로서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빨대, 종이컵에 양말까지…"화장실 에티켓 자리잡아야"

전국 지하철역 가운데 변기막힘이 가장 빈번한 2호선 홍대입구역의 경우 청소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14~15차례 변기를 뚫는다.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화장실 이용 에티켓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A씨는 "내집 물품이 아닌 공공용품이라는 사실 때문인지 마음놓고 휴지를 쓰는 분들이 많다"라며 무분별한 휴지 사용 행태를 짚었다. 청소노동자 C씨(56)도 "하루에 화장실 한 칸당 200m짜리 휴지를 3~4롤쯤 교체한다"라며 "휴지를 칸마다 배치하지 않고 화장실 입구에 놓으면 시선을 의식해 적당히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다"라고 털어놨다.

상식을 뛰어넘는 이물질을 투입하는 이용 행태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교통공사가 낸 통계에 따르면 변기막힘 원인물질로 휴지에 이어 카드, 빨대, 대변, 비닐, 커피뚜껑이 꼽혔다.

C씨는 "막힌 변기를 뚫다 보면 빨대, 종이컵, 립스틱, 라이터, 콘돔, 임신 테스트기에 양말까지 별의별 것들이 다 나온다"라며 "어떻게 이런 것들을 넣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어이없어 했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지난 40~50년 동안 휴지통에 휴지를 버려왔고 여전히 '변기에 휴지를 버리면 큰일난다'는 안내가 많아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하다"라며 "지금은 '휴지통 없는 화장실' 문화가 자리잡는 초기단계"라고 말했다.

표 대표는 이어 "현장에서 일하는 미화원 분들은 '용변 묻은 휴지를 보지 않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특급 승진한 기분'이라고 한다"라며 "대한민국의 화장실이 시설로는 1등인 만큼 그에 걸맞은 이용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게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