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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9000만원 무인화장실이 5만원짜리 고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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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3회 작성일 17-05-2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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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만원 무인화장실이 5만원짜리 고철로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ㆍ관리부실·시민 외면… 3년 새 57대 중 33대 폐기

서울 종로에서 노점을 하는 홍모씨(48)는 화장실이 급할 때면 인근 빌딩을 찾는다. 가까운 곳에 무인자동화장실이 있지만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무인화장실은 퀴퀴한 냄새와 누렇게 변색된 변기는 물론 쓰레기나 토사물이 널브러져 있을 때도 있다. 밤에는 조명이 꺼져 있어 화장실인지 분간이 안되고 이용하기도 무섭다. 홍씨는 “물정 모르는 외국인이면 몰라도 시민들이 얼마나 이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2002년 월드컵 때 도심 곳곳에 설치한 무인자동화장실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청소는 물론 시설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민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47개가 설치된 무인자동화장실은 2009년 57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현재는 24개만 운영 중이다. 관내에 10개의 무인화장실이 있던 서울 중구는 최근 화장실을 모두 없앴다.


중구청 관계자는 “청소 불량이나 화재, 시설 노후와 고장 등의 민원이 많아 모두 철거했다”고 밝혔다.

무인자동화장실 개당 설치비용은 9000만원이다. 중구청은 철거한 무인자동화장실을 매각하기 위해 경매에 부쳤지만 입찰자가 없어 결국 개당 5만원을 받고 고철로 팔았다. 서울시내에서 그동안 폐기된 화장실이 33개인 점을 감안하면 시민들을 위해 다른 곳에 쓰여야 할 30억원의 예산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무인자동화장실의 이용시간은 기본 10분이며 추가로 10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자치구에 따라 100원을 내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변기와 바닥이 자동으로 세척되는 시스템이지만 쓰레기를 치우거나 고장 수리를 위해서는 사람의 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무인자동화장실의 관리와 운영은 각 구청이 맡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대부분 업체에 위탁운영한다.

위탁업체 관계자는 “매일 청소를 하지만 시민들이 더럽게 이용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며 “청소인력이 상주하는 게 아니다 보니 민원처리가 다소 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휴지나 전구 등 소모품 교체부터 청소, 민원처리까지 하다 보면 적자나 마찬가지”라며 “ ‘울며 겨자먹기’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무인자동화장실을 개발하고 위탁관리까지 했던 업체도 운영을 포기했다. 시설이 노후했지만 비용부담 때문에 단순 고장 수리밖에 할 수 없다 보니 이용객은 줄고 수입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작성한 ‘무인자동공중화장실 현황’을 보면 지난 1월 현재 한 달 이용객은 최소 200명(영등포구 양평가로녹지)에서 최대 2760명(서대문구 해담는다리)이다. 개당 하루 평균 47명이 이용하는 셈이다. 이 중 하루 이용객이 10명이 되지 않는 곳도 있다.

퀵서비스 배달원 최모씨(35)는 “요즘은 지하철마다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는데 누가 거리 화장실을 쓰려고 하겠는가”라며 “하루 종일 거리를 돌아다니는 나도 이용하지 않는다. 괜한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서대문역 주변에서 노점상을 하는 배모씨(54)는 “애초 화장실을 설치한 위치 선정부터 잘못됐다”며 “지하철역이나 거주지, 빌딩 밀집지역보다 외국인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구청의 부실관리도 문제지만 함부로 사용하는 시민의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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