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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초등학교 화장실 가보니 환풍기는 고장, 천장서 물 뚝뚝 … “공중화장실만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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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23회 작성일 17-05-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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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화장실 가보니 환풍기는 고장, 천장서 물 뚝뚝 … “공중화장실만도 못해”

[중앙일보]
입력 2012.06.20 03:00 / 수정 2012.06.20 03:28

“앗~깜짝이야!”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1층 여자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한 여학생이 비명을 질렀다. 천장에서 떨어진 물을 맞은 것이다. 이 화장실은 올봄부터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다. 학교 측은 “바로 위층 여자화장실에서 물이 새는 것 같은데 천장을 뜯어봐도 원인을 알 수 없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층 남자화장실 벽에선 타일이 떨어져나가 시멘트가 드러났다. 형광등 네 개가 켜져 있지만 창문이 작아 어두컴컴했다.

1986년 개교한 이 학교는 10년 전 변기를 서양식으로 교체했을 뿐 그 후 보·개수를 못했다. 교육청에 지원을 요청해도 “수리한 지 얼마 안 됐다”며 지원 대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곰팡이 세면대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화장실 세면대. 거울과 벽 사이 틈으로 곰팡이와 실리콘 등이 눌러 붙어 있다(위 왼쪽)). 물 새는 천장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는 올봄부터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 천장 패널을 뜯어 놨다. 천장에 곰팡이가 피어 있다(위 오른쪽). 투명문 화장실 강북의 한 초등학교 여자화장실은 유리문을 통해 안이 들여다보였다. 사춘기 학생들에겐 민감한 문제다(아래 왼쪽).벽에는 낙서 학생들이 낙서를 해도 제때 지우지 못했다. 용역 직원 한두 명이 모든 화장실을 청소하기 때문이다(아래 오른쪽). [김성룡 기자]


 본지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대표 표혜령)와 함께 이달 초 서울시내 초등학교 10곳을 무작위로 뽑아 상태를 조사했다. 이 단체는 2004년 서울시내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했었다. 이번에 조사한 10개교는 8년 전 조사에서 A(우수)·B(보통)·C(열악) 등급 중 7곳은 B, 3곳은 C등급을 받았었다. 지금 이들 학교의 화장실 성적표는 어떨까. 8곳이 B, 2곳이 C등급이었다.

 ◆시간이 멈춘 화장실=시대에 뒤떨어진 시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조사에 동행한 정우진(72) 화장실연대 자원봉사자는 “학교 화장실은 아직 1990년대 수준”이라며 “공중화장실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익숙한 서양식 변기가 동양식 변기보다 많은 학교는 10곳 중 3곳에 불과했다. 학생 600여 명이 다니는 강북의 B초교는 불과 7년 전인 2005년에 재건축을 했다. 그런데도 남녀 대변기 92개 중 서양식 변기는 1개뿐이다. 이 학교 학부모는 “아이들이 집에서 비데 있는 양변기를 사용하는데 쪼그려 앉는 동양식 변기를 사용하기가 쉽겠느냐” 고 지적했다. 

 


 ◆관리도 안 되고=시설만큼 중요한 것이 관리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한두 명의 용역 직원이 화장실·복도·계단 등 학교 전체를 청소했다. 서울 강북의 한 초교 용역 직원 김모(45)씨는 “매일 22개 화장실을 청소하다 보니 물청소는 2~3일에 한 번밖에 못한다”고 말했다. 학교 화장실은 오후엔 난장판이 된다. 물이 잘 나오지 않아 대변기에선 악취가 났다. 화장실 입구에 비치된 화장지는 동이 났고 바닥은 너저분했다. 한 교장은 “교육청이나 구청에서 청소비를 지원해 주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환풍기가 돌아가는 화장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남의 C초교는 섭씨 30도의 무더위에도 화장실 창문을 꼭 닫고 있었다. 환풍기는 전기코드를 빼놨다. 창문을 열면 바로 뒤편 주택에서 “냄새난다”는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밖에서 보여요=강북의 D초교 여자화장실은 출입문이 투명유리였다. 복도 건너편 6학년 교실에서 화장실 내부가 들여다보였다. 6학년 여학생은 “복도에 있는 남학생들과 눈이 마주쳐 민망하다”고 말했다. 강남의 E초교는 화장실이 본관과 별관 통로로 쓰이고 있다. 화장실을 통과하지 않으면 옆 건물로 갈 수 없다. 교감은 “1층은 통행이 많아 소변 보는 남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중·고교 화장실도 비슷했다. 학부모 이미영(40)씨는 아침마다 중2 아들에게 꼭 집에서 볼일을 보게 한다. 이씨는 “아이가 냄새나고 화장지도 없는 학교 화장실에 공포증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009년 초·중·고생 530명을 조사한 결과 “일주일에 한 번도 학교에서 대변을 보지 않는다”는 학생이 10명 중 7명이나 됐다.

 강대희(예방의학) 서울대 의대 교수는 “불결한 화장실은 세균감염으로 인한 요도염을 유발하고, 학교에서 용변을 참다 보면 변비나 방광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성시윤(팀장)·천인성·윤석만·이한길·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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