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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왜 여자가 남자 화장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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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19회 작성일 17-05-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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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자가 남자 화장실에…

최수현 기자 paul@chosun.com

공공화장실 이용 외국인들 여성 청소원에 불편함 호소… 청소원들 "우리도 괴롭다"

캐나다에서 22년 거주해온 교포 김태수씨는 가끔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난감한 일을 겪는다. 여성 청소원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와 바로 뒤에서 자루걸레를 밀거나 "깨끗이 사용하라"고 당부를 하는 것이다. 김씨는 "주변 교포들과 외국인들이 한국에 갔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남자 화장실에서 만난 여성 청소원' 얘기를 많이 한다"며 "외국인들은 여성 청소원을 맞닥뜨리면 들어가지 못하거나 후다닥 뛰어나온다"고 했다.

남자 화장실은 왜 여성이 청소할까. 미국·유럽 등에선 남성이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이 당연하고 일본은 '여성이 청소 중'이라는 표지판을 입구에 세우고 문을 막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인권 침해·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는 화장실 청소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청소 용역업체들은 "나이 든 여성들이 생계를 꾸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자리인 데다 화장실 청소를 지원하는 남성들이 워낙 적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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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시민문화연대가 지난 2007년부터 지방자치단체 등에 보급하고 있는‘청소중’표시판. 남자 화장실을 여성 청소부들이 청소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화장실시민문화연대제공


외국인 승객이 많이 드나드는 인천국제공항은 외국인 민원이 자주 발생하자 5~6년 전부터 남성 청소원을 고용해 현재 남자 화장실 150개 중 144개를 남성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역·공중화장실은 대부분 여성이 청소한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의 경우 여성 청소원 7명은 화장실 청소를 겸하지만 남성 청소원 1명은 기계 작동·무거운 짐 운반만을 맡는다. 종로·청계천 지하상가의 경우 최근 1년 새 남성 청소원 서너 명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인천공항 시설환경팀 관계자는 "화장실 청소라는 얘기를 들으면 면접을 보러 왔다가도 그냥 돌아가는 남성이 많다"고 했다. 한 청소 용역업체 관계자는 "나이 든 여성의 경우 식당일이나 청소 외에는 다른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적은 임금으로도 고용이 가능하며 청소를 꼼꼼하게 하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했다.

지하철역에서 일하는 여성 청소원 이모(57)씨는 "우리도 민망하고 괴로운데, 여자가 왜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느냐며 욕하거나 거칠게 항의하는 남자들이 있다"며 "공중화장실은 이용자가 많아 금세 더러워지기 때문에 사람이 없을 때만 청소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려고 2007년부터 '청소 중 표지판 세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표지판을 무시하고 들어오거나 항의하는 이용자들이 많다고 한다. '여성이 청소 중'이라는 표지판 세우기 같은 간단한 수칙만 지켜도 여성의 남자 화장실 청소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 변신원 교수는 "화장실 청소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성별 고정관념, 같은 일을 해도 남자에게 돈을 더 줘야 하는 성별 임금 격차가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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