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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매일신문]민간화장실 개방, 대구의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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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42회 작성일 17-05-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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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화장실 개방, 대구의 현주소는
인구 250 도시에 겨우 100곳…'볼 일' 시∼원하게 볼 자유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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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화장실 인심이 박해졌다. 길을 가다 용변을 보고 싶을 때 갈만한 화장실이 없다. 대부분 문이 잠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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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청의 경우 자발적으로 개방한 민간 화장실에 대해 물품을 지원해 주고 있으며 안내 표시판도 설치해 주고 있다.


택시기사인 김모(45) 씨는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늘 스트레스다. 볼일을 보고 싶을 때 차를 잠시 세워두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급하게 소식이 오는 바람에 참을 수가 없어 도로변 가게에 들어가 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한 뒤 겨우 해결한 적도 있다. 김 씨는 “수분 섭취가 늘어나면 화장실 가는 빈도가 늘어나기 때문에 한여름에 물도 마음껏 마시지 못한다. 도로변 건물에 딸린 화장실은 대부분 문이 잠겨 있어 노상 방뇨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화장실 인심이 박해졌다. 길을 가다 용변을 보고 싶을 때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 거의 없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는 사람도 많다. 화장실 문을 꼭꼭 걸어 두는 바람에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다 주인에게 열쇠를 받아 화장실을 다녀 오는 것도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부족 현상은 대구시가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내국인도 찾기 힘든 화장실을 말 안 통하는 외국인이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장실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화장실 개방운동도 여러 차례 펼쳐진 적이 있다. 대구시는 2002 한·일월드컵, 2003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민간 화장실 개방운동을 벌였다. 또 2004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민간 화장실 개방운동이 상시화됐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왜 그런지 민간 화장실 개방 운동의 현주소를 점검해 봤다.

 

◆화장실 찾아 삼만리

동성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다운타운은 대구를 대표하는 번화가다. 하루 수만 명이 오가는 만큼 화장실 수요도 다른 곳보다 많은 지역이다. 기자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찾아보기 위해 동성로로 나갔다. 건물이 밀집해 있어 화장실 찾기가 쉬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대구백화점을 출발해 삼덕동~야시골목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수십여 곳의 건물을 들락거렸지만 문이 열린 화장실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한참을 헤매다 해장국을 판매하는 한 음식점 옆에 딸린 작은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열려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문을 당겨보니 역시 잠겨 있었다.

공용 화장실이 없는 건물도 많았다. 삼덕동에 있는 한 상가 건물의 경우 1층에 옷, 액세서리 등을 파는 2, 3평 규모의 가게 7개가 분할 입점해 있었지만 공용 화장실은 없었다. 1층 옷가게, 2층 레스토랑이 영업하고 있는 바로 옆 건물도 마찬가지. 건물 내 유일한 화장실은 레스토랑 내에 있는 것이었다. 고객은 말할 것도 없고 일하는 사람들도 급한 용변을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한 옷가게 직원은 “상가를 분할 임차하다 보니 매장 규모가 작아 자체적으로 화장실을 갖출 형편이 되지 않는다. 용변은 레스토랑에서 눈치 보며 해결한다”고 말했다.

◆자발적 개방은 100곳에 불과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 공원 등에 설치된 화장실은 의무 개방 대상이다. 민간 화장실 가운데 주유소, 시장 등에 딸린 화장실도 의무 개방 대상이다. 그 외 민간 화장실은 전체 화장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소유자 또는 관리자의 동의가 없으면 개방을 강요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의무 개방 대상이 아닌 민간 화장실을 대상으로 개방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자발적으로 개방을 한 민간 화장실에 대해서는 구·군에서 지원도 하고 있다. 수성구청의 경우 휴지, 비누 등 연간 20만~3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한다. 또 시민들에게 개방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안내 표시판도 설치해 주고 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화장실을 개방한 곳은 많지 않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100여 곳이 개방 운동에 동참한 상태다. 인구 250만 명의 도시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북구의 경우 개방을 한 곳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왜 개방을 꺼리나

가장 큰 이유는 관리의 어려움 때문이다. 삼덕젊은이성당의 경우 2005년 담장을 허물면서 화장실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화장실 개방도 종교단체가 할 수 있는 사회봉사의 하나라는 판단에서였다. 성당 측은 처음 24시간 화장실을 개방했지만 몇 개월 안 돼 방침을 철회했다. 무분별하게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정상적인 관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술 취한 사람들이 화장실을 훼손할 뿐 아니라 성당 마당에서 추태를 부리는 사태도 발생했다.

2008년 성당은 또 한 번 24시간 개방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6개월 만에 중단했다. 변기가 파손돼 두 번이나 교체했을 정도로 공중도덕이 문란해 24시간 개방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삼덕젊은이성당 화장실은 평일 오전 7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7시~오후 11시 사이에 개방된다. 개방 시간을 단축해도 문제는 많다. 매일 오전 6시 깨끗이 청소를 한 뒤 개방을 하지만 이내 더러워진다. 휴지, 비누 등이 없어지는 것은 다반사다. 화장실 문이 파손되거나 변기에 이물질을 넣는 바람에 막히는 경우도 많다.

성당 관리인은 “청소를 위해 화장실에 가면 난감할 때가 많다. 특히 술자리가 많아지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아침에 청소를 한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불결하다. 여기저기 구토 흔적이 있고 변기에 오물이 묻어 있는 경우도 많다. 화장실 개방 후 물, 휴지, 비누 등의 사용량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화장실 개방 운동 실무를 담당하는 구·군 관계자들도 민간 건물 소유주들이 화장실 개방을 꺼리는 주된 이유는 관리 문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많은 건물주들이 취지는 공감하지만 동참은 하지 못하고 있다. 개방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관리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소는 둘째 치더라도 물품 도난, 파손, 훼손 등을 가장 많이 걱정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화장실을 개방하더라도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다. 동성로에 있는 한 퓨전일식집은 새벽 4시까지 화장실을 개방하지만 이를 알리지 않는다. 손님과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화장실 개방 사실을 알고 있다.

 


화장실 표시를 해 놓지 않은 곳도 있다. 치과, DVD방 등이 입점해 있는 동성로의 한 4층 건물에는 공용 화장실이 있지만 화장실을 알리는 표시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심지어 화장실 입구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를 붙여 놓아 마치 사무실처럼 위장(?)해놓고 있다.

행정의 일관성 부족도 민간 화장실 개방 운동이 부진한 원인이 되고 있다. 민간 화장실 개방 운동이 구·군 자체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제각각이다. 수성구청의 경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개방 운동을 전개했지만 남구청은 올 들어 개방 운동을 시작했다. 북구청은 조만간 추진하겠다는 계획만 세워둔 상태다.

개방 화장실에 제공되는 지원도 턱없이 부족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구·군마다 소량의 소모품을 지원해 주고 있는데 좋은 유인책이 아니다. 비누 몇 장, 휴지 몇 통 받으려고 화장실을 개방하는 사람은 없다. 개방한 곳과 개방하지 않은 곳이 차이가 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개방한 곳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개방 화장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과제는 공중도덕 개선

민간 화장실 개방운동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시민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상희 삼덕젊은이성당 주임신부는 “화장실 개방 후 좋아진 점도 많다. 노상 방뇨가 줄어들어 거리가 한결 깨끗해졌다. 또 성당 주변 상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도 편해졌다. 하지만 시민의식이 부족한 일부 사람들 때문에 이런 장점을 살릴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사회가 밝아질 수 있다. 화장실을 개방하는 쪽에서는 관리 수고를 조금 더 한다는 각오를 하고, 시민들은 내 집 화장실처럼 깨끗하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구가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기본이 잘 갖춰져야 한다. 화장실 문화도 기본이다. 민간 화장실을 개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지자체가 유료 화장실을 만드는 것도 화장실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혁동 대구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과거에 비해 시민의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일부 사람들이 문제다. 소수의 잘못으로 인해 화장실을 개방했다가 다시 닫은 경우도 많다. 시민의식은 하루 아침에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화장실 문화개선 운동을 꾸준히 전개하는 한편 개방 화장실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개방 화장실에 청소 서비스를 제공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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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8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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