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화장실 휴지통, 있어도 없어도 문제?…무늬만 '여성용품 수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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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휴지통, 있어도 없어도 문제?…무늬만 '여성용품 수거함'
서울 강남역 내 화장실의 한 여성용품 수거함. 누군가 버린 비닐 쓰레기가 입구를 막고 있다. /사진=윤은별 인턴기자 |
"이거 그냥 쓰레기통이죠 뭐. 음료수통도 끼워넣고 일반 쓰레기도 엄청 나와요"
지하철 화장실 청소미화원 김모씨(63)는 역내 화장실마다 비치된 '여성용품 수거함'을 비우며 한숨을 내뱉었다. 김씨는 "화장실 칸마다 있던 휴지통이 없어지니 훨씬 깔끔해져서 좋긴 하지만, 이제는 이 작은 통을 치우는게 또 일이 됐다"며 "그냥 휴지통처럼 쓰는 사람들이 많아 (여성용품 수거함이)제 역할을 하고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성용품 수거함, 쓰레기통 아냐"
30일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공중화장실법 시행령에 따라 지난 2018년 1월 1일부터 공중화장실 칸막이 내에 휴지통을 모두 없앤지 1년 반이 흘렀다. 당시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화장실 휴지통 때문에 생기는 악취나 해충 등을 막고자하는 취지로 시행됐다. 대신 세면대 옆 일반 휴지통을 배치하고, 여자화장실의 경우 여성용품 수거함을 따로 설치해 생리대 등을 버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휴지통을 없앤 이후 대안으로 설치된 여성용품 수거함이 일반 휴지통과 다를바 없이 사용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서울시내 곳곳의 공중화장실에 설치돼 있는 여성용품 수거함엔 쓰레기와 휴지더미 등이 가득차 있는 모습이었다. 입구가 작다 보니 큰 쓰레기를 넣으려다 깨진 수거함도 종종 눈에 띄었다.
서울 강남역 청소미화원 김모씨(61)는 "확실히 휴지통을 없애고 나서 휴지는 변기에 버리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여성용품 수거함에서)옷 산 비닐봉지나 스타킹 등 다른 쓰레기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속터미널역 청소미화원 이모씨(56)도 "생리대 같은 쓰레기 때문에 생긴 통인데 휴지나 비닐 등을 쑤셔넣고 가는 경우가 아직 많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공중화장실. 이름은 '여성용품 수거함'이지만 일반 쓰레기통과 다를바 없다. 주변엔 쓰다 버린 휴지들이 널려있다. /사진=오은선기자 |
■"꾸준한 홍보, 시민의식 생길 것"
일반 쓰레기통을 칸막이마다 두고 '여성용품 수거함'이라는 용어만 붙여놓은 화장실도 있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쓰레기통 형태의 수거함이다 보니 근처에는 쓰고 버린 휴지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이었다.
지자체는 공중화장실이 아닌 민간 건물에서의 여성용품 수거함 설치는 권고사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등 공중화장실의 경우 법령을 통해 휴지통 없애기·여성용품 수거함 설치가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민간 건물에까지는 의무화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자체적으로 홍보와 캠페인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숙한 화장실 시민의식이 뒷받침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휴지는 변기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문화가 습관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여성용품 수거함도)시간이 지나고 홍보도 꾸준히 하다보면 금새 시민의식이 함께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 윤은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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