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기고]탄소 중립 시대의 화장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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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눈만 뜨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인공지능, 로봇, AI 등은 이미 우리 생활 속으로 가까이 와 있다. K방역, 코로나, 펜데믹, 메타버스 등등 몇 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도 없던 일들이 매일매일 눈앞에 펼쳐진다.
최근에는 부쩍 기후환경 변화와 탄소중립의 물결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는지 가늠하기 어렵게 다가오고 있다. 언론매체와 전문가들은 어떤 무서운 결과로 지구상에 도래할지 모른다고 한다. 스쳐지나가 버리는 변화의 하나로 넘기기에는 두려움이 크다.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회복할 수 없게 된 지구환경을 그대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과 단체, 개인 모두가 크고 작음을 떠나, 내 일 네 일을 떠나,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찾아내어 실천해야 할 시간이다. 화장실문화를 가꾸는 일을 해 온 우리 단체도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계속 진행해왔지만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탄소중립’을 위해 화장실에서의 작은 실천들을 해나가려고 한다. 그 중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화장실에서 화장지를 조금만 적게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 까짓 화장지를 가지고 째쩨하게 적게 써라, 아껴 써라 하느냐며 차라리 다른 큰 걸 절약해야지’라는 말을 듣게 된다. 탄소중립은 큰 기업들이나 해야 할 일 아니냐고도 한다. 그러나 화장지가 별것 아닌 것이 아니다. 화장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베어지고 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화장실용 화장지 한 칸은 대략 11cm다. 우리단체가 1인당 화장실 휴지 사용 조사를 했을 때, 적게 사용할 때 소변 시에는 60㎝, 대변 시에는 120㎝를 사용한다. 화장실 화장지부터 한 칸~두 칸씩 아껴 쓰면 30년을 키운 나무를 덜 베어도 되므로 기후환경에 기여하는 것이다.
둘째, 화장지 제작 업체에 드리는 부탁이다. 공중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둥근 두루마리 화장지가 최소 20㎝정도에서 쉽게 끊어져야 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화장지는 끊어지는 선이 확실하게 있는데 비해 공중화장실의 큰 둥근 화장지는 끊어지는 선이 희미하거나 아예 없다. 사용 시에 휴지 끝을 잡아 당기면 드르륵 하고 내려와 소변 시에도 70~100㎝가 풀린다. 절취선을 수월하게 만들어놓으면 화장지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화장지는 거의가 30년 이상을 키운 나무를 베어 만든다. 우유팩 등을 활용한 재활용 화장지는 극히 일부다. 이런 작은 부분 하나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면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탄소배출 줄이기가 가능할 것이다.
셋째, 공공 화장실 설치 시 천창을 내어 햇빛을 끌어들여야 한다.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자가 전기발전등도 화장실 내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화장실 용변기의 물 사용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환경부 수도법 시행규칙은 양변기 1회 물 사용량이 6ℓ를 초과할 수 없는 구조로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칙에 의거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변기 물 사용에 대체로 6ℓ 변기를 부착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12ℓ 이상의 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구의 온도상승, 기후환경 위기, 탄소중립, 그린 뉴딜, 탈석탄에너지 전환 등등 이 어려운 말들이 이제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는 어렵지 않다. 기후환경 위기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매일 매일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인 화장실의 개선을 위해 화장실문화운동을 시작한지 23년, 환경과 기후에 대해 느끼고 겪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아주 쩨쩨한 실천 하나하나가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작은 힘이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
경상일보 webmaster@ksilbo.co.kr
출처 : 경상일보(http://ww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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