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지 공중화장실 아직도 `더럽다' (창원=연합뉴스) 정학구.최병길.김영만 기자 = "그 지방자치단체의 수준을 알려 면 공중화장실을 가보라"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불편한 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언어.교통 과 함께 여전히 화장실을 단골로 꼽는다.
좀처럼 쉽게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부족할 뿐 아니라 있더라도 그다지 이용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불쾌감을 준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처럼 불편하고 지저분한 공간으로 대표되던 공중화장실이 점차 깨끗하고 아 름다운 곳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새로 지은 경남 거제시 장목면 농소해수욕장 공중화장실은 외벽을 몽돌로 꾸며 곡선미를 살리고 목재로 된 내부 칸막이, 황토빛 천연색 바닥 콘크리트, 죽순 재질로 만든 물탱크에다 쾌적한 샤워시설까지 갖췄다.
2006년 공룡 세계엑스포를 개최하는 고성군 회화면 당항리 당항포 관광지내 공 룡알 모양을 한 특이한 공중화장실에는 장애인과 유아용 편의시설은 물론 기저귀를 교체하는 공간까지 꼼꼼히 마련했다.
이들 공중화장실은 깔끔하고 쾌적한 내부 인테리어와 함께 무엇보다 주변 경관 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관광지 풍경을 살리는 장식공간으로 오히려 지역민 들에게는 자랑꺼리이자 관광자원으로 자리잡았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중화장실과 달리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지역 고속버스 터미 널 공중화장실을 비롯해 시내 대형상가 화장실 등지에는 출입문 조차 손대기 싫을 정도로 비위생적이고 악취가 진동하는 곳이 허다하다.
최근 창원 고속버스터미널 공중화장실을 이용했던 김모(40.창원시 신월동)씨는 "휴지조차 없어 돈을 주고 휴지까지 구입해 화장실에 있는 동안 악취로 거의 숨쉬 기 조차 힘들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 자치단체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란에 한 네티즌들은 공중화장실에 대해 '화장지 없는', '수압이 약해서 칸마다 배설물로 가득한', '세면대에서 손 씻으면 오히려 더 더러워질 것 같은' 등으로 표현했다.
지자체 공중화장실에 대한 명암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들이지만 아직도 깨끗하 고 아름다운 곳보다 더럽고 칙칙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공중화장실의 현주소 다.
그동안 일부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중화장실 만들기'가 호응을 얻으면서 올해부터 정부 차원에서도 나름대로 본격적 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29일 제정되고 지난 7월 30일부터 시행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시설과 공공용시설, 일정규모 이상의 법인.개인시설에는 공중화장 실을 전체 연면적 33㎡(10평) 이상 설치토록 의무화하는 등 설치기준과 단속근거 도 마련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내 중심지와 도로변 등지에는 공중화장실이 절대적으로 부족 할 뿐 아니라 있더라도 시설기준에 맞는 장애인 화장실을 비롯해 노인, 어린이, 여 성을 위한 편의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시간대별로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관리인을 지정, 배치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 스스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로 사용하는 선진의식도 필수적이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상임대표는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화장실은 이제 생활 속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며 "진정 가게장사가 잘되기를 원하거나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화장실부터 바꿔라"라고 말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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