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05 [커버스토리]클린 화장실 ‘떴다!청소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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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익숙한 동작으로 화장실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 후 휴지와 담배꽁초 등 바닥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치웠다. 이어 물통에 세제를 풀어 변기와 세면대, 바닥, 거울 등을 박박 문질러 닦았다. 좌변기 8칸과 세면대 4개, 장애인 변기 1개와 파우더룸이 있는 여자 화장실을 청소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여분. 이들의 이마엔 어느새 땀이 맺혔다.
봉사대에서 2년째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주부 김일순씨(55)는 “지난 2년 동안 공중 화장실이 많이 깨끗해진 것을 볼 때면 보람을 느껴요”라고 말하면서도 “물을 내리지 않거나 바닥에 침을 뱉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 아쉽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자원봉사자 박순자씨는 “예상과는 달리 남자화장실보다 여자화장실이 더러워요. 아직은 실외에서 흡연하는 걸 꺼려하는 여성들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보니 담배꽁초, 침 등으로 더럽히는 경우가 많죠”라고 했다.
이들은 한 지하철 화장실 벽에 붙어있는 화문연의 스티커 문구,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를 보고 반해 자원활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공중 화장실 청소를 하다보니 자신들의 집 화장실을 더욱 깨끗하고 쾌적하게 관리하게 돼는 덤도 얻었다고.
“남이 더럽힌 화장실을 치우다보니 제 자신에게 더 엄격해지더라고요. 집 화장실엔 꽃도 꽂아 놓고 책도 놓고,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박씨의 말이다. 종묘공원은 노인 또는 노숙자들이 몰려 있고 근처에 상가들이 밀집해 있어 화장실 이용자수가 많다. 하루에 대략 2,000~3,000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종묘공원측은 추정했다. 두 시간 간격으로 공원 직원이 청소를 해도 깨끗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이럴 때 봉사대의 손길은 이곳 화장실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봉사대는 2001년 10월에 조직돼 3년째 활동 중이다. 3~4명이 한 조가 돼서 서울지하철 5~8선의 화장실을 하루 평균 5개씩 매일 청소한다. 또 실외 공중화장실은 ‘더러운 화장실’로 신고가 들어오거나 종묘공원 화장실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한 달에 두 번 손을 봐준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사무국장은 “화장실은 모두가 깨끗이 써야지 한 사람이라도 더럽게 사용하면 그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도 더럽게 쓸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중화장실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길거리에서 일을 봐야겠죠. 그러니 공중화장실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모두 내것처럼 사용해야죠.” 화장실 시설은 좋아졌지만 시민들의 이용의식은 아직 미흡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그는 말했다.
〈글 임영주·사진 정지윤기자〉
최종 편집: 2004년 03월 04일 16: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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