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세, 학비 다 내주는 너를 잊다니...'
요즘 웬만한 화장실은 무척 깨끗하지요. 10년 만에 놀라운 변화에요. 그 뒤에서는 묵묵하게 화장실을 청소하였던 분들이 있었지요. 악취 나고 더러운 화장실에 웃음꽃을 피우게 하였던 청소원들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기분 좋게 화장실을 들어갈 수 있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가장 지저분한 곳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어렵지요.
시민들을 대신하여 화장실 관리인들의 공로를 칭찬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오는 3일(수) 오후 2시 서울시청별과에서 제 9회 우수화장실 관리인 시상식이 예정되어 있지요.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에서 후원하는 이번 시상식에서는 권역별로 한 명씩 총 8명에게 상을 주지요.
행사를 주관하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를 찾았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말을 화장실에 정착시킨 시민단체지요. 바쁜 중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준 표혜령 상임대표를 만나 시상식의 의미와 앞으로 화장실문화운동의 방향을 들어봤습니다.
"청소원 공로를 인정하고 싶어 시상식"
▲ 표혜령 상임대표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상임대표는 화장실관리인을 배려해야 더 나은 화장실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네요. ⓒ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 우수화장실 관리인 시상식 벌써 9회나 되었네요. "저희 단체가 1999년 12월 13일에 창간했지요. 보통 창간기념식은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먹고 마시는 행사가 되기 쉽지요. 그때 저희는 화장실관리인들을 불러서 칭찬해주고 상을 주자는 취지로 2000년 12월 13일부터 우수화장실을 시상을 한 거예요. 그러다 2006년부터 행정자치부에서 지원을 해주었지요."
- 관리인들은 어려운 여건에서 일을 하면서도 그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지요. 화장실 관리인은 음지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죠. 화장실이란 곳이 사람들이 먹고 마신 것들, 찌꺼기를 처리하는 곳이지요.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힘써준 관리인이 있었기에 화장실이 깨끗할 수 있지요. 청소원이 하루라도 안 들어가면 엉망이 되지요. 이러한 시상식으로나마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싶었어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동상 걸리면서 고생하고 있어요. 시설 열악한 곳이 아직 많아 고생하는 관리인들 많으시죠. 그러나 많은 경우 80~100만원 안팎의 적은 돈을 받아 안타깝지요. 또한, 아직 사용자들의 의식수준이 성숙하지 않았어요. '내가 더럽게 써야 네가 청소하는 거 아냐'라는 사람도 있어요. 화장실은 생활 속에 문화공간이지요. 소중한 문화의 한 공간으로 청소하는 관리인 배려하였으면 좋겠네요."
- 시상식을 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꼈나요?
"저희 게시판에 글 하나가 올라왔어요. 상을 받은 관리인의 딸이었어요. 어머니가 상을 받으러 간다고 하자, '뭐 좋은 일이라고 상까지 받느냐'고 싫은 소리를 했대요. 다음 날 어머니는 딸을 불러놓고 같이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더래요.
'얘야, 엄마는 더 이상 그냥 청소원이 아니야, 관광산업의 역군이야. 나는 이제 긍지를 갖고 일을 하고 있단다. 부끄러워 말아라. 이 상장을 봐라, 내 공로를 알아주고 이렇게 상도 주었단다'라고 말을 하시더래요. 그 말을 들으며 딸은 가슴으로 울었다고 글을 올리셨어요. 그 글을 보고 저희도 울면서 문을 닫기 전까지 계속 이 일을 해나가리라고 다짐하였지요. 그 밖에도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날도 오네요'라며 기뻐하실 때 보람을 느낍니다."
- 평소에는 관리인들 교육을 많이 나가시겠네요.
"지역 마다 돌아다니면서 교육을 하지요. 9년 전 교육할 때 많은 관리인들이 희망이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 교육을 해보면 관리인들이 많이 달라졌지요. 어떤 분은 보석처럼 관리를 한다고 해요. 자신이 반지를 잊어버려 화장실 일에 소홀했다고 반성했대요. '집세, 학비, 공과금을 내주는 곳, 그런 화장실을 잊을 뻔했구나'라며 화장실을 보석같이 여기고 다시 청소를 했대요.
어떤 분은 고객을 왕처럼 모시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청소를 한다고 하시죠. 이렇게 관리인 의식 수준 높아졌지요. 그만큼 사용자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야 하고 화장실 사용문화도 더 성숙해져야 하겠지요."
"문화화장실, 명품관리인, 한류브랜드로 키우고 싶어"
▲ 제 9회우수화장실 관리인 시상식 그동안 뒤에서 묵묵히 화장실관리를 해온 관리인 시상식이 올해로 9회를 맞네요. ⓒ 이인 우수화장실관리인
- 앞으로 계획은 ?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고, 도리어 앞서가는 화장실이 생겨나고 있어요. 화장실은 한류브랜드로 키우고 싶습니다. 문화화장실, 대한민국의 또 다른 브랜드가 되겠지요.
보이는 화장실만 좋아졌지 아직 보이지 않는 곳에는 열악한 화장실들이 많지요. 화장실 개선 사업도 계속 할 겁니다. 관리인 교육을 꾸준히 하여 일할 때는 멋지게 최선을 다하는 '명품 화장실 관리인' 되는 게 목표입니다.
문화의 어원은 '경작하다', '나누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왔지요. 문화도 마찬가지로 서로 나누고 함께 공감해야 문화지요. 문화는 베풀고 같이 누려야 하겠지요.
그렇기에 열악한 화장실 지원해주고 관리인을 배려하는 것이 화장실문화의 참뜻 아니겠습니까? 하나하나 소시민 눈으로 화장실을 챙겨서 국민 행복지수를 더 높이고 싶습니다." 전국 최우수관리인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는 분들입니다. 박동수(경기도청 수원시/장애인 복지회), 박상평(전북도청 고창읍/상설시장내 관리인), 이정자(서울특별시 성북구청/상월곡동 공중화장실 관리인), 정현숙(인천국제공항/청사 여객 터미널 관리인), 여점남(한국도로공사/만남의광장 휴게소관리인), 이종근(철도청/용산역, 서울역 관리인), 김노춘(서울메트로/영등포구청역 관리인), 강숙자(대전도시철도공사/대전역사내 화장실관리인) 그리고 우수화장실 관리인으로 251명이 시상 예정입니다.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는 말이 보이네요. 화장실마다 들어가면 붙여져 있는 말이지요. 화장실을 쓸 때 아름다운 사람들이 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깨끗한 화장실은 청소하는 사람들만의 힘으로 되지 않지요. 화장실을 한 번 이용하고 마는 것이 아니지요. 화장실을 어떻게 쓰고 있으며 다음에 쓸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지 이용자들이 살펴보았으면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