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3) 여자가 男화장실 청소해야 하나요
마음 편히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던 신모씨. 그의 발 밑으로 대걸레가 불쑥 들어온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대걸레의 주인은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아닌가.“앗 깜짝이야. 아주머니, 여긴 남자화장실이라고요.”
●48.6%“여자보다 남자화장실 관리가 어려워”
남자라면 한 번쯤 이런 민망한 상황을 겪어봤을 것이다. 많은 남자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청소부 아주머니(이하 여성 관리인)를 피해 조심조심 일을 봐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그러나 여성 관리인들도 나름의 애환이 있다. 화장실 청소에다가 남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참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고 싶겠어요? 우리도 여자인데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내 직업이니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거죠.” 2007년 문화관광부가 화장실 관리인 2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48.6%가 “여자 화장실보다 남자 화장실을 관리하는 게 더 어렵다.”고 답했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남성 관리인보다 여성 관리인이 훨씬 많다는 데에 있다. 서울 지역 공중화장실의 청소부의 남녀 비율은 약 7대3 정도로 여자가 훨씬 많다.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여자의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청소안내판세우기 캠페인 정착을”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 일본의 경우 사전예고제를 실시한다. 화장실 입구에 ‘지금부터 여성 관리인이 화장실을 청소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세워두는 것. 여성 관리인이 불쑥 나타나 민망한 일이 생기지도 않고 관리인 입장에서도 청소할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청소안내판세우기 캠페인을 시작한다. 서울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우선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시민연대 표혜령 대표는 “사소한 표현의 문화가 이용자나 관리인 모두를 편하게 해줄 수 있다.”면서 “특히 이 캠페인은 여성 관리인이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이용자와 관리인이 모두 편리한 화장실을 만들 수 있다. 뚜껑 있는 작은 휴지통을 하나씩 두면 이용자는 냄새가 없는 쾌적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고 관리인의 입장에서도 청소가 편해진다. 표 대표는 “화장실 개선 사업이 지금까지 관리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모두의 의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