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화장실문화 만들기 운동> 아름다운 화장실 만들기 ‘한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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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화장실문화 만들기 운동>
아름다운 화장실 만들기 ‘한뜻’
<7-2> 화장실 변혁 앞장 3人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한국의 공중화장실 문화는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를 계기로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월드컵을 앞둔 1990년대 말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민간단체들이 힘을 합쳐 화장실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바꾸자는 운동을 펼쳤다. 이는 국민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화장실 혁명을 이끌어냈고, 2007년 현재 한국이 세계화장실협회(WTA) 창립을 주도하는 위치에 오르는 데 큰 힘이 됐다. 이 과정에서 심재덕 한국화장실협회장(현 WTA 창립대회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수많은 ‘화장실 문화 전도사’들이 활약했다. 특히 화장실문화시민연대(화문연)의 표혜령(57) 대표와 문화시민중앙운동협의회(문민협)의 이수홍(78) 회장은 공중화장실 문화를 개선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또한 정숭렬(70)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쾌적한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데 앞장섬으로써 ‘화장실 문화의 개척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119봉사대’ 운영… 거리캠페인 전개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 표혜령 대표는 1997년에 청소년들이 길에 침 뱉기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침 안뱉기 운동’을 펼치다가 화장실 문화운동을 시작했다. 침 뱉는 일이 화장실에서 제일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표 대표는 1999년 시민운동가들과 함께 화문연을 창립해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고, 지난 2004년부터는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좋은 화장실을 만들려면 3대 요소가 필요합니다. 즉 편리하고 안전한 시설, 깨끗하고 쾌적한 관리, 사용자의 올바른 시민의식이죠. 화문연은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22개 프로그램을 전개했습니다. 공공기관 화장실 문열기 운동을 펼치는 한편 낙후된 화장실을 청소하는 119봉사대, 행복한 실버 봉사대 등을 운영했습니다.”
화문연이 무엇보다 중점을 둔 것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민 의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수많은 거리 캠페인과 시민 대상 교육을 통해 공중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것이 문화 시민의 척도라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켰다.
“캠페인의 구호로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를 내세운 것이 큰 효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화장실 관리나 사용자의 시민의식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표 대표는 “올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WTA 창립대회가 화장실 문화운동을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한국의 화장실이 명실공히 세계의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9년째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시상
◆“청결한 환경은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 이수홍 회장은 1997년 문민협이 발족할 때부터 임원으로 활동해왔고, 지난해 8월에 회장직을 맡았다. 문민협은 국민들의 공동체적 시민의식을 높이자는 취지로 창립 이후 친절, 질서, 청결운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화장실문화운동은 이중 청결운동에 해당한다. ‘청결한 환경은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라는 기치 아래 위생적이고 쾌적한 화장실을 가꾸자는 운동을 전개해왔다. 전국 화장실 관련 담당자 교육을 실시했고, 청결봉사대도 가동해왔다
문민협은 또한 공중화장실 설계 공모전을 열어 우수작을 시상하는 한편 설계도가 필요한 공공기관에 무료로 제공해왔다. 올해 9년째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대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문민협의 최고 자랑거리다.
전국 각지에 있는 우수한 화장실들이 경쟁적으로 응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민협의 각종 활동 과정에서 이 회장의 리더십이 결정적 역할을 해 온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이 회장은 “WTA 창립대회를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올해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시상식을 WTA 창립대회 개막식이 열리는 11월22일 오후에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민협은 국내의 우수 화장실과 세계 각국의 화장실 사진을 패널로 만들어 보여주는 전시회 역시 WTA 대회장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KOEX)에서 열 계획이다. 이 회장은 “11월 17일엔 코엑스에서 WTA 대회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우리 전통 굿으로 ‘측간(화장실) 귀신’을 위문하는 행사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道 휴게소 화장실 호텔급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호텔급으로” = 정숭렬 전 도공사장은 지난 1998년 취임 직후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개선하기 위해 임원들과 토론을 벌였다. 군 장성으로 예편한 후 중앙고속사장을 지냈던 정 사장은 일본 고속도로 시설을 견학한 후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의 열악한 환경을 꼭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당시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은 대부분 지저분하고 냄새가 심했다.
그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호텔급 시설로 바꾸자”며 “24시간 세미클래식 음악이 흐르게 하고, 좋은 향기가 날 뿐 아니라 시와 그림을 감상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임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임원들뿐만 아니라 휴게소업자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화장실을 개선하는 데 수천만원의 돈이 들어갈 것을 염려한 휴게소업자들은 그의 생각이 돈키호테적이라며 공공연하게 비웃었다.
그는 전국 100여곳 휴게소의 업자들을 모아놓고 하소연했다. “여러분께서 좋은 화장실을 만들면, 고속도로 이용객이 늘어날 것이니 선(先)투자를 하는 셈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께서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는 국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간절한 설득이 통해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은 급속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환경부장관이 찾아와 벤치마킹을 해 갈 정도였다.
그는 “화장실 문화 개척자라는 별명을 듣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WTA 창립대회가 성공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WTA 조직위는 정 전 사장을 자문위원으로 곧 위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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