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화장실에 女미화원…‘한국식 관행’ 바꿀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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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화장실에 女미화원…‘한국식 관행’ 바꿀 수 없나요?
[2007.01.17 08:00]
[쿠키 사회] 한국 남성이라면 한번쯤 화장실에서 ‘청소하는 아줌마’와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소변을 보다가 여성 미화원과 맞닥뜨리면 적잖이 당황스럽다. 여성도 화장실에서 ‘청소하는 아저씨’와 마주친다. 신모(25·여·회사원)씨는 “남성 미화원이 화장실에 들어서면 깜짝 놀라게 되고 행동도 조심스럽다”며 “하지만 한국적 상황이라 생각해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화장실문화시민연대는 지난 11일 ‘화장실 사용시 관리인 성별로 인한 문제점과 대안 모색’이란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 조영숙 서울메트로 삼각지영업사무소 차장, 안길광 동대문구청 청소행정 담당관, 이명자 전 서울시 여성화장실관리인회장, 캐나다 교민 김태수씨, 화장실문화 시민 모니터 요원들이 참석했다.
김태수씨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선 인권침해 뿐 아니라 성희롱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여성 미화원이 남자 화장실에서 겪게 되는 수치심을 문제삼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수십년 된 관행이지만 악습이므로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 남녀 화장실은 출입구가 하나뿐이거나 마주보고 있는 경우도 많아 용변을 보는 공간이 서로에게 노출된다”며 “남녀 화장실 입구를 정반대편에 만들어 사용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여년간 공중화장실을 청소해온 이명자 전 회장은 “환경미화원 배우자를 둔 여성의 경우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그 부인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미화원에 우선 취직하게 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여성 관리인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게 됐다”며 “여성 미화원으로서 남성 화장실을 청소하는 동안 수치스런 경험을 셀 수 없이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또 “30∼40년 전만 해도 화장실 출입자가 느낄 심리적 불편까지 배려할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화장실 문화가 개선됐기 때문에 이젠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안길광 청소행정담당관은 “화장실 관리 예산과 인력을 줄이는 추세여서 공공기관이 화장실 관리인을 남녀 두 명씩 두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인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남성 관리인보다 여성 관리인을 채용하는 게 한국 상황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안 담당관은 “한국 화장실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환풍기를 훔쳐가고 화장실에서 불을 피우는 노숙자가 많다”며 “화장실 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 할 시민의식이 먼저 향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 결과는 ‘남자화장실은 남성이, 여성화장실은 여성이 청소·관리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청소관리인이 지방자치단체 조례 및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소규모 화장실에까지 남녀 관리인을 각각 두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공중화장실에는 남녀 관리인을 모두 두도록 제도화하고 ▲여성 혹은 남성 관리인이 출입할 경우 ‘청소 중 -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여성(남성) 관리인이 청소 중이오니 다른 화장실을 이용해 주십시오’ 등이라고 적힌 팻말을 만들어 배급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행정자치부측은 이런 내용에 공감하고 있으며 정책에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화장실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민병대 행자부 서기관은 16일 “시민단체와 협의해 팻말을 제작하고 관련 정책을 홍보할 계획”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 화장실에 남녀 관리인을 모두 채용하는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로 정해 관리하는 부분이므로 지자체에 적극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성 기자 me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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