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 화장실 청소 환경미화원 최복례씨 “공공시설 소중히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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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째 화장실 청소 환경미화원 최복례씨 “공공시설 소중히 생각해 주세요”
[국민일보 2006-11-12 20:07]
서울시 전농4동 주민들의 쉼터이자 놀이터인 ‘마을마당’에는 공중화장실이 있다. 그러나 여느 공중화장실과는 청결에 있어서 ‘차원’이 다르다. 세면대 소변기 와변기 바닥 거울 등 모든 곳에서 빛이 난다. 세면대에 물 한방울 흘린 흔적조차 없다. 환풍기마저 반짝거린다. 마치 새로 설치한 것들 같다.
이 화장실의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최복례(54·동대문구청 소속)씨의 손길이 하루 종일 쉬지 않은 덕분이다.
최씨는 이곳을 쓸고 닦는 데만 하루 5시간 이상을 쏟아붓는다. 손걸레에 세제를 묻혀 와변기 9곳,남자소변기 4곳,세면대 2곳,양변기 1곳을 일일이 청소한다. 마른 걸레로 마지막 물기 한 방울까지 훔쳐낸다. 구정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최씨는 지난 6년동안 일요일만 빼고 매일 이곳을 이렇게 청소했다. 화상 흉터 자국이 선명한 최씨의 손마디,손바닥에는 굳은 살이 가득했다. 최씨는 22세 때 다니던 회사에서 불이 나 얼굴과 팔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최씨는 결혼 뒤 아들을 낳고 뒤늦게 환경미화원이 됐다. 생활고 때문이었다. 일이 녹녹치 않아 수백 번 그만두고 싶었지만,공중화장실 청소일을 한 지 어느덧 22년째다.
화장실 문화가 이전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추태를 부리는 사람들은 여전하다고 최씨는 말한다. 변기와 창문, 세면대 등을 부숴놓고 담배 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다반사다. 여기저기 구토물에,멀쩡한 휴지를 세면대 물에 처박기도 한다. 심지어 환풍기를 떼가기도 하고 공중화장실에서 물을 길어다 쓰는 사람들도 있다.
최씨는 그런 것은 수리하고 청소하면 되지만 화장실에서 폭행이나 성폭력 등 범죄가 일어날까봐 늘 조마조마하다.
최씨는 13일 행정자치부와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공동 시상하는 ‘제7회 전국 우수 화장실관리인’ 상을 받는다. 전체 254명 수상자들을 대표해 바람직한 관리인의 자세를 다짐하는 선서자로도 나선다. 최씨는 1·2회 때도 이 상을 받았다.
“저보다 더 열심히 화장실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이 많아 상 받는 게 부끄럽다”는 최씨는 시민의식이 좀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공중화장실 건립과 유지?보수 비용이 모두 시민들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인 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옛날에는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내 일이 너무 행복하다”면서도 “다시 직업을 갖는다면 이 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쿠키뉴스 김민성 기자 me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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