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현장조사 ‘부실委’ 믿지못할 ‘불신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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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현장조사 ‘부실委’ 믿지못할 ‘불신委’
[서울신문 2006-09-14 09:12]
[서울신문]성희롱 진정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린 기각 결정이 법원에 의해 취소되는 등 인권위의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조사과정의 허술함이 집중적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과거 인권위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았던 진정인들의 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성의없는 조사 방식 재검토해야”
지난해 7월 한 외국계 회사 노동조합과 여직원 등은 “간부 유모씨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냈다. 하지만 인권위는 같은 해 12월 관련된 5개 사건에 대한 진정을 모두 기각했다. 결정문에서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거나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로 판단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은 같은 사람들이 “인권위의 성희롱 기각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의결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변호를 담당한 조인섭 변호사는 “당시 인권위는 당사자 개별조사만 했으며 일부 참고인들과는 전화통화만 했다.”면서 “일부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를 무시 또는 간과하고 증거 불충분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면조사만하고 진정 기각하기도
인권위의 허술한 조사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은 지난해 7월 어머니 급식당번 제도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진정을 냈지만 올 6월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인권위는 제대로 된 현장조사 없이 기각 결정을 내려 진정인의 불만을 샀다.
이 모임 공동대표 조주은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인권침해가 많은데도 현장조사 없이 결정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달 인권위는 장애인 박모씨가 “대전시가 하천에 공중화장실을 설치하면서 휠체어를 탄 채 이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낸 차별 진정도 기각했다. 기각 결정 이후 현장조사를 한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대표는 “기각 결정 이유 중 하나가 해당 기관이 문제점을 개선했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면서 “현장조사 없이 기관이 제출한 문서만 믿고 결정을 내리는 등 조사가 허술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 “조사관 부족·자질 떨어져”
인권단체들도 인권위 조사의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군·검·경에 대한 조사를 하는 인력이 단 14명일 정도로 조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역량도 업무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창익 인권시민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경찰, 검찰 등 다른 기관의 조사인력과 비교하면 초기 교육도 부실하고 지속적인 재교육은 더욱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치소 여성 재소자 성추행 사건만 하더라도 법무부 조사에 비해 결과가 형편없었다. 조사관 수를 늘리고 재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조사관 1인당 진정 건수가 30∼40건이나 돼 조사기간이 지연되는 경우는 있지만 부실하게 조사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또 성희롱 진정 기각 취소 판결에 대해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인권위의 기각 결정에 대한 취소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전 하천변 화장실 문제를 진정한 박씨는 “인권위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만큼 기각 결정 취소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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