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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금요칼럼]금기를 어겨야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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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98회 작성일 17-05-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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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금기를 어겨야 변화한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열기로 대학은 늘 열대야와 같았다. 당시 대학생들이 생활하는 강의실이며 학생회의실 같은 공간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였다. 특히 대학의 화장실은 재래식 화장실과 수세식 화장실이 함께 있는 수준이었다. 당시 대학의 보직자였던 나는 대학 교육 환경 개선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화장실에 두루마리 휴지를 비치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책임 있는 대학 행정 관료가 나에게 했던 말이 아직 기억에 지워지지 않는다.

 “아이고 부처장님. 말또 마이소. 아~들한테 책상이고 머고 새로 사조도 미칠 안가가아 다 뿌싸버립니더. 학교 근처서 자취하는 아~들이 휴지를 다 가져가뿌마 기성회예산 모조리 화장실 휴지 구입비로 투자해야 할 낍니더”

 대학 행정 책임자가 학생들을 믿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이 매우 컸다. 당시는 대학뿐만 아니라 지방도시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에서는 두루마리 화장지가 아닌 신문지로 뒷처리를 해야 하던 군속스러운 시대였다.

 대학교 구내 화장실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설치하려던 나의 제안은 그보다 10여년의 세월이 지나서 겨우 실현되었다. 대학 화장실에 어느 날 큰 두루마리 화장지가 설치되자 처음에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가져가는 학생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행정 책임자가 걱정했던 것처럼 도난에 의한 화장지 구입비가 그렇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만일 화장지 도난 걱정만 하고 있었다면 대학 화장실엔 언제까지라도 화장지가 비치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어느 순간에 선진국에 다가설 수 있는 가장 눈에 띤 변화가 바로 화장실 문화의 개조라고 생각한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볼 일을 보려고 해도 공중화장실은 너무나 지저분하여 들어가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전후하여 어딜 가나 선진국 수준의 깨끗한 환경과 시설로 바뀌었다. 2000년부터 시작된 화장실문화시민연대에서 시민운동의 하나로 시작한 전국의 공공 화장실을 개선하는 데는 아마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었을 것이다.

 

   공공 화장실 개선 사업은 직접적인 생산성은 없지만 간접효율성의 효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결단이 화장실 문화 개선 사업이라고 생각된다. 결코 선진 사회로 향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은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주변의 이야기에 대해 귀를 열어두어야 하며, 보다 합리적이거나 타당하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세상을 바꾸는 이치는 바로 변화이며 혁신이다.

 “원숭이가 맛있는 바나나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약한 전기 자극을 가하면 먹고 싶어도 그 바나나에 손을 대지 않는다. 전기 자극을 하는 도구를 제거한 다음에 다른 원숭이를 우리 속에 넣는다. 그리고 바나나를 준다. 새로 들어온 원숭이가 얼른 바나나를 먹으려 달려들면 전기 자극을 경험한 원숭이가 잽싸게 그 위험을 예고하여 바나나를 먹지 못하게 만든다. 다음에는 전기자극의 경험을 한 원숭이는 우리 밖으로 끌어낸 다음 또 다른 원숭이를 집어넣으면 역시 간접 경험을 전달 받은 원숭이가 새로 들어온 원숭이에게 바나나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경고를 한다. 그 우리 속의 원숭이들은 결국 아무도 바나나를 먹지 못한다”

 이 원숭이의 이야기처럼 세상의 변화를 가로 막고 있는 편견과 그 편견을 집단 가치로 고정시키면 그 사회는 변화하지 못하는 깊은 침체 속에 빠져버릴 수 있다. 개별적인 체험이 전체 구성원에게 아무른 근거 없이 사회적 여론으로 확대되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걸림돌이 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특히 사회 변화를 주도해야할 행정 관료들이나 정치적 리더들이 앞에서 말한 원숭이와 같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어떠한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기대하기 힘든다.

 물론 모든 변화에는 `만일'이라는 위험성의 가정이 따르며, 새로운 변화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의 위험성에 대한 비효율적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그 단계를 슬기롭게 건너뛰는 용기와 결단이 있어야 비로소 사회발전을 위한 누적된 효율성을 얻어낼 수 있다. 변화를 도출하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그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하는 역할을 해주는 지도층을 국민은 바란다.

 -이상규 〈국립국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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