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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사회]“화장실 따로 쓰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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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71회 작성일 17-05-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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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2006-03-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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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남녀공용’ 천국… 들릴까봐 ‘조심조심’ 들어올까 ‘조마조마’

ㅅ여대 3학년 신모씨(22·여)는 얼마 전 학교 근처의 술집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좌변기 하나만 달랑 놓인 화장실은 취객들의 구토물과 쓰고 버린 화장지 때문에 발 디딜 곳조차 없었다. 심지어 변기 커버는 누런 얼룩들이 가득해 도저히 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좌변기 하나로 버틴다는 게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ㄱ대 졸업반 이모씨(27) 역시 화장실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그는 여자 두 명이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1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결국 말싸움까지 벌였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너무 화가 났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모두가 남녀공용 화장실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사회가 변하고 문화수준이 높아지면서 화장실이 중요한 문화코드로 떠올랐다. ‘식문화’ 못지않게 ‘변문화’도 중요해진 것. 그러나 우리의 화장실은 여전히 푸대접 받고 있다. 특히 대학생들이 주로 찾는 신촌이나 홍대 앞, 대학로 인근 업소의 화장실들은 남녀공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럽고 위험한 ‘우범지역’

남녀공용 화장실은 우선 위생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고려대, 성균관대, 한성대, 성신여대, 한림대 등 5개 대학 재학생 300명(남학생 100명, 여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7%가 남녀공용 화장실에 대해 불쾌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일부는 ‘신변 위협까지 느낀다’고 답해 심각성을 더했다. 한 여학생은 “잘 모르는 남자가 뒤에서 껴안은 경우도 있었다”면서 “비상벨이라도 설치해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남녀공용 화장실이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남녀공용 화장실에 대해 “매번 불편하다고 느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못한 문제”라면서 공감을 표시했다. 한 남학생은 “생각해보니 학교 주위 술집 화장실 대부분이 남녀공용”이라며 “공용화장실과 관련된 법규는 없냐”고 되물었다.

남녀공용 화장실에 대한 불만은 대학생들에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식당이나 술집, 레스토랑 등 대부분의 유흥업소에서 남녀공용 화장실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대학로 인근의 술집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씨(30·여)는 “술취한 남자가 빨리 나오라고 계속 문을 두드려서 깜짝 놀랐다”면서 “편안하게 이용해야 할 화장실이 공포스러운 곳이 됐다”고 말했다.

공용화장실은 술을 파는 유흥업소에 주로 설치돼 있었다. 화장실 안에 좌변기 한 개만 있거나, 소변기와 좌변기가 칸막이로 분리된 채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건물의 층 사이 계단에 있는 화장실을 두 개 업소가 남녀공용으로 개조해 하나씩 쓰기도 한다.

2004년 개정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남녀 화장실의 분리를 명문화했지만 연면적 3000㎡(907평) 이상의 건물이나 신축건물, 사유재산이 아닌 정부건물이나 공원, 도로, 체육시설, 공항 등 공공시설물만 적용 대상으로 했다. 대부분의 유흥업소들이 사실상 화장실과 관련된 법적용의 테두리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업주들의 낙후된 인식까지 겹쳐 남녀공용 화장실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춘천시청 환경보호과 신영진씨는 “건축법 개정을 통해 신축 주유소에도 화장실 관련 법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아직 유흥업소에 대한 적용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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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법학과 문상덕 교수는 “화장실 분리는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면이 부딪히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공익을 위해 법안을 만들면 사유재산권 행사에 부담이 생긴 기존 업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대표는 “법적으로 3000㎡ 이하의 건물에도 남녀공용 화장실을 만들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기존 건물에도 유예기간을 줘서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업 공간 확보가 최우선 과제

하지만 업주들의 태도는 단호하다. 대학로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5)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장사도 안 되는데 화장실 만드는 비용과 시간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항변했다. 기존 남녀공용 화장실을 분리할 경우 600만~700만 원의 비용과 15~20일의 공사기간이 필요한데 누구라도 선뜻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 건축업자는 “술집의 경우 영업 공간 확보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화장실은 나중 문제”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화장실 개선이 업주에게 부담만 주는 애물단지는 아니다. 건대 앞에 위치한 ㅁ호프집은 화장실이 손님을 끌어들이는 일등공신이다. 기존 남녀공용 화장실을 개조해 두 개로 나누고 리모델링했더니 매출이 큰 폭으로 뛰었다. 호프집 직원 신애림씨(27·여)는 “화장실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늘어났다”면서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지만 손님들의 반응이 좋고 매출도 꾸준히 증가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술집을 선택할 때 화장실을 고려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5%가 ‘그렇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ㅁ호프집의 성공이 우연이 아님을 뒷받침한다.

 

 

표혜령 대표는 “화장실이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화장실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참지 말고 업주들에게 강력하게 항의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지자체들이 화장실 문제 해결사로 나설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상덕 교수는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어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안이지만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신동민·이혜경·유영근<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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