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26 남녀 공용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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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여대생 이아무개(23)씨는 최근 친구들과 자주 가던 대학가 호프집의 화장실에서 뜨끔한 일을 경험했다. 남녀 공용 화장실의 여성용 칸막이 안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한 남자가 문을 벌컥 열었다. 깜짝 놀란 상대가 황급히 문을 닫고 나갔지만, 이씨는 “순간 성추행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땀이 바짝 났다”고 말했다.<p> 피시방이나 노래방, 호프집 등이 들어 있는 건물의 층과 층 사이에 있는 화장실은 3~4평 정도의 공간에 남자용 소변기와 세면대가 있다. 또 벽 쪽으로 칸막이로 분리돼 있는 남녀 공용 변기가 있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데도 잠금장치가 허술한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성추행 사건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p> 지난 5일 서울시 중구 다동에 있는 ㅂ호프집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는 한 30대 남자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던 정아무개(26·회사원)씨의 엉덩이를 쓰다듬다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지난달 29일 대구에서는 호프집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을 카메라폰으로 몰래 찍은 혐의로 대학생 이아무개(20)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또 2003년 4월에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본드를 흡입하던 20대 남자가 화장실 문을 노크하던 여성의 얼굴을 흉기로 마구 찌른 사건도 벌어졌다.<p> 남녀 공용 화장실이 껄끄럽기는 남자들도 마찬가지다.<p> 회사원 김응창(29)씨는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볼일을 보고 있는데, 안쪽 칸막이에서 여자가 불쑥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민망했던 기억을 털어놨다.<p> 한 포털의 게시판에는 한 누리꾼(아이디 f22ff)이 “여자 친구가 남녀 공용 화장실 가기가 무섭다고 해서 따라가 준 적이 있었다”며 “칸막이도 허술한데 술 취한 남자들이 자꾸 드나들어 여성이 혼자서 화장실을 이용하기는 불안한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남녀 공용 화장실을 갈 때마다 늘 불안하다”며 동감하는 댓글을 여러 개 달았다.<p>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규모 건물에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서 짓도록 권고할 수는 있지만, 시설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2004년 개정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연면적 3000㎡(907평) 이상의 건물에만 적용된다. 구청 관계자는 “일반 상가 건물의 경우 전체 건물당 정화조의 용량은 단속 규정이 있지만 각 건물의 화장실까지 규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p>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건축주나 허가권자들이 모두 남성이라서 남녀 공용 화장실의 문제점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3000㎡ 이하의 건물에도 남녀 공용 화장실을 만들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기존 건물에도 유예기간을 주고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화장실문화연대는 다음달 29일 유승희 열린우리당 의원과 함께 남녀 공용 화장실 규제와 이용자 수에 맞춰 남녀 화장실 비율을 탄력적으로 설치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중화장실법’ 재개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p> 박주희 기자, 김다슬 인턴기자 hope@hani.co.kr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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