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우리는 얼마나 많은 물티슈를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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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문화시민연대, ‘물티슈 사용에 관한 간담회’ 개최
물티슈 남용이 불러온 환경파괴·사회적 비용 대안마련 시급
플라스틱 성분 물티슈, 하수처리장에서 분해 안 돼
변기에 버린 물티슈가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6개월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변기에 무심코 물티슈를 버린다면 6개월 뒤에 다시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장훈 광운대 교수(화장실문화시민연대 부설 한국생활악취연구소 소장)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주최로 지난 24일 서대문구 시온빌딩 화장실문화시민연대 교육실에서 열린 ‘물티슈 사용에 관한 간담회’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정화조로 빠져나간 물티슈가 잘게 부숴진 미세플라스틱으로 형태를 바꿔 소금이나 바다생물을 통해 식탁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이날 간담회에는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 이장훈 광운대 교수, 고민정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사무총장, 김지영 고양기후생태위원 등이 참석했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인사말에서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사용이 만연된 물티슈의 원재료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아직 많은 시민들이 모르고 있다”며 “변기에 버려진 플라스틱 물티슈가 불러오는 환경파괴와 사회적 비용 손실에 대한 대안을 서울시와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플라스틱과 화학제재 합성물인 물티슈가 오는 4월부터 카페와 식당 안에서 사용이 금지되는 일회용 빨대만큼 토양과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범인 것에 공감했다.
김지영 고양기후생태위원은 “물과 티슈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물티슈의 주원료가 쉽게 분해되지 않고 바다에 잔존해 환경오염과 인류건강을 위협하는 폴리에스테르라는 석유화학물질 플라스틱과 섬유를 섞은 부직포라는 사실을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하수·분뇨처리장은 화학처리방식이 아닌 미생물처리방식으로 물티슈를 정화하는 과정이 없다. 자주 배관을 막아 문제를 일으키는 물티슈는 사회적 비용도 증가시킨다. 실제 광주광역시 서구 하수처리장과 경남 합천군 하수처리장에서 물티슈를 건져내는 비용만 연간 2억원 가까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훈 교수가 확인인 바에 따르면 서울의 한 하수처리장의 경우 찌꺼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은 스크린에 물티슈가 너무 많이 걸려 아예 잘라버린 경우도 있었다.
변기에 일회용품을 넣지 말라는 규정이 있지만, 사적 공간인 화장실에서 물티슈를 변기에 버려도 사실상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 유지관리 비용이 매년 증가해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일회용품에 물티슈를 포함할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식품접객업소용 물티슈 규제··· 근본적 해결책 미흡
이렇게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1회용 물티슈가 변기에 버려져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점차 늘어가는 사회적 비용에 맞는 법적 규제가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실효적인 법 개정은 미뤄져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1회용 물티슈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물티슈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시민과 단체들의 높아진 목소리에 환경부는 지난 1월25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자원재활용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식품접객업소에서 사용하는 물티슈를 1회용품에 추가해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1회용 물티슈에 폐기물부담금도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규제대상에 포함된 물티슈가 식품접객업소에서 사용하는 1회용 물티슈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1회용 물티슈에 부과하는 폐기물부담금 역시 식품접객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합성수지가 함유된 1회용 물티슈에 한정했다.
현재 화장실에서 정화조 막힘과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문제를 일으키는 물티슈는 대부분 일반첨가제가 들어간 물티슈로 이에 대한 규제는 아직 전무하다. 개정안으로 환경부 규제 대상이 된 식품접객업소용 1회용 물티슈는 ‘자원재활용법’으로 관리되고, 일반 첨가제가 들어간 ‘물티슈’는 ‘화장품법’을 근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감독을 받는다.
고민정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며 현실적으로 1회용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고 정화조 관리비용으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사실로 무심코 써온 물티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인가구와 반려동물 가구 수 증가, 고령화로 요양센터가 늘며 물티슈 수요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 김지영 고양기후생태위원은 “최근 생분해성 친환경 펄프를 사용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펄프를 사용하는 제품이라도 결국 자원을 사용하고 환경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깨끗함만을 추구해 온 화장실 문화를 환경 친화적인 화장실 문화로 바꿔야 할 때”라고 전했다.
간담회를 마친 표혜영 대표는 참석자들에게 물티슈 대신 사용할 천수건을 하나씩 나눠줬다. 그는 간담회에서 논의된 대로 모든 것이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물티슈 사용 자제 홍보와 새로운 화장실 문화를 만들기 위해 참석자들이 의지를 더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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