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슬로건 창안 화장실 문화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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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
한적한 시골의 고속도로 휴게소, 어린이 놀이터, 동네 공원, 경기장 화장실, 템플스테이를 하는 사찰의 해우소까지 화장실은 우리 생활의 새로운 문화 공간이 되었다. 이는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화문연) 대표가 1999년에 발족한 화문연의 쉼 없는 활동과 화장실에 들어가면 자주 보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슬로건이 한몫했지 싶다.
화문연 주인공이자 다정한 문구의 슬로건을 창안한 표 대표와 나의 인연은 1994년 표 대표가 울산YMCA 시민중계실장으로, 나는 울산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으로 시작됐다. 그의 칼럼을 보고 ‘부모교실’ 강사로 초청하고부터다. 자녀들이 법원 결정으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어 풀이 죽은 부모들은 남매를 키우는 엄마 강사의 진정이 담긴 강의와 위로에 흐느꼈다. 특히 “아버지의 말과 행동이 기분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며 ‘아버지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중·고교 국어교사로 날갯짓하던 25살에 결혼해 남편을 따라 울산으로 이사했다. 전업주부로 8년을 보내던 그에게 지인이 ‘울산YMCA’를 추천했다. 망설임 끝에 다가간 그곳은 그를 시민운동으로 이끈 디딤돌이 됐다. 1983년부터 11년간 울산YMCA 시민중계실장으로 장기 봉사하고 서울로 터전을 옮겨 전국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상담실장, 신정종합복지관 상담실장, 양천구 자원봉사센터 초대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표 대표가 화문연을 발족한 계기는 우연이었다. 1998년 녹색소비자연대에서 활동하던 그는 어느 중학교에서 ‘공중도덕’ 강연을 마치고 나오니 “방금 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버스 정류소에서 욕설과 함께 친구들과 누구 침이 더 멀리 가는지 내기를 하고 있었다”며 같이 시민운동을 하는 교수에게 하소연했다. 그분은 “공공질서가 자리 잡히지 않는 곳은 단연코 화장실!”이라며 “강연 활동보다는 차라리 화장실 문화 개선에 나서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슬로건 탄생도 신통했다. 몇 번이고 시행착오를 하던 중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가 자주 해주신 공자 말씀 ‘군자필신기독야(君子必愼其獨也)’, 즉 ‘홀로 있을 때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다’가 스쳤다. 표 대표는 이 말을 화장실에 접목해 보았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반응은 뜨겁고 놀라웠다. 청소 관리인들이 너도나도 스티커를 더 달라고 했다. 나는 ‘내 공직의 하이라이트’ 울산에서 2년을 근무하고 1996년 서울로 이동했다. 양천구에 있는 법무부 서울남부보호관찰소 등에 근무하며 ‘위생시설 우수관리인 시상식’에 참석하고,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대상자를 화장실 관리 일꾼으로 활용케 하는 등 표 대표와의 인연은 계속됐다.
주변으로부터 지금도 “왜 하필 화장실이냐?”는 지청구를 듣는 그는 23년째 ‘화장실에 근무하며’ 바쁜 나날이다. 뒷간, 변소가 화장실로 승격했지만, 편의점만큼이나 공중화장실이 쉽게 띄고, 음식점에는 남녀 분리 화장실이 늘어나고, 몰래카메라는 언감생심, 서울역과 광화문광장에도 화장실이 버젓이 자리 잡도록 애쓰고 있다. “물티슈는 플라스틱이므로 변기를 막히게 한다”는 계몽도 멈추지 않는다.
화장실은 우리의 얼굴이자 거울이다. 이를 가꾸는 관리인, 후원 기관 단체, 화문연 자원봉사 직원과 표 대표님. 화장실에는 이토록 공들이는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노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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