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뉴스] '강남역 사건' 이후 아직도 불안한 화장실, 기관들 대책 고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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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건 발생 일주일째 안전대책 '고심 중'
강동구·경찰·정치권·정부 대책 마련했지만 실효성 의문
(서울=포커스뉴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이후 여성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자치구·경찰 정치권 등이 내놓은 여성 안전대책은 사실상 없거나 있더라도 '땜빵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역 인근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 시는 화장실 전수조사 진행, 긴급회의 소집, 온·오프라인을 통한 의견 수렴 등을 하고 있지만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고심'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력와 예산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도깨비방망이 처럼 '뚝딱'하고 대책이 나올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1시20분쯤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에 마련된 '강남역 인근 화장실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에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 자리에서 "화장실 남·녀 분리, 추모공간 보존 등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와 강동구 등 자치구에서도 '강남역 인근 화장실 살인사건'과 관련해 여성안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초구는 관내 화장실을 전수조사해 남·여 화장실을 층별로 구분하도록 행정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폐쇄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동구는 공중화장실 29곳과 개방화장실 32곳에 대해 '근거리 안전망 비콘 설치'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콘은 블루투스 기반의 근거리 무선 통신기술이다.
'경찰안심신고' 앱을 설치하고 근거리무선통신망기능을 활성화하면 위험을 감지했을 때 휴대폰을 흔들면 경찰청과 미리 입력한 보호자의 번호로 위치가 전송된다.
강동구는 이밖에 여성과 다가구 다세대 주택 분포도가 높은 성내2동, 천호3동, 암사1동을 안전마을 시범동으로 지정하고 마을지킴이단을 모집해 안전순찰을 시행할 방침이다.
또 좁은 골목길에 반사경을 설치하고 가스배관에 특수형광물질도 도포한다. 아울러 여성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안전지킴이 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다.
경찰에서도 여성안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범죄취약 요소의 제보를 강화하고 범죄 피해시 빠르게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담긴 스마트워치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 입원조치, 일상 생활 점검 등도 강화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성안전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2일 '강남역 묻지마 살인 방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풍속영업소 및 다중이용시설은 규모에 관계없이 공중화장실을 남녀 분리하고 2004년 이전에 설치된 화장실도 남녀 분리 조항이 적용될 수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23일 행정자치부는 민간 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 상가 화장실은 민간 소유로 남녀화장실 분리를 정부와 지자체가 강제할 수 없다. 행자부는 민간 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바꿔 개선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서울시와 자치구, 경찰, 정치권 등이 내놓은 여성안전 대책에 대해 "현재 나오는 대책들은 없거나 있어도 '땜빵식'이다"고 비판했다.
표 대표는 "화장실과 관련해 여성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시간을 끌어서는 안되는 시급한 문제"라며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은 남자와 여자 화장실을 건물 층별로 나눠 놓는 대책"이라고 밝혔다.
또 "비상벨을 단다거나 비콘, 스마트워치를 통한 안전대책도 한계가 있다"며 "비상벨이 울리거나 비콘을 통해 위치가 노출된다고 할지라도 누가 달려갈 것이며 신고를 통해 경찰이 간다고 할지라도 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표 대표는 공중화장실법 개정에 대해서도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표 대표는 "법 개정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현행 공중화장실법은 2004년 1월 29일 이전 시설의 경우 남녀 분리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적용된다 하더라도 연면적 3천제곱미터 미만의 건축물(1·2종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 2000제곱미터 미만)의 경우 남녀 분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행자부의 방안에 대해서도 표 대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사유 재산을 국가가 관리하겠다고 하면 좋아할 건물주는 없다"고 말했다.
박요돈 기자 smarf0417@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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