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사각지대' 공중화장실 공포감 확산…"남녀 화장실 반드시 분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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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물고 외부 관찰 힘들어 범죄 수월
"비상벨 등 경보장치 확대 설치해야"
【서울=뉴시스】박영주 장상오 기자 = #1. 보육강사로 일하고 있는 임모(32·여)씨는 19일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남녀가 함께 쓰는 공동화장실 때문이다. 평소 여성전용 화장실만 고집하는 임씨에게 '까다롭다'며 면박을 줬던 친구들도 이날만큼은 순순히 임씨 뜻을 따랐다. 최근 강남 공중화장실 살인사건 보도를 접한 후였다.
#2. 직장인 이모(30)씨는 있던 저녁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칼퇴근'해서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다. 혼자 사는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공중화장실이 이제 무서워서다. 전에는 홀로 밤공기를 마시며 공원을 산책했지만 공중화장실 관련 뉴스를 본 이후부터 공원을 지나갈 때마다 숨이 막혀오는 느낌을 받았다.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으로 공중화장실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피의자가 불특정 여성을 노렸던 만큼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내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갔다면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나였을 것" "공동화장실 상가는 피하게 된다" "화장실뿐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도 남자가 타면 의심하게 된다" 등 공포 심리를 드러낸 글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공중화장실 범죄는 그동안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뿐 아니라 성추행, 몰카 등 혐오성 범죄도 빈번하게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해왔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5만여 개의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는 1795건에 달한다. 이중 살인·강도·강제추행 등 강력범죄는 462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일반 상가 등 민간에서 설치한 공동화장실을 전부 제외(관련 통계가 없다고 한다)한 상태에서 나온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공동화장실 범죄 발생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중화장실이 범행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사각지대'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남녀 공용화장실의 경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동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사람이 거의 없어 범죄 대상을 물색하기가 쉽다는 지적이다. 또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외부에서 관찰하기 힘든 점도 범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입구만 장악하면 화장실 내에서 피해자를 공격하거나 제압하기 수월하다.
또 몸의 일정 부분을 다 드러내는 개인적인 장소인 만큼 성범죄에 특히 노출돼있다. 음주 활동이 활발한 밤 시간대에는 순간적으로 더 강한 호기심과 욕구가 촉발될 수 있기 때문에 남녀 공동화장실에서의 성범죄 빈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범죄 피의자의 80~90%는 남자고 피해자의 절반 이상은 여자"라며 "범죄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수월하게 제압·통제할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하려는 심리가 있다"고 밝혔다.
남녀 화장실의 분리 설치에 대한 규정이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고 지적도 많다.
현재 공중화장실 관련 법은 상가시설의 경우 2000㎡ 이상, 공공기관 또는 업무시설은 연면적 3000㎡ 이상일 때 남녀 화장실을 분리 설치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04년 이후에 지어진 건축물에만 해당한다. 2004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현행법상 남녀 화장실을 구분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표해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회장은 "2004년 이전에 건물을 지을 당시에는 규제가 없어서 조그마하게 남녀 공용으로 지어버렸다"며 "이런 부분에서 건물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직접 보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 회장은 "시민들은 물론 건물에 입주하는 상가주도 화장실을 바꿔달라고 해야 하고 정부 차원의 화장실 등에 대한 법률 제정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남녀 공용화장실을 바꾸기에는 상가 구조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화장실 주변으로 조명을 환하게 하고 범죄장소로 이용하기 쉬운 곳을 확인해 비상벨 등 주변에 위험 상황을 알릴 수 있는 경보장치를 확대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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