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성격이 활달해 친구가 많았다" '강남 묻지마 살인' 피해자 기억하는 발걸음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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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묻지마 살해’를 당한 20대 여성을 추모하는 행렬이 사흘째에도 이어졌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에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았다. 전날에 비해 지하철역 출구에 붙은 포스트잇이 수백 개는 늘어 있었다. 서초구청에서는 공간 확보를 위해 가로 2.4m, 세로 1.2m의 하얀 보드판 5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국화 등 추모를 위한 꽃은 계속해서 쌓여갔다. 빛바랜 꽃들 위를 새로운 꽃이 뒤덮었다. 포스트잇 위에도 새로운 포스트잇들이 더해졌다. 시민들은 포스트잇에 저마다의 할 말을 적어 피해 여성에게 조의를 표했다.
추모를 위해 강남역을 찾은 시민들 중엔 2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많았다. 인천에서 서울 강남역까지 추모를 위해 왔다는 유모(24·여)씨는 “저도 자주 놀러가는 곳인데 그런 일이 벌어져 크게 와 닿았고, 우리한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섭다”며 눈물을 보였다.
여성들의 행동은 남성들도 움직이게 만들었다. 김모(29)씨는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야외 활동도 맘 놓고 못하는 여성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엄마, 누나, 여자친구까지 여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가져다 준 사건 같다”고 말한 뒤 포스트잇을 붙였다.
추모 현장에서는 때때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쯤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공용화장실 캠페인을 진행하자 일부 시민들은 “왜 여성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추모식에 화장실을 끼워 파느냐”며 항의했다.
오후 6시쯤에는 자신을 피해자의 지인이라고 소개한 오모(23)씨가 상주를 자처해 추모를 이끌었다. 그는 피해자의 사진을 꽃 더미 아래에 뒀다. 추모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종이컵에 술을 부어주고는 잔을 세 번 돌리고 뿌려달라고 했다. 그는 추모객들에게 일일이 “고맙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에 대해 “성격이 활달해 친구가 많았다”며 “모르는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화환이며 음식이며 해준 게 너무 고마웠다. 그 친구가 고마워할 수 있도록 추모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진 속 피해자는 한복을 입고 밝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오씨는 “제가 갖고 있는 (피해자의) 사진 중에 유일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라서 이 사진을 들고 왔다”며 “이 친구도 추모해주는 분들께 인사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사진을 선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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