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 혼자 4명분 '대리 줄서기'…뒷 사람들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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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나만 편하면 돼" 줄서기 매너 놀이기구 기다리는 어른들 차례 다가오자 가족들 불러부모는 "큰 문제 안돼" 당당대학 식당선 자리맡기 전쟁 "일상생활서 질서 습관돼야" 이두형 기자 2017-05-28 18:06:01
지난 27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을 찾은 일부 고객들이 일행 중 한명을 줄을 서게 해놓고 자신들은 순서를 기다리며 그늘에서 쉬고 있다. /김우보기자 |
지난 27일 과천 서울대공원의 한 놀이기구 앞.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100m가량 늘어섰다. 아이들이 이용하는 놀이기구지만 정작 아이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 어른이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자 멀리 그늘에 앉아 있던 가족들을 불렀다. 순식간에 3명이 늘어났고 줄은 그만큼 길어졌다. 이 남성 바로 뒤에 줄을 서 있던 연인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제지하지는 않았다. 더운 날씨에 줄을 서야 하는 어린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해하고 넘어가는 모습이었다.
분명한 배려지만 일부 부모들은 아예 당연한 일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대공원에서 만난 김윤휘(47·가명)씨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줄을 서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많은 사람은 불쾌해하고 있었다. 천수빈(19)씨는 “초여름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20여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앞으로 아이 두 명이 끼어들었다”며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당연한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 일상 속에서 줄서기 문화는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병폐가 남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것이 놀이공원이나 식당에서의 ‘대리 줄서기’다. 실제 기업들이 몰려 있는 여의도·광화문 등의 맛집에서는 점심시간에 대리 줄서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두 명의 직원이 줄을 서 있다가 차례가 되면 멀리에 있는 동료를 불러 순식간에 7~8명이 늘어나는 일이 다반사다. 이 역시 줄을 서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지만 우리 생활 속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듯 이뤄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자리 새치기’가 만연해 있다. 점심시간처럼 학내 식당에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 한 명이 주문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3~4명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다. 대학생 이지영(23)씨는 “빈자리가 수십 개는 보이는 데 가방 하나 올려두고 자리가 있다고 하면 짜증이 난다”며 “식당도 차라리 학교 도서관처럼 자리 배정을 하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현(26)씨는 “식판을 들고 차례대로 자리에 앉는 것이 상식 아닌가”라며 “다짜고짜 자기 자리라고 우기는 것은 새치기”라고 지적했다.
공중화장실, 자동화기기(ATM), 매표소 등에서 자주 나타나는 여러 줄 서기도 개선해야 할 문화로 꼽힌다. 각 창구마다 줄을 서는 여러 줄 서기는 운에 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달라지다 보니 공평하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앞사람이 일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옆자리에서는 두 명, 세 명이 오가는 데도 계속 기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역과 인천공항은 줄서기의 공평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5년부터 매표소와 출입국 심사대에 한 줄 서기를 도입했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여러 줄 서기는 운이 없으면 쓸데없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며 “매표소나 화장실 같은 곳은 한 줄로 서는 게 더욱 효과적일 뿐 아니라 공평하다”고 강조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줄서기 문화 정착이 중요한 것은 생활의 편리함도 있지만 재난 등이 일어났을 때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2011년 동일본 지진 당시 일본 국민들은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도 생필품 등을 사기 위해 줄을 서며 질서 있게 대처해 폭동 등의 사고가 없었다. 일본인들의 이 같은 질서의식은 재난을 수습하고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 같은 경우 잦은 지진으로 줄을 서며 대피하는 게 체화됐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이 아직 부족하다”며 “일상생활에서 줄을 서며 질서를 지키는 습관을 몸에 익히고 줄 서기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혹시 모를 위험상황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두형·김우보·변수연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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