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취재대행소 왱] 화장실 휴지, 변기와 쓰레기통 중 어디에 버려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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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휴지를 변기에 버리라는 데도 있고 휴지통에 버리라는 데도 있는데 뭐가 맞나요?”(16일 페이스북 메시지로 받은 취재 의뢰)
그러게. 가끔 의문이 들었지만 그냥 지나쳤던 난제다. 실제로 지하철 1~4호선엔 화장실에 휴지통이 있고, 5~8호선엔 없다. 사람마다 대변에 있는 화장지 분해 요소가 다른 것도 아닌데 왜 기준이 다른 걸까. 화장실 문화시민연대 표혜령 대표에게 전화했다. 화장실에 휴지통을 치우자는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이다.
“화장실용 화장지는 변기에 들어가면 30초도 안 돼 분해돼요. 유한킴벌리가 기술혁신을 통해 이 시간을 20초까지 단축했지요. 휴지 때문에 변기가 막혔다는 건 가게 주인들의 오해입니다.”
유한킴벌리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유한킴벌리 김영일 홍보부장은 “흔히 두루마리 휴지라고 부르는 것의 정식 명칭은 ‘화장실용 화장지’”라며 “애초부터 변기에 잘 풀리도록 제작되기 때문에 쓰레기통에 버려 비위생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변기에 바로 버리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화장지는 펄프와 펄프가 수소결합 형태로 연결돼 있는데 물에 닿으면 이 결합이 끊어져 분해되는 것이다. 다만 키친타월, 물티슈, 냅킨처럼 ‘물 풀림’이 안 되는 화장지를 쓰면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
물론 한 번에 엄청난 양의 화장지를 버리면 변기가 막힐 수도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지하철 화장실 배관수리업체 관계자는 “지하철역마다 하루 2~3건 정도 고장신고가 들어오는데 대부분 화장지보다는 다른 이물질이 원인”이라며 “여자화장실 변기에서 손거울이 나온 적도 있는데 거울을 보다가 떨어뜨린 뒤 더러워서 꺼내지 않고 그냥 물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왜 우리나라만 화장지를 휴지통에 버려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걸까. 표 대표의 주장은 이렇다. “1970년대 화장실은 비료창고였어요. 인분을 밭에서 비료로 써야 하는데 거기에 종이가 섞여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휴지통을 둔건데 이게 관습이 된 거죠.” 휴지업계 관계자는 “신문지나 공책으로 용변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변기에 바로 버리지 못했던 게 습관처럼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습관이 오히려 화장실에 세균이 살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영국 시인 존 드라이든은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 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취재 뒷얘기>
1. 지하철 1~4호선(서울메트로) 화장실에 휴지통을 비치하는 이유는 오수처리 기능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는 2007년부터 장애인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을 늘리고 있는데 공간이 제한돼 있어 오수펌프장을 늘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오수처리 기능이 떨어져 화장지를 변기에 버리면 안 된다. 취재한 게 아까워서 덧붙이자면 1~4호선의 장애인 화장실은 2007년 이후 87개가 늘었고, 변기 수는 400개가 증가했다. 남자화장실 변기 수는 2007년 1321개에서 올해 1271개로 준 반면 여자화장실 변기 수는 704개에서 1154개로 크게 늘었다.
2. 유한킴벌리가 2013년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용변을 본 뒤 평균 화장지 사용량은 대변은 12칸, (여성) 소변은 6칸이다.
이택현 이용상 기자 이재민 디자이너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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