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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김기자의 현장+] '남자 화장실'에 여성이 왜?…"외국인 관광객은 멀뚱멀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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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90회 작성일 18-02-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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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남자 화장실'에 여성이 왜?…"외국인 관광객은 멀뚱멀뚱"

 남자 화장실에 여성청소원…신경 쓰이고 불편 / 여성 청소원을 보고 놀라는 외국인 / 여성 청소원이 ‘청소 중' 팻말도 한계 / 여성 청소원…'술주정·욕설·폭언' 시달려 / ‘청소 중’ 팻말이 있으나 사용하지 않는 곳도 있어 / 토사물을 볼 때마다 자괴감 들어 / 성적 수치심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야 

지난 17일 인천공항에서 한 남성 청소원(왼쪽)이 노란색 청소카트를 끌고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역 한 여성 청소원(오른쪽)이 남자 화장실에서 물걸레질을 하고 있다.

“바뀌어야죠. 여성 청소원이 불쑥불쑥 들어오시는데 아무리 어머니같이 생각해도 불편하죠. 어쨌든 여성분이시기 때문에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죠. 볼일을 보는 중 물걸레질을 하시는데 뭐라고 말은 못하겠고, 살짝 눈치를 주면 '그런 걸 갖고 그러냐‘라고 퉁명스럽게 말씀하시는데 좀 그렇죠.”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남자 화장실에서 여성 청소원이 대걸레로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화장실 이용객은 여성 청소원을 피하며 화장실을 드나들고 있었다.

한 회사원은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신경 쓰이고 불편하다. 언젠가는 바꿔야 하는 화장실 시스템이다. 왜 여성이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화장실 청소는 중년 여성 청소원이 주로 맡아 청소를 한다. 여성 청소원은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을 수시로 오가며 아랑곳없이 물걸레질하거나 집게로 휴지통을 비우고 세면대를 닦는다. 남자 소변기는 불투명한 유리로 된 작은 칸막이밖에 없다. 용변 중에도 뻔히 보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남성들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큰 용변 중에 여성 청소원이 문을 두드릴 때는 더욱 난감해진다.
지난 13일 서울역 한 여성 청소원이 남자 화장실에서 물걸레질을 하고 있다. 여성 청소원이 청소 중에도 화장실 이용객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남성이라면 화장실에서 청소하는 여성 청소원과 마주친 적이 있다. 하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익숙한 것 같지만 서로가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남성들은 "놀라지는 않지만, 익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축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평창 올림픽 관람을 한국은 찾은 외국 관광객들은 대합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한 외국 관광객은 화장실을 이용하려다 멈칫했다.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남자 화장실로 불쑥불쑥 들어서는 여성 청소원을 보고 놀라서다. 남성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여성 청소원 바로 청소를 시작하는 모습을 본 외국인은 놀란 듯 움찔했다. 화장실을 이용하던 외국인들은 잘못 들어왔나 싶어서 서둘러 나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 13일 서울 서울역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찾은 외국인들이 대합실에서 강릉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화장실 입구에는 'Cleaning Up', '여성미화원이 청소 중입니다. 양해 바랍니다.'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지만, 외국인은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식 화장실 청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황당한 듯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남자 화장실에 ’청소 중‘ 팻말을 설치하고는 있지만, 불만은 여기저기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남자 화장실을 여성 미화원이 청소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선진국 중에서도 보기 드문 모습이다. 보통 남성 청소원이 남자 화장실을 맡는다. 일본의 경우, 여성 청소원이 화장실 입구에 팻말을 세워 출입을 막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관람을 위해 한국은 찾는 외국인이 화장실 안에서 여성 청소원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남성도 마찬가지. 하지만 남성의 성적 수치심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탓에 남자 화장실의 ‘여성 청소원’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잘못된 관습과 관행을 탓하고 있다. 남성의 인격은 물론 여성 청소원의 인격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몸 둘 바 모르거나 창피해하는 모습과 부끄러운 상황에 몰리더라도 대수롭지 않은 척해야 한다.
지난 13일 서울역 한 여성 청소원이 남자 화장실에서 물걸레질을 하고 있다. 여성 청소원이 청소 중에도 화장실 이용객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서울역 관계자는 “남성 청소원이 물리적으로 힘이 쓰는 일을 주로 맡고, 여성청소원이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역이나 용산역 같은 경우는 남성청소원으로 대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분들이 24시간 내내 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충분히 쉴 수 충분히 보장도 필요하고 토사물처리나 식사시간 등자리에 없을 경우는 제외하고는 남자 화장실은 남성이 청소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여성 청소원, '술주정·욕설·폭언' 등 위험에 노출
 

여성 청소원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여성 청소원들도 ’모멸감’이나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용무를 보는 중에는 화장실 이용객과 될 수 있는 한 눈을 안 마주친다고 했다. 한 여성 청소원은 “남성분들의 시선은 너무 무섭고, 불편하다”며 “불편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어 “어떤 남자분들은 ‘왜 들어오느냐’고 거친 욕설이 있고, 특히 술주정과 폭언도 하는 사람도 있어 무섭다.”고 했다.

여성 청소원이 힘들어하는 심야 시간대 때. 취객을 보는 것은 다반사. 특히 취객이 몰리는 시간대는 꺼리고 있다. 한 여성 청소원은 "곳곳에 토사물도 치우기도 바쁜데 욕설에 밀치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며 "무서워서 숨거나 여자 화장실로 가서 진정시키고 다시 청소를 이어간다. 그럴 때면 평소보다 청소 시간도 길어진다."고 힘든 점을 토로했다.

지난해 경기 안양 유흥가의 상가 건물에서 만취 상태로 흉기를 휘둘러 70대 여성 청소근로자 2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30대가 구속됐다. 만취 상태에서 여성 청소원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나머지 1명을 다치게 한 30대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 24일 서울시 청사 지하 1층 화장실. '청소 중' 팻말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청소 중' 팻말을 사용하지 않는 곳도 있어 

‘청소 중’ 팻말을 사용해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서울시 청사 지하 화장실에는 ‘청소 중’ 팻말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대걸레질로 청소 중인 중년 여성 청소원 여성 화장실을 수시로 오가면서 청소를 하고 있었지만 팻말을 입구에 세워두지 않았다. 팻말을 남성 화장실 세면대 버젓이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여전히 대부분 화장실 청소 시스템은 이런 개선 의지 없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 ‘화장실 청소’는 남성 지원자가 거의 없어  

‘남성 청소원을 구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화장실 청소 지원자를 모집 공고를 내도 일 시작 이후 며칠 만에 그만두기 일쑤라는 것이다. 현재 지하철역 화장실 청소는 대부분 여성 청소원이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장실 청소라는 인식이 더럽고 하찮은 일로 여기는 사회적 시선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화장실 관리 주체별로 사람을 뽑아서 관리하고 있는데 여성이 많은 이유는 남성 지원자가 거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청소는 여성이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인천공항에서 한 남성 청소원이 노란색 청소카트를 끌고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인천공항은 지난 2001년 개항 이후부터 화장실을 모두 남성 청소원이 담당하고 있다. 인천공항 남성 화장실은 쾌적하고 청결한 것은 물론 글로벌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남성 청소원은 남자 화장실을 여자 화장실은 여성 청소원이 하고 있다. 급한 경우에는 입구에 팻말을 세우도록 했다. 남자 화장실 청소인력을 구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인력 채용 시 남성 청소원도 남자 화장실도 청소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남성 청소원의 서비스 질도 우수한 편이고 특별히 문제점은 없다. 인력수급 이외에는 문제점이 없었다. 빨리 그만두시는 분들은 없다. 서비스 수준이 높다.” 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인천공항에서 한 남성 청소원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 “올해 1월 1일부터 여성이 남자 화장실 청소 시 ‘청소 중’ 팻말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남성 화장실은 남성 청소원이 청소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고 했다.

이어 “여성 청소원의 인권과 남성의 인권 직결되는 문제”라며 “현실적 문제를 하나씩 풀어 관리할 수밖에 없다. 환경을 보다 나은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2018-02-25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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