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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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소변기 위에 거울을 놓으면 소매치기 피해를 줄일 수 있겠습니다.
일전에 어느 역 화장실에서 소매치기를 당했습니다.

오랫동안 차를 타고 내리니 소변이 마렵습니다. 화장실에는 벌써 빈자리가 없습니다. 뒤를 이어 몇 사람이 웅성거리며 들어옵니다. 어떤 사람 뒤에 섰다가 그 사람이 떠나고 내 차롑니다.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 옷을 내리고. 그러는 동안 내 등 뒤를 누군가 살짝 스치고 지나갑니다. 화장실 안이 붐비니 당연히 그러려니 합니다.

화장실에서 나와 시내버스 승강장으로 갑니다. 가는 길에 옷깃이 펄럭이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합니다. 양복 안을 들여다보니 주머니 아래가 아주 반듯하게 너덜거립니다. 칼로 찢은 듯 합니다. 앗차. 속 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을 찾습니다. 다행히도 묵직하게 주머니에 그대로 있습니다. 이제 정신이 돌아옵니다. 불과 몇 초 동안은 아찔했습니다. 지갑이 빠져나가지 않아 양복 안이 더 펄럭거렸나봅니다.

화장실에서 내 뒤를 스쳤던 사람은 아마 초보 소매치기였나 봅니다. 그제사 알겠습니다. 화장실이 왜 웅성거렸고, 내 뒤를 어떤 사람이 스쳤다는 것을 말입니다. 다시 생각하니 또 한 번 가슴이 철렁합니다. 지갑이 없어졌다면 지금 기분이 어떨까... 찢어진 속 주머니는 어떻게하나...

남자 소변기 위 벽의 눈높이 쯤에 거울을 달아놓은 어떤 화장실이 있습니다. 그 화장실의 거울이 때로는 소매치기를 방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변을 누면서 거울을 보면 자기 얼굴도 비춰보지만 뒤에서 일어나는 일도 비춰지기에 좋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내 뒤에서 소매치기를 하려한다면 그 사람은 나를 살펴 볼 것이고 나는 거울에 비친 그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겠습니다. 내 뒤에 있는 소매치기가 아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나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쉽사리 내 옷 안으로 손을 넣을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소매치기는 상대의 눈을 마주치면 모르는척하고 다른쪽으로 간답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소매치기다라고 소리치다가 혼이 난 일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소매치기를 할 마음이 있는 사람도 소매치기 당할 사람과 서로 마주치면 눈을 피하면서 자리도 피한다고 합니다.

남자 소변기 위에 거울을 설치하면 좋습니다. 약간의 비용이 더 들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화장실이 깨끗한 타일로 말끔하게 꾸며져 있고 더러는 예쁜 그림도 붙어있기에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은 거울을 가로로 길게 붙이면 장식도 되고 깨끗하게도 보일것이며 빛이 반사되어 공간을 더 밝게 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얼굴을 비춰보며 점심 때 먹은 고춧가루가 이에 끼이지 않았는지 볼 수도 있습니다.

만에 하나 뒤에서 덤벼들거나 소매치기 하려는 어떤 사람도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남자 소변기 위에 거울이 있다는 것은 이래저래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