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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배화여자대학교 학보]머문 자리도 아름다운 사람,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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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57회 작성일 17-01-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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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문 자리도 아름다운 사람,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대표

<편집자 주> 작은 변화로 큰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이하 화문연)의 표혜령 대표를 만나보자.

Q. 화문연은 잘 몰라도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라는 말은 익숙한 학우들이 많습니다. 화문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힘든 시기를 겪은 뒤, 88올림픽을 거치고 2002년 월드컵 행사를 하면서 우리나라가 모든 영역에서 급격한 성장을 했다. ‘우리가 이 운동을 벌써 해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문화의 발전을 위해 이제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운동이다. 화장실을 우리 문화 중에 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가꾸는 것이 목적이다.

Q.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처음 스티커를 붙였을 때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세요’라는 글귀를 써놓았다. 그런데 일주일 뒤에 갔더니 ‘옆을 봐’, ‘뒤를 봐’, '너희나 깨끗하게 써라'등의 낙서가 써져 있었다. 그 다음은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의 노고를 생각해달라는 의미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울리지 마세요.’라고 적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 국민들 가슴에 소통이 되고 공감이 될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그 때, 어릴 적에 책상에 붙여두었던 공자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군자필신기독야(君子必愼基獨也)’, 군자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없도록 행동한다는 뜻이다. ‘홀로 있을 때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네가 홀로 사용하는 공간을 아름답게 사용하지 못하면 너는 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그 말이 화장실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문구를 화장실에 접목시키기로 결심했다.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한 1분이나 2분 정도 앉아 있으면서 그 글을 보게 되니까, 서로 공감대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Q. 시민활동의 영역이 참 다양한데, 그 중 화장실을 개선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1997년 복지관 상담실장 재직 당시, 강서구 고등학교에 교육을 다녀오다가 학생들이 침 뱉는 게임을 하는 것을 보게 됐다. 일명 ‘침방울 게임’이라고 해서 앞에 지나가는 사람의 등에 침을 뱉어서 맞추는 게임이었다. 그 때, 충과 효가 있는 나라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비전에 대해 강의를 하고 나오던 길이었던지라 더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는 우리나라에 비전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침 안 뱉는 국민운동본부를 하려고 했다. 그 첫 발걸음으로 1999년 녹색소비자연대 이사회에서 침 안 뱉기 운동에 대한 안건을 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한 다른 이사가 특히 화장실에서 침을 많이 뱉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하여 총 4800곳의 화장실 실태조사를 해보니 10곳 중에 8곳은 '5불(불결, 불량, 불편, 불쾌, 불안)' 상태인 것을 확인했다. 그 결과를 보고 단순히 침을 뱉는 것보다는 화장실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Q. 화문연을 처음 꾸려나갈 때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요?

물론 만류가 많았다. 그 때 내 나이가 50이었는데 좀 더 편하고 갖추어진 자리에 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굳이 여기에 매달리게 된 이유는,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겠다, 사람들이 침을 뱉지 않게 하자는 그 생각이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이다. 그 때 당시에 우리나라에 1위하는 제품이 4개정도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곧 세계가 한 울타리가 되는데, 우리는 천연자원이 부족해서 관광자원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컸다. 누구나에게 운명적인 만남이 있다고 하듯이, 그 학생들을 만난 것이 내게는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것 같다. 솟구치는 열정에, 사무실 없이 이사무실 저사무실 떠돌아다녀도 힘들지 않았다. 지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유명해진 냄비 우동 집, 그곳 4층이 우리의 첫 사무실이었다. 그 사무실을 얻었을 때의 기쁨은 마치 하늘을 날 듯 했다. 7평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사무실이었는데 전혀 작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엄마가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기간이 힘들지만 예쁘게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힘들었던 기억을 다 잊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엄마들은 아이가 울면 화장실을 가려다가도 아이를 업고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본다. ‘화장실은 매너를 압도한다’는 말이 있다. 생리현상은 매너를 압도한다는 말이다. 화장실이 변해가는 모습에 엄마가 아이를 키우듯이 힘든 줄도 모르고 이곳까지 왔다.

Q. 화장실 관리와 더불어 1년에 한 번씩 특별한 시상식을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전국 우수 화장실 관리인 시상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1주년이 되니까 기념식을 하려고 했는데, 뭘 하면 좋을까 고민이 됐다. 우리만 먹고 마시는 일 보다는 의미 있는 일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일 고생하시는 분들이 누굴까 생각해보니 관리하시는 분들이더라. 그분들을 격려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그런데 1주년 행사가 끝나고 나서 저녁 11시에 홈페이지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상을 받은 청소부의 아들이 쓴 글이었다. 어머니가 관리인 상을 받으러 간다고 해서 ‘쓸데없이 왜 가시냐. 그냥 가지 마시라’고 했는데 시상식을 다녀오시더니 자식들을 다 불러놓고 막걸리 한 사발을 따라주시며 이런 얘기를 하셨다고 했다. ‘엄마는 여태 청소하는 아줌마로써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 시상식에 가서보니 나도 행정서비스 분야의 한 사람이고 더 나아가 관광산업의 한 일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우리 군산시를 빛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니 사람들이 군산시청에 와서 다른 것은 몰라도 화장실은 깨끗하다는 소리를 듣도록 일할 것이다. 엄마가 하는 일은 긍지 높은 일이니 부끄러워 하지마라. 엄마는 부끄럽지 않다.’ 상품을 보니 수건 하나에, 사실 별거는 아니지만 상에 박힌 글씨가 하나하나 돋보이고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상장을 보면서 가슴으로 울었습니다.’ 그 내용을 적었더라. 그 글을 보니 왈칵 눈물이 났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피로가 전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할 수 있는 만큼은 꼭 이 일을 하리라 다짐했다.

Q. 우리나라 화장실의 변천사를 함께 해오셨는데요, 근 15년 동안 화장실이 많은 발전을 이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대표님의 새로운 꿈이 있다면?

화장실이 하드웨어라면 그동안 우리는 소프트웨어 부분을 담당했다. 이제는 좀 더 전기를 아끼고, 물을 아끼고 하는 절약 시스템으로 가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일 사람들은 차도 큰 차를 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우스갯소리로 부동산 업자일수록 큰 차를 탄다고 하는데, 실리적인 부분을 추구해야한다. 빌려 쓰는 지구를 위해, 후손을 위해 지금 우리가 아껴 써야 한다. 세계 70억 인구 중에 물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25억 명이 된다. 우리가 절약한 것을 그들에게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모든 시스템을 절약하는 시스템으로 바꿔가는 중이다. 손 말리는 기계 대신 개인 손수건을 사용하고 배변기의 물이 12리터 하던 것이 4.5리터까지 내려왔다. 또 세면할 때 사용하는 물을 반으로 줄이는 운동도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시민의식이 부족하다. 지키는 사람은 지키지만 지키지 않는 사람은 여전히 지키지 않아서, 그런 부분의 교육도 함께 하려고 한다.

Q. 방황하는 20대 청춘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처음 화장실 운동을 하면서 이런 변화가 오리라는 생각은 못했다. 나는 하워드 스티븐슨의 ‘삶은 구석구석에다가 전환점이라는 선물을 숨겨놓았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전기를 읽고 감동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위해를 당했던 일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숨겨진 선물은 화장실이 아니었을까?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누구에게나 숨겨진 선물, 전환점이 있다. 모두 숨겨진 전환점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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