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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서울대저널]"아름다운 사람은 머문자리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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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65회 작성일 17-01-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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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은 머문자리도 아름답습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상임대표를 만나다.

1990년대 후반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특기할 만한 성과를 이룬 분야는 무엇일까요? 잠시 생각해보면, 인터넷,휴대전화를 필두로 한 정보통신분야, 아시아에 한류열풍을 몰고 온 문화콘텐츠, 유전공학 분야 등의 답이 띄엄띄엄 나온다. 그리고 더 생각해보자.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질문에서는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화장실 문화,시설' 분야다.

길게 올라갈 것도 없이 불과 5-6년 전만 해도 지하철, 고속도로, 공원 등의 공중,다중 화장실을 방문하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바닥의 오물, 고약한 냄새, 불편한 시설 정비등의 요소가 사람들로 하여금 화장실 이용을 꺼리게 했던 것.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화장실은 시설 정비, 관리면에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깨끗한 사용 보편화, 화장실 한줄서기 문화 정착화에서 볼 수 있듯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민 의식도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물론 시민 의식 변화와 정부의 행정적인 노력이 어우러져 일구어낸 성과다. 2000년 ASEM회의, 2001년 한국 방문의 해, 2002년 월드컵의 큼직큼직한 행사 주최도 주요한 도약점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이 성과 뒤에는 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뛰었던 활동가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호 NGO꼬레아의 주인공,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이하 화문연)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미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표어를 통해 화문연과 만나봤을 것이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그 시작-

"우리의 화장실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제는 외국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생활공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화문연의 설립 취지에 관한 표혜령 상임대표의 말이다.
1999년, 녹색소비자연대에서 활동 중이던 표 대표는 한 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충격적인 광경을 보게된다. 교복 입은 남학생 셋이 한 아저씨의 어깨를 목표로 침을 동그랗게 말아 날리는 '장난'을 하고 있었던 것. 다소 엉뚱하지만 화문연의 설립 배경의 발단은 이 사건이다. 표 대표는 이 일로 침 뱉는 문화 개선의 필요에 대해 자각하고 관심을 가지던 중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침을 많이 뱉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때마침 2002 월드컵을 앞두고 다른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화장실 실태조사를 실시하기에 이른다. 실태조사의 결과, 10개중 7개의 화장실이 불결/불편/불쾌/불량/불안이라는 이른바 '5불' 화장실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서 표 대표는 깨끗한 화장실을 위한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1999년 12월 13일 화장실문화시민연대(당시 사무국장)을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한다.

-표어의 탄생-

초기 활동은 그림/명시를 통한 캠페인에 초점을 두었다. 그때만 해도 '화장실은 원래 더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던 지라 활동은 쉽지 않았다. "여러분의 세금으로 지어진 공간입니다. 내 집처럼 소중하게 사용하세요"라 적힌 스티커를 몇 개 제작해 가까운 지하철역 화장실에 붙이고 있으니 청소 아줌마가 말렸다. 여기에는 개돼지만도 못한 인물들이 오기때문에 이런 걸 붙여도 소용없다고. 일주일 쯤 지나서 다시 가보니 스티커엔 낙서들이 가득했다. 두 번째로 생각한 표어는 "청소하는 분들을 울리지 마세요. 우리가 뱉은 침, 담배로 청소하시는 분들이 우신답니다"였다. 관리인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않았던 때였다. 실제로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 청소하다가 토하고 우신다는 휴게소 청소원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만든 표어였지만, 역시 효과는 없었다. 그러다가 세 번째로 떠오른 문구가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였다. "홀로 있을 때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다"라는 공자의 말에서 착안한 이 표어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고, 이 즈음부터 화문연의 다양한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아름다운 사람들, 그들의 활동-

현재 화문연의 회원은 1000여명,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위원은 약50명에 달한다. 화문연에서는 화장실 개선을 위하여, 화장실 관련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실질적 연구 및 발표 등의 화장실 연구개선운동, 시청각 교육, 화장실 실태조사, 계간지 발간을 비롯해 실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운영 자금은 화장실 부착용 액자 판매와 ARS후원, 계간지에 싣는 광고, 홈페이지 배너 광고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충당된다.

2000년 1월 좋은화장실/미운화장실 신고 전화 창구를 개설했다. 첫날에만 90여건의 신고가 접수되어, 서울시에 통보하여 각 지자체들에 전달해 사실 확인/시정 절차를 밟았다. 관리인의 책임감과 화장실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감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관리대장을 부착하자는 공중화장실 실명제 운동을 벌였다. '행복한 실버봉사대'도 발족했다. 지역사회 내 어르신들로 구성되는 봉사대로 화장실 청소 및 수리, 스티커 교체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와 연계하여 구성원들에게 급여를 제공하고 있고,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보람을 느끼며 활동 중이라고. 화장실 한줄로 서기 운동은 200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초,중,고등학교의 봉사단체와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 외에도 화문연에서는 '뚜껑있는 작은휴지통 놓기 운동', 개방 가능한 화장실을 발굴하는 '잠긴 화장실 문 열기 참여운동', '화장지 부착 의무화 권장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매일 생각하는 게 그거니까요. 화장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의 아이디어를 어디서 구하냐는 우문에 대한 표 대표의 답이다.

-사회, 아름다운 사회로 변화 중-

열정적이고 활발하고 지속적인 활동, 6년에 걸친 그 노력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면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은 예사, 심하면 '이제 하다하다 똥간시민연대까지 나오냐'는 조소섞인 말도 들었다. 화장실이 개선되고 화장실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화문연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깨끗한 화장실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얼마 전 행정자치부에서 프로그램 지원 연락도 왔다.
재정적인 지원도 물론 소중하지만, 가장 기쁘고 행복할 때는 화장실의 변화를 눈으로 볼때, 사람들의 변화를 직접 느낄 때다. 표 대표가 희망의 집이라는 노숙자 쉼터에 강연을 나간 적이 있다. 강의 후, 참석자들과의 토론 시간에, 말씨 어눌한 아저씨 한 분이 일어나서 더듬더듬 한말은 아직도 표대표의 기억에 깊이 남아있다. "그러잖아도 나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말을 보고 다른 건 모르지만 화장실만큼은 청결하게 사용하려 노력합니다"라는 말이, 그동안의 모든 고생을 녹여주는 듯 했다고.

-화장실은 문화다-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만들기를 위해서는 편리하고 안전한 시설, 깨끗하고 쾌적한 관리, 이용자의 시민 의식의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 표 대표는 이 세 가지의 공통점으로 '배려'라는 키워드를 말한다. "이용자에 대한 시설을 구상하고 만드는 사람의 배려, 청결을 위한 관리하는 사람의 배려, 그리고 이용자의 다음 이용자를 위한 배려가 있을 때 화장실은 우리 생활 속의 소중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어요. 문화를 향유하려면 배려의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몇 년 사이 사람들의 화장실에 대한 인식 정도는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그래도 아직 화장실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표 대표는 "화장실은 우리의 얼굴, 문화의 척도라고 말은 하지만 그 만큼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란 말로 아쉬움을 표시했다. 아직도 화장실 관련 사업에 참여하면 '이미지 버린다'며 지원을 꺼리는 기업도 많다. "문명은 대단한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도 인간은 화장실을 가지 않고는 살 수 없어요. 앞으로도 그 사실은 변함없겠지요. 그만큼 화장실은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아무리 사회가 발전한다 해도 먹고 마시고 아무데나 볼 일을 본다면 그것을 과연 문명화된 사회라고 볼 수 있을까요? 화장실을 이제, 문화의 한 분야로 접목시켜 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질을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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