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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연칼럼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 환경 문화 운동

[조선일보시론] 바꿔바꿔 모든걸 다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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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36회 작성일 17-01-1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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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바꿔 모든걸 다 바꿔!'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자주 듣는 노래의 가사다. 
다른 말은 안들리고 유독 그 바꿔라는 단어만 귀에 쏙 들어온다. 뭔가 바꿔야 한다는 것에 동조하기 때문이리라. 화장실이 바꿔져야한다며 '싸움'을 시작한지 준비기간 포함 10개월여. 그 동안 한국 관광공사를 비롯한 도로공사, 수원시, 전주시 등에서 화장실 문화를 변화시켜가고 있었지만 시민과 함께 하는 화장실과의 전쟁(?)은 화장실문화시민연대라는 새 나무가 세상에 고개를 내밀면서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 같다.
처음에는 "무슨 나무, 참 웃기는 나무도 있다.", "응, 그 나무 잘만들었구먼", "늦었지만 꼭 필요한 나무예요." 등등의 찬사와 우려의 목소리들을 들었다.

나무가 정식으로 고개를 내민지 3개월 남짓, 많은 분들의 격려와 문의로 웃기도 했고, 울기도 했고, 감동도 받았다. 서울시와 함께 4천 800여곳의 서울시 화장실 실태조사를 벌였고 미운화장실 고발센타도 열었는데 고발당한 업체와는 작은 마찰을 빚기도 했고 또한 화장실을 개보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문의에서 부터 화장실을 지어달라는 요청, 시골 부모님의 화장실을 고쳐드리고 싶은데 돈이 모자란다 등의 하소연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어느날은 실태조사를한 모니터요원이 한 유명한 책을 만드는 곳의 화장실을 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화장실이 아니고 X장실이더라며 그 동안 그 책에 대하여 가지고 있었던 좋은 감정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할 때 속으로 뜨금하여 '우리 집의 화장실은 잘 수리했지' 하며 등에 땀이 흘렀었다. 필자도 사실은 2년 동안 한 달에 5만원씩 화장실 수리비용으로 저축을 따로 했었다. 100만원이 모여져 수리를 하려니 돈이 더 든다고 하여 '당장 변기가 깨지거나 타일이 떨어져 깨진것도 아니고 약간 낡고 어두울 뿐인데...'라며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화장실 표아줌마가 되면서 얻게된 아이디어로 화장실 내부를 깨부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10년 보장이라는 수리를 말끔히 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매일아침 산뜻한 마음으로 생각하는 문화공간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갖게 되었다.

옛선인들은 삼상사(三上思)라고 하여 좋은 생각은 베개머리에서 하고, 말 타고(지금은 車) 가면서 하고, 화장실에서 떠오른다고 했다. 옛부터 화장실을 그저 배변의 장소뿐 아니라 좋은 생각을 하는 장소라고도 생각했던 것이다. 요즘에 와서는 더 나아가 새로움을 창조하는 아이디어 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감당한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그러나 지금은 너도나도 경쟁심에서 자칫 외형에만 치우친 화장실 만들기를 하는것같아 조금은 우려가 된다. 우리의 생활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에 깨끗하고 쾌적한 모습으로 있는 화장실 그리고 꼭 필요한 편의시설이 있었으면 하는것을 기대하는 것이지 높은 산꼭대기, 아니면 한적한 곳에 외형적으로만 그럴싸하게 꾸미는 화장실이라면 우리의 아까운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이다.

하나 중요한 것은 아무리 금으로 은으로 치장하여 꾸며놓는다 하여도 시설물 이용에 따른 관리와 시민의식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낸 세금으로 보기 흉한 시설물만 하나 더 늘린 꼴이 되리라는 것이다. 그때 너희들은 뭘했느냐고 하는 말들이 겁나서가 아니라 월드컵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전시행정의 표본이 될까 두렵고 화장실이란 월드컵이 지나고도 10년, 20년 그대로 생각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자리 매김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방안, 대책들을 짜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깨끗, 쾌적의 공간을 누군들 싫어할까.지금 화장실문화시민연대는 화장실 문제의 여러 부분을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행정기관의 잘못이라고 할지, 시민의식이 문제라고 할지, 전문가 집단의 부재라고 할 것인지 기다려보아야겠다.

우리 시민연대의 다음 목표는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유, 초, 중, 고,대학의 화장실 실태도 점검을 하려고 준비중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개보수가 되고(지금 많이 변화되었지만)깨끗한 화장실이 갖추어지면 배려의 문화 쪽으로 시민운동을 전개하려고 한다. "문 열린 화장실, 고마운 화장실, 감사한 화장실, 우리가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그러나 너무 빨리빨리만 달리다 보면 월드컵이 끝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 같아 불안하다. 조금 천천히 10년, 20년 후 우리가 심은 나무가 부끄럽지 않은 깨끗한, 쾌적한, 아름다운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조금씩, 조금씩 화장실을 바꾸어보자. 화장실, 아직은 할 일이 너무도 많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표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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