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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김기자의 현장+] 훤히 보이는 남자화장실..용변 볼 때 "민망함·모멸감·수치심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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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17회 작성일 18-03-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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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히 보이는 남자 화장실 / 용변을 보는 모습까지 노출 / 성적 ‘모멸감·수치심’ 느껴 / 여성과 눈이 마주치면 애써 모른 척 / 가리막도 없는 화장실 수두룩 / 여성도 민망하기는 매한가지 / 남성 인권 심각한 침해 / 칸막이 설치…지어진 화장실은 소급적용 안 돼

지난 2일 경기도 용인시 한 휴게소. 화장실 입구에는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고 있다.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 위치가 밖에서도 훤히 보이는 구조로 돼 있다.

“볼일 볼 때 여성과 눈을 마주쳐 봤어요? 그 민망함과 수치심을 이로 말할 수 없어요. 꼭 제가 죄지은 사람 같았어요. 기억도 오래가고, 볼일 볼 때마다 신경 쓰이죠. 화장실 갈 때는 조금이라도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해요. 그래도 여전히 불안하죠.”

지난 2일 경기도 용인시 한 휴게소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 입구에는 꽤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일부 여성들은 쑥스러운 듯 빠른 걸음으로 남자 화장실 앞을 지나다녔다.

살짝 고개만 돌려도 훤히 보이는 화장실. 쑥스럽기는 남자도 마찬가지. 화장실 이용객은 최대한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일부 남성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입구 가까이에서 볼일을 보지만, 용변을 보는 뒷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용변을 보는 중에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쉽게 눈을 마주칠 수 있는 화장실 구조다.

김 모(45)씨는 “좋은 모습도 아닌데 용변을 보는 모습을 누가 보면 좋겠어요.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빨리 용변을 볼 수밖에 없잖아요.”고 인상을 쓰면 말했다. 이어 “바깥에서 소변기가 훤히 들어다 보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 화장실 구조를 빨리 개선해야죠.”라고 강조했다.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은 휴게소나 주요시설 등의 일부 남자 화장실 구조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남성들은 후진적인 화장실 구조로 용변을 볼 때 뒷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한 화장실. 한 남자 화장실에 설치된 4개의 소변기 중 3개가 밖에서 훤히 보인다. 화장실 바로 앞에는 엘리베이터 설치돼 있어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 이용객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한 화장실. 코엑스 한 남자 화장실에 설치된 4개의 소변기 중 3개가 밖에서 훤히 보인다. 화장실 바로 앞에는 엘리베이터 설치돼 있어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 이용객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용변 중에도 보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남성들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코엑스를 찾은 김 모(30)씨는 “여성분들은 심정을 이해할까요? 반대로 생각해서 여성들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 훤히 보인다면 어떤 기분이겠어요?”라고 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화장실.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 위치가 밖에서도 훤히 보이는 구조로 돼 있다.

화장실 앞을 지날 때 입구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도 남성의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남자 화장실 구조 탓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여성도 마찬가지다. 남성 뿐 아니라 여성들도 민망함을 감추기 어렵다. 한 여성은 “굳이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남자 화장실 앞을 지날 때는 신경이 쓰인다. 그려니 해도 여전히 어색하고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함께 있던 한 여성은 "대학생 시절부터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편하고 어색하다. 혹시나 아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고, 마주친다든지 할 때면 마음도 불편해진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공중화장실.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 위치가 밖에서도 훤히 보이는 구조로 돼 있다. 가림막이 없는가 하면, 화장실 문이 개방된 채 방치돼 있다.

공중화장실은 더 심각했다. 후진적 구조로 된 화장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가림막이 없거나 내부가 훤히 보이는 남자 화장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없거나 훼손된 가림막이 있는가 하면, 가림막이 있다 해도 화장실 문이 개방 된 채 방치돼 있어 실효성은 낮아 보였다.

용산구에 있는 한 빌딩의 화장실.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남자 화장실을 앞 좁은 통로를 거쳐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일부 여성들은 애써 모른 척하며 지나고 있었다. 낮은 가림막 탓에 용변을 보는 모습이 그대로 눈에 띄었다.

입구가 개방된 화장실 구조는 여성들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 실제로 서울 시민 150명이 참여한 한 조사에선 남성 응답자 중 83%가 입구 개방형 구조에 “불편하다”고 했다.

화장실 구조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공중화장실.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 위치가 밖에서도 훤히 보이는 구조로 돼 있다. 가림막도 없는가 하면, 화장실 문이 개방된 채 방치돼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새로 지어지는 화장실은 내부가 보이지 않는 구조여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5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부터 공중화장실 설치기준을 변경했다.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남성 화장실 소변기에는 칸막이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내부가 보이지 않게 설계하도록 권고했다. 이미 지어진 화장실은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

기존 공중화장실에도 복도나 도로 등을 통행하는 사람 등에게 화장실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은 ‘남성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알고서도 방치하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홍대에서 만난 대학생 이 모(27)씨는 “공중화장실 내부에 임시 대형 칸막이만 설치해도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며 자치단체의 안일함을 꼬집기도 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대표는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는 곳이 화장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생활 속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야 한다. 생활 속에 민망함과 부끄러움의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축되거나 증·개축하는 공중화장실은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자치단체의 예산 지원과 시행령을 바탕으로 하루빨리 구조 개선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2018-03-04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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