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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강남역 10번 출구 ‘화장실 묻지마 살인’ 희생자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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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29회 작성일 17-05-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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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할수 있다” 공포의 외침
“평소 이용하는 장소서 끔찍 범죄”… 여성들 불안심리 온-오프라인 확산
사회적 약자 보호대책 시급
서울시 “공용화장실 전수조사 보완”



17일 새벽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20대 여성이 낯선 남성의 흉기에 희생된 ‘묻지 마 살인’ 이후 추모를 넘어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는 움직임이 온·오프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나도 언제라도 제물이 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박모 씨(34·여)는 “사건 당시 바로 근처에서 나도 술을 마시고 있었다”며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유력 정치인도 다녀갔다. 19일 오후 이곳에서는 6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피해자를 추모하는 촛불문화제도 열렸다.

특히 여성들의 불안심리가 두드러졌다. 추모공간에 붙은 쪽지에는 ‘나는 우연히 살아남은 한국 여자다’ ‘여자라는 이유로 죽고 싶지 않다’ 같은 내용이 적지 않았다. ‘다음 생엔 부디 남자로 태어나요’라는 글도 눈에 띄었다. 피의자 김모 씨(34)가 검거 직후 범행 동기와 관련해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고 진술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여성 혐오 살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의자 진술을 접하고 스스로를 잠재적 피해자라고 느낀 여성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해시태그(#)를 이용해 ‘살아남았다’와 ‘살려주세요’를 붙인 게시물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페이스북 등에는 추모 페이지가 개설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심야에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서울 강남의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참변을 당했다는 점에서 평소 방범 사각지대에 대해 여성들이 느꼈던 불안을 증폭시켰다. 공용화장실은 몰래카메라, 강제추행, 성폭행 등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이 기피하는 대표적 우범 장소로 꼽힌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주점뿐만 아니라 학원가나 PC방, 노래연습장 등에 설치된 화장실은 대부분 남녀 공용”이라며 “이런 곳에서는 성범죄나 강력 범죄가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즉각 남녀 공용화장실 실태를 조사해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이날 현장에 다녀온 박 시장과 회의를 한 뒤 “시내 공용화장실을 전수 조사하고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서초구의 조은희 구청장도 “우범지역은 물론이고 일반 건물에도 폐쇄회로(CC)TV를 추가 설치하도록 서울시에 예산 지원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9일부터 프로파일러를 동원해 피의자 김 씨의 범행 동기를 분석하고 있다. 김 씨를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피의자가 여성으로부터 이렇다 할 피해를 입은 사례가 없어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담당 경찰도 “김 씨의 정신분열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중학생 때부터 비공격적인 분열 증세가 있었고 2008년 정신분열 진단을 받고 입원한 뒤 2011년, 2013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네 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올해 초부터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서 증세가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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